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언어

지은이 / 케이스 데블린 | 옮긴이 / 전대호

by Joong

수학의 언어
1판 1쇄 2003년 5월 6일
지은이 케이스 데블린
옮긴이 전대호
펴낸곳 해나무(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 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 513-8


- 수학 활동의 이러한 엄청난 성장 앞에서 학자들은 한동안 “수학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유일한 대답은 “수학자들이 생계를 위해 하는 일이다”라는 간단하고 공허한 대답뿐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특정한 연구를 수학으로 분류하는 기준은 연구 대상에 있다기보다 연구 방법에 있었다. 오늘날 대부분의 수학자들이 동의하는 수학의 정의가 등장한 것은 불과 최근 30년 사이이다. 그 정의에 따르면, 수학은 패턴(pattern)의 과학이다. 수학자들이 하는 일은 추상적인 ‘패턴’을 탐구하는 것이다. 수의 패턴, 모양의 패턴, 운동의 패턴, 유권자들의 투표 패턴, 반복되는 우연적 사건의 패턴 등을 탐구하는 것이다. 패턴들은 실재일 수도 있고 가상일 수도 있다. 시각적일 수도 있고 정신적일 수도 있다. 정적일 수도 동적일 수도 있고, 질적일 수도 양적일 수도 있으며, 순수한 실용적 관심사일 수도 흥밋거리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패턴은 우리 주변의 세계에서 등장할 수도 있고, 시간과 공간의 심층부에서 혹은 인간 정신의 내적인 작동 과정에서 등장할 수도 있다. [12p]


- 수학자들은 어떤 명제들이 참이고(예를 들어 피타고라스 정리 같은 명제), 또 어떤 명제들이 거짓인지를 증명을 통해 결정한다. 그런데 증명은 정확히 무엇일까? 예를 들어 이 책 43쪽에는 수 루트2가 유리수가 아니라는-즉 두 정수의 비율로 표현될 수 없다는-사실의 증명이 있다. 누구든 그 논증을 세심히 읽어가면서 각 단계를 생각해보면, 그것이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논증임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 논증은 루트2가 무리수라는 사실을 정말로 증명한다. 그러나 그 특정한 논증을, 그렇게 특정한 순서로 씌어진 문장들을 증명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 도대체 무엇일까?
물론 그 논증에는 몇 가지 간단한 대수학적 기호들이 사용되었지만, 그 점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아주 간단하게 대수학 기호들을 빼버리고 모든 기호를 단어와 구로 대체해도 결과는 여전히 그 주장의 증명이다. 더군다나 원래와 동일한 증명이다. 수학적 기호를 쓸 것인가, 혹은 언어적 표현이나 그리믕ㄹ 쓸 것인가 등의 선택에 따라 증명의 길이나 난이도는 달라질 수 있지만, 논증이 증명인지 아닌지는 달라지지 않는다. 세상사와 관련해서 말하자면, 증명이 된다는 것은, 충분한 교육과 지적 능력과 합리성을 가진 모든 사람을 완벽하게 설득할 능력이 있다는 것이며, 그 능력은 논증과 관련된 어떤 추상적 패턴 혹은 구조와 상관이 있다. 그 추상적 구조는 무엇이며, 그 구조에 관해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보다 심층적인 차원에서, 동일한 질문을 언어 자체에 대해서도 던질 수 있다. 증명은 언어를 통해 표현될 수 있는 수많은 것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내가 작가로서 이 페이지에 있는 기호들을 통해 독자인 당신에게 내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것은, 이 기호들에 무엇이 있기 때문일까? 증명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 책의 외국어 판들도 나의 동일한 생각을 전달할 것이므로, 이 경우에도 이 특정한 페이지나 특정한 언어와 관련된 어떤 물리적이고 구체적인 것이 올바른 대답일 수 없고, 올바른 대답은 이 페이지에 나타난 것과 관련된 어떤 추상적 구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 추상적 구조가 무엇일까? [86~87p]


