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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ng Sep 21. 2016

일상품평 / 만선식당

고등어회 성애자의 최후

제주도 모슬포항 근처의 고등어회 전문집이다. 나는 한국식 횟집을 어느 순간부터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되었는데, 수십 년이 넘도록 변하지 않는 인테리어- 여전히 정신없는 손님 구성- 강압적인 술 종류- 생각보다 좋지 못한 가성비- 회랑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스끼다시 혹은 찬- 국 요리에 대한 무지- 정도이겠다. 


사실 대체로 이런 종류의 횟집은 요리를 잘해서 열었다기보다는, 장소나 원재료 공급에 대한 이점 때문에 가게를 연 경우가 많다. 그것도 아니라면 해당 지역의 연고에 의지하기 쉽다. 그러나 나는 고등어회를 횟감중에 제일 좋아하는 편이다. 쉽게 먹을 수 없기도 하지만, 다른 생선에서 쉽게 맛보기 힘든 그런 맛이 있다. 


고등어회가 특별히 서울에서 먹은 제주도 음식점보다 나은지 잘 모르겠다. 회는 분위기 없이 얼음팩 위에 붓 발한장 깔고 나오는데- 어이 난 4.5만원이나 냈다고. 무엇보다 화가 나는 건 어묵탕이었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을 준 것인지 잘 모르겠다. 담뱃재 같은 맛이 났다. 사약 같은 아메리카노도 이것보단 나을 것이다. 애석한 것은 오분작을 살아있는 채로 2마리나 그냥 주기에 (회라도 썰어내었으면 어땠을까...) 어쩔 수 없이 그 어묵탕에 넣어버린 일이다. 예상은 했지만 그 담뱃재 맛이 오분작에도 베여버렸다.


먹다가 갑자기 뜬금없는 흑돼지 꼬치구이를 준다. 이런 걸 주느니 차라리 가격을 내려주는 게 어떨까 싶었다. innn에서 발행한 가이드북에 작은 접시가 3만원이라 적힌 가격을 보고 왔는데, 급격히 올렸나 보다. 반대로 큰 접시는 왜 그대로 인지 알 수 없었다. 택시 기본요금 올리듯 노력 없는 가격 인상이 장사치의 한계인가 보다. 


싸 먹으라고 김을 내왔다. 김 자체는 괜찮았지만, 일전에 해조류와 먹은 기억이 있어서 그런 쪽으로 같이 먹는 게 역시 좋은 것 같다. 가게에 온 손님들은 점잖은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어떻게든 들러붙고 있는 커플, 나잇값이 의심되는 중년 무리와 멋모르고 앉아있는 뜨내기 가족 정도- 


너무 전형적이고 기형적인 헬조선의 단면을 먼 걸음 걸어온 억울함이 있었다. 좋은 식재료를 음식을 모르는 방향성 부재의 이익집단이 어떻게 망칠 수 있는지를 보여준 기억할 만한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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