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 하라켄야 | 옮긴이 / 이정환
마카로니 구멍의 비밀
2013년 5월 21일 초판 인쇄
2013년 6월 3일 초판 발행
지은이 하라켄야
옮긴이 이정환
펴낸곳 안그라픽스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 파주출판도시 회동길 125-15)
- 술잔에는 찰랑찰랑할 정도로 술이 따라지고, 술은 넘쳐흘러 밑에 깔려 있는 받침접시를 채운다. 물론 이것은 혹시라도 흘러넘칠지 모르는 술을 받치기 위해 예방 차원에서 깔아놓은 받침접시가 아니다. 일부러 흘러넘치게 하는 연출이고 디자인이다. [7p]
- 부수거나 소각한 것이 아니다. 그냥 조용히, 소리도 없이 그렇게 사라졌다.
물론 내 탓이다. 카메라는 시키는 대로 움직였다. [13p]
- 공봉과 그릇. 세상을 가공해 변용시켜가는 도구와 무엇인가를 보존하고 축적하기 위한 도구. 인간이 오랜 역사 속에서 창조하고 진화시켜온 도구는 이 두 가지 계통으로 집약할 수 있다. 시험 삼아 인간이 낳은 도구가 어느 쪽에 속하는지 상상해보자. 예를 들면, 식칼, 해머, 삽 등은 곤봉 계통이다. 자동차나 전철은 내부에 공간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언뜻 그릇으로 보이지만, 달린다는 신체 기능을 증폭시켜준다는 점에서는 역시 곤봉 계통이다. [24p]
- 물건의 표면을 밀도 있는 무늬로 메우면 거기에 강한 아우라가 발생하는데, 그야말로 탄복을 금치 못할 것이다. 정성을 다한 작업의 집적에 따른 놀라운 성과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을 주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63p]
- 시부야나 하라주쿠의 활기도 좋지만, 그런 젊음이나 현대성을 다른 정서로 표현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오랫동안 가슴 한 구석에 있었다. 조잡함이나 떠들썩함 그리고 어린아이 같은 미성숙함은 거리에 열기를 주는 매력적인 존재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만이 젊음은 아니다. [87~88p]
- 원래, 어느 정도 불완전한 상태에서 태어나는 것이 인간이고, 그 불완전함을 스스로 깨달으면서 그것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연마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은 성숙해간다. 그렇기 때문에 표준을 지향해 몸을 만들거나 유지하는 데 힘쓰는 것은 패션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 진지하게 살아온 결과,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독자성을 통해 스스로를 느낄 수 있는 은밀한 자신감이 패션디자이너의 자유분방한 창조성을 받아들일 수 있는 힘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닐까? [104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