- 현대적 용어를 쓴다면, 위의 모든 등식을 만족시키는 임의의 대상 집합과 그 집합에 적용되는 두 연산(‘곱셈’과 ‘덧셈’)은 불 대수학(Boolean algebra)이라 불린다. 사실 우리가 서술한 체계는 불 자신이 개발한 체계와 약간 다르다. 특히 불 자신이 정의한 ‘덧셈’에 따른다면, ‘덧셈’의 멱등법칙은 성립하지 않는다. 수학에서-또한 삶의 모든 행보에서-흔히 그렇듯이, 훌륭한 생각에도 언제나 다른 사람들이 개선할 여지는 있다. 불의 체계 역시 순차적으로 개선되어 우리가 서술한 모습이 되었다. [101p]


- 논리의 패턴을 대수학에서의 패턴으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패턴이 내적으로 변화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번역을 통해 사람들이 그 패턴을 생각하는 방식이 변화한다. 한 틀에서는 어렵고 부자연스러운 것이 다른 틀에서는 쉽고 자연스러울 수 있다. 수학에서는, 또한 삶의 다른 행보 속에서도, 종종 당신이 무엇을 말하는지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당신이 그것을 어떻게 말하는지가 중요하다. [104p]


-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이런 방식으로 표기된 명제가 낯설겠지만, 논리학자들은 이 표기법이 매우 유용함을 발견했다. 뿐만 아니라 술어 논리학은 충분히 강력해서 모든 수학적 명제들을 표현할 수 있다. 술어 논리학으로 표현된 정의나 명제가 초심자들에게 위압적으로 보일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은 그 표현이 어떤 논리적 구조도 속으로 감추지 않기 때문이다. 당신이 술어 논리학 표현에서 보는 복잡함은 정의된 개념 또는 표현된 명제 자신이 실제로 가지는 구조적 복잡함이다. [116p]


- 이 추상물들에 관한 진술이 참이거나 거짓이라는 것을 수학자들은 어떻게 결정할까? 일반적으로 물리학자나 화학자나 생물학자는 실험에 근거하여 가설을 수용하거나 거부한다. 그러나 수학자는 대개의 경우 실험에 의지할 수 없다. 직접적인 계산을 통해 결정지을 수 있는 경우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일반적인 경우, 실재 세계의 사건을 관찰해서 얻은 증거는 기껏해야 어떤 수학적 사실을 시사할 수 있을 뿐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완전히 오류로 이끌기도 한다. 수학적 진실은 일상의 경험이나 직관과 많이 다를 수 있다. [118p]


- 하지만 수학적 진리의 확증과 관련되는 한에서는, 단 한가지 게임밖에 없다. 그것은 증명이다. 수학적 진리들은 모두 근본적으로 다음의 형식을 딘다.
만일 A라면, B이다.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모든 수학적 사실들은 특정한 가정들의, 혹은 공리들의(공리는 ‘원리를 뜻하는 라틴어 axioma에서 나온 말이다)초기 집합에서 도출됨으로써 증명된다. 어떤 수학자가, 특정한 사실 B가 ’참‘이라고 말한다면, 그 말의 의미는, 전제된 공리집합 A를 토대로 해서 B가 증명된다는 것이다. 공리들의 집합 A가 자명할 경우, 혹은 최소한 수학자 사회 내에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질 경우, 위의 얘기를 간단히 ’B가 참이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허용된다. [119p]


- 추상 위에 추상이 쌓여 엄청난 높이의 탑이 되었고, 그 과정은 오늘날에도 진행중이다. 물론 고도의 추상들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현대 수학에 겁을 집어먹게 만들지만, 추상이 고도화된다는 것이 그 자체로 수학이 어려워지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각각의 추상 수준에서 수학이 이루어지는 기제는 거의 변함없이 유지된다. 다만 추상 수준이 달라질 뿐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보다 높은 추상을 향한 지난 백여 년간의 추세가 수학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학, 음악, 시각예술에서도 같은 과정이 진행되었다. 이 분야들에서도 직접 참여하는 예술가들을 제외한 사람들이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는 일이 발생했다. [126p]


