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모메 식당은 현실에 없다
제주시 서편에 위치한 카레식당이다. 전체적으로는 한적한 동네의 신축건물 1층에 세를 내어 영업하고 있다. 웬만한 새로운 움직임의 제주도 레스토랑들이 독채에 자리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어떤면으로 주변 장소들과 이질적이다. 너무나 구석의 평온한 마을에 세련된 가게다. 카모메 식당이 절로 떠올려지는 것은 그런 공통점 때문이었다. 물론 문제는 많았다. 카모메 식당과 굳이 비교를 하자면(비록 영화상의 가게이지만-) 그건 자기 자신과 주변의 오랜 삶, 문화를 융합해서 적절히 현지의 감성(북유럽)과 교배한 결과물들이다. 즉 영화 속의 그녀가 하는 메뉴 하나하나는 모두 확실한 뿌리가 있다. 자신이 먹던 것과 자신이 내어내는 요리가 다르지 않다.
가게는 일본의 많은 문화와 인테리어 기법을 따랐다. 콘셉트이라든가, 일본 과자가 놓여있다든지 하는 부분들은 부정할 수 없는 일본의 그것이다. 대부분의 메뉴는 카레와 튀김으로, 과연 이런 것을 평소에 자신이 먹는 음식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평범한 가정요리의 콘셉트로 위장하고 있지만 철저하게 인공적인 노력의 산물들이다. 대체 제주도는, 미대생 출신이었다는 자신은 전부 어디로 증발한 것인가?
카레의 맛이나 튀김이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가격이 그에 비해 좀 지나치게 비싼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도 물가가 비싸다는 것은 알지만, 합정역 근처의 비슷한 메뉴를 판매하고 있는 갈매기라는 카페에서도 이보다는 훨씬 저렴하다. 그리고 문제는 이 가게의 이미지가 '합리적'이여 보인다는 것에 있다. 한 끼 식사의 양, 분위기(장소성), 가격이 밸런스가 무너지면 사람들은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라고 느낀다. '사치'라는 말은 사실 꼭 어떤 것이 지나치게 비싸서 생기는 말이라기보다, 품에 비해 어울리지 않는 가격이 매겨진 것을 구매했을 때 더 어울리는 단어다.
체인점 '카모메 식당'도 그렇고, 하나 같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요리 영화를 재연한 가게들은 너무 거리가 멀다. 실제에서 이미지를 뽑아내는 것은 쉬워도, 그 반대는 역시 어려운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