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식당이 꽂혀있는 산간마을의 제주 식당
제주도 한림읍 근처의 식당이다. 철저하게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보통 힙하게 문을 연 식당들이 바닷가 주변인 것과 반대로 산 중턱에 위치한다. 건물은 원재료가 좋지 못한 재료들을 깔끔하게 정성 들여 마무리한 느낌이다. 전체적으로 하얀색 톤에 나무로 포인트를 주었다. 가게 자체는 나무랄 곳이 없으나, 주변 가게들이 받쳐주지 못하는 게 아쉬울 따름. 특히 차가 없다면 접근이 어렵고, 밥을 먹고 연달아 갈 곳이 없는 게 아쉽다. 뭐랄까, 포털에서 자연스럽게 클릭질을 하며 넘어가는 기분이라기보다, 정확한 검색어를 입력한 후 네비로 찍은 다음에 도달해야 한다.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다기보다는, 관광객을 타겟팅으로 하였다. 메뉴에 들어가는 폰트, 가게에 쓰인 타이포 등등이 세련되지 않았지만 수수 한대로 괜찮다. 메뉴는 제주도 특색과는 별 상관이 없는 자신들이 하고 싶은 요리를 정성스럽게 조리해서 내어준다. 아쉬운 것은 단품 메뉴에만 집중해서, 곁들여 먹을 만한 사이드 메뉴가 부족하다.
가게가 문전성시인데, 특별히 맛이 좋아서라기보다는 분위기와 직원들의 친절이 한몫을 하는 것 같다. 직원들의 친절이라는 것이,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겠으나- 인상이 좋은 서버분이 재료 하나하나, 테이블마다 요리를 나르며 자세히 설명하는 것이 좋아 보였다. 아무리 교육받아서 하는 것일지라도, 거기에는 '내가 이 가게에서 일을 한다'라는 마음이 깔려있는 표정이었다. 아무래도 그런 건 나이가 먹으면 대번 알기 쉽다. 적어도 대한항공 승무원이 시종일관 보여주는 가식적인 표정과는 대비가 되기 마련이므로.
요리를 주문하고 서재 칸을 흘깃 보니 '달팽이 식당'이라는 소설책이 꼽혀있다. 해당 영화를 먼저 본 기억이 있어 대번에 어떤 컨셉으로 가게를 만들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왜 그렇게 친절하고 철저히 예약제로 운영하는지도 '달팽이 식당'이라는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잘 이해하고 실천했달까.
그러나 다시 갈 것이냐고 물으면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이곳은 로컬푸드가 아닌, 로컬푸드를 테마로한 일회용 식당이다. 퓨전요리라는 장르가 여물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걸 내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지려면 시간의 시험대를 통과해야 한다. 같은 영화는 너무 여러 번 보기는 지겨운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