- 아무도 예기치 못한 결론에 대한 괴델의 증명은 고도로 전문적이지만, 그의 착상은 단순한 것으로, 고대 그리스의 거짓말쟁이 역설에 기원을 두고 있다. 어떤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라고 말한다고 상상해보자. 만일 그의 진술이 참이라면, 그는 정말로 거짓말을 하고 있고, 따라서 그의 진술은 거짓이다. 반대로 그의 진술이 거짓이라면, 그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고, 따라서 그의 진술은 참이다. 어느 쪽이든 그 사람의 진술은 모순적이다. [137p]


- 아래 A, B, C를 한번 보라. 당신이 본 각각의 문자열이 참된 의미에서 문장인지 아닌지 오래 머뭇거리지 말고 대답해보라.
A. 생물학자들은 스피넬리 모르페니움이 연구할 가치가 있는 흥미로운 종임을 발견했다.
B. 많은 수학자들은 2차 상호성에 매료되었다.
C. 바나난는 분홍색 왜냐하면 수학 규정하다.
당연히 당신은 오래 생각할 필요 없이 즉각적으로 A와 B가 올바른 문장이고 C가 그렇지 않다고 판정했을 것이다.
그러나 A에는 당신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단어들이 들어 있다. 내가 어떻게 확신하느냐고? ‘스피넬리’와 ‘모르페니움’은 내가 만든 단어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당신이 고민하지 않고 선택한 문장 속에는 사실상 전혀 단어가 아닌 것들이 들어 있다!
B의 경우, 모든 단어들이 올바르며, 문장도 사실상 참이다. 그러나 당신이 전문 수학자가 아닌 한, 당신은 아마도 ‘2차 상호성’이라는 말을 전혀 접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B를 올바른 문장으로 판정한 것은 잘한 일이다.
다른 한편, 당신은 전혀 머뭇거림 없이 C가 문장이 아니라고 판정했을 것이 분명하다. C에 들어 있는 단어들은 모두 익숙한 단어들이지만 말이다.
당신은 어떻게 이토록 놀라운 능력을 거의 아무 애씀도 없이 발휘한 것일까? 보다 엄밀하게 질문하자면, A와 B를 C와 다르게 만드는 것이 도대체 무엇일까?
그 무엇은 분명 문장이 참인지 여부와, 혹은 당신이 그 문장을 이해하는지 여부와 관계가 없다. 뿐만 아니라 그 무엇은 당신이 문장 속의 단어 모두를 아는지 여부나, 그 단어들이 정말 단어들인지 여부와도 상관이 없다. 중요한 것은 문장의 (혹은 비문장의) 일반 구조이다. 다시 말해서 단어들이 (혹은 비단어들이) 조합되는 방식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이 구조는 물론 고도로 추상적인 대상이다. 당신은 개별 단어나 문장을 가리키는 방식으로 그 구조를 가리킬 수 없다. 당신이 할 수 잇는 최선의 일은, 앞의 A, B가 올바른 구조이며, C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것 뿐이다. 그리고 그 자리가 바로 수학이 개입할 자리이다. 왜냐하면 수학은 추상적 구조의 과학이기 때문이다. [142~143p]


- 확실히 조사할 수 있는 수 중 하나는, 작가가 한 문장 안에서 사용하는 단어의 개수이다. 문장 속 단어 개수는 글의 주제가 무엇인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연방주의자 문건에서처럼 한 주제를 다룰 경우에는, 한 작가의 평균 문장 길이는 어느 문서에서나 두드러지게 일정하다.[150p]


- 결정적인 것은 무한급수가 유한한 값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제논의 수수께끼는, 무한급수가 무한한 값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만 역설이 된다.
급수 값을 구하는 열쇠가, 개별 항들을 더하는 과정으로부터 일반 패턴을 식별하고 조작하는 것으로의 관심 이동이었음을 주목하라. 한마디로 말해서 그것이 바로 수학에서 무한을 다루기 위해 필요한 열쇠이다. [165p]


- 우리가 기하학적 모양들은 ‘본다’는 것은 인정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당신으로 하여금 어떤 삼각형을-종이에 있든, 주위의 풍경에 있든, 혹은 [그림 4-1]에서처럼 당신의 정신 속에 있든-삼각형으로 인지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크기는 분명아니다. 색깔도 아니다. 선의 굵기 역시 아니다. 당신으로 하여금 삼각형을 인지하게 만드는 것은 오히려 모양이다. 끝에서 서로 만나는 직선 세 개가 닫힌 도형을 형성한 것을 볼 때마다, 당신은 그 도형이 삼각형임을 인지한다. 당신이 인지할 수 있는 이유는, 당신이 삼각형의 추상 개념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추상 개념인 수 3이 모든 특정한 대상 세 개의 모임을 초월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추상 개념인 삼각형도 모든 특정 삼각형을 초월한다. 이런 의미에서도 역시 우리는 모두 기하학자이다. [220~221p]


- 첫눈에 보면, 세 가지 원추곡선들은 전혀 다른 종류인 것처럼 보인다. 하나는 닫힌 고리이고, 또 하나는 한 개의 휘어진 곡선이고, 마지막은 두 개의 분리된 곡선이다. 이 곡선들 모두가 동일한 종류에 속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려면, 이중원뿔을 평면으로 자를 때 이들이 생겨난다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 이렇게 세 곡선에는 단일한 통합적 패턴이 있다. 그러나 이 패턴을 발견하려면, 더 높은 차원으로 올라가야 한다는 사실을 주목하라. 세 곡선은 모두 이차원 평면에 있지만, 이들을 통합하는 패턴은 3차원적 패턴이다. [243~244p]
- 기하학은 주변 세계에서 우리가 보는 특정한 시각적 패턴들, 즉 모양의 패턴들을 기술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우리의 눈은 다른 패턴들도 지각한다. 우리의 눈은 모양 그 자체의 패턴뿐만 아니라 형태(form)의 패턴도 지각한다. 그런 패턴의 분명한 예로 대칭성을 들 수 있다. 눈송이나 꽃의 대칭성은 명백한 기하학적 규칙성과 관련됨이 분명하다. 대칭성에 관한 연구는 모양이 지니는 보다 깊고 추상적인 측면을 보여준다. 우리는 이런 종류의 보다 깊고 추상적인 패턴들을 흔히 아름다움으로 지각한다. 그러므로 이런 패턴들에 관한 수학적 연구는 아름다움의 수학이라 불릴 수 있을 것이다. [292p]


- 대칭성에 관한 수학적 연구는 대상의 변환을 고찰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수학에서 말하는 변환은 특별한 종류의 함수이다. 변환의 예로, 대상을 회전하기, 옮기기, 반사시키기, 늘이기, 줄이기 등을 들 수 있다. 어떤 대상이 지니는 대칭성은, 대상을 변함없이 유지시키는 변환이다. 대상을 변함없이 유지시킨다는 것은, 도형이 변환 이후에도 전체적으로 변환 이전과 같아 보인다는 것을 뜻한다. 도형을 이루는 개별적인 점들이 변환에 의해 옮겨지는 것은 문제시되지 않는다. [292~293p]


- 소위 위상학이라 불리는 수학 분야는 -2차원과 관련해서- 때로 ‘고무판 기하학’이라고도 불린다. 왜냐하면 2차원 위상학은 도형들이 그려진 표면을 잡아늘이거나 비틀어도 변하지 않는 도형의 성질들을 연구하기 때문이다. [338p]


- 이렇게 기하학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적인 분야라는 것이 위상학의 본질이다. 쾨니히스베르크 다리 문제를 해결한 오일러의 착상으로부터 위상학의 주요 주제 중 하나인 연결망 이론이 생겨났다. 연결망 이론은 오늘날 여러 방면에서 응용된다. 통신망 분석과 컴퓨터 회로 디자인은 매우 두드러지게 연결망 이론을 이용한 두 사례이다. [341p]


- 평면 위의 연결망을 연구해보면 몇 가지 놀라운 결론을 얻을 수 있다. 그중 하나는 1751년 오일러가 발견한 오일러 공식이다. 평면 혹은 그 외에 임의의 2차원 표면에 있는 연결망에 대해서, 연결망의 모서리들이 표면을 분리된 영역들로 분할할 경우, 그 분할된 영역은 연결망의 면이라 일컬어진다. 임의의 연결망을 택하여 꼭지점의 개수(이를 V라 하자)와 모서리의 개수(이를 E라 하자)와 면의 개수(이를 F라 하자)를 세어보라.
이제 다음 계산값
V-E+F
는 그 값이 항상 1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결론은 대단히 놀라운 것임에 틀림없다. 당신이 그리는 연결망이 제아무리 복잡하거나 단순하다 할지라도, 또한 당신의 연결망에 아무리 많은 모서리가 있다 할지라도 위 계산값은 항상 1이다. 이 사실은 쉽게 증명된다. 이제 증명을 알아보자.
임의의 연결망이 있을 때, [그림 6-4]에서처럼 바깥으로부터 안쪽으로 나아가면서 모서리와 꼭지점을 차례로 지워보자. 외곽 모서리 하나를 지우면(모서리 양 끝에 있는 두 꼭지점은 그대로 둔다), E는 1만큼 작아지고, V는 변하지 않으며, F는 1만큼 작아진다. 그러므로 계산값 V-E+F에는 전체적으로 변화가 없다. E의 감소와 F의 감소가 서로를 상쇄하는 것이다. -중략-
이런 방식으로 지우기를 계속하면, 결국 단 하나의 고립된 꼭지점만 남게 된다. 가장 간단한 연결망으로 볼 수 있는 고립된 꼭지점 하나의 경우에는 계산값 V-E+F가 당연히 1이다. 그런데 이 계산값은 지우기 과정에서 불변이므로, 지우기 과정의 시작에서의 계산값과 끝에서의 계산값이 같을 것이다. 그러므로 지우기 과정 시작에서의 V-E+F 값은 1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증명이 완료되었다!
모든 연결망의 V-E+F값이 1이라는 사실은, 말하자면 평면 위에 있는 모든 삼각형의 내각의 합이 180도라는 사실과 유사하다. 삼각형들은 다양한 크기의 각과 다양한 길이의 변을 가질 수 있지만, 내각의 합은 항상 180도이다. 이와 유사하게 연결망들은 다양한 수의 꼭지점과 모서리를 가질 수 있지만, 계산값 V-E+F는 항상 1이다. 하지만 삼각형 내각의 합은 모양에 따라 결정되므로 내각의 합이 180도라는 사실은 기하학적 사실이다. 반면에 오일러 계산값 V-E+F는 모양에 전혀 의존하지 않는다. 연결선들은 직선이어도 좋고 곡선이어도 좋으며, 연결망이 그려진 표면은 평평해도 좋고 울퉁불퉁해도 좋고 심지어 접혀도 좋다. 또한 잡아늘이거나 줄일 수 있는 재료로 된 표면에 연결망이 그려져 있는 경우에는 잡아늘이거나 줄여도 V-E+F 값에 변화가 없다. [342~344p]


- 표면이 지니는 특성들과 주변 공간이 지니는 특성들은 서로 구분되어야만 한다. 이 둘을 서로 구분해야 할 필요성은 뫼비우스 띠와도 다른 또 하나의 띠를 고찰하면 분명해진다. 그 띠는 두 번 꼬아서(뫼비우스 띠처럼 한 번 꼬는 것이 아니라) 양끝을 붙인 띠이다. 이 새로운 띠는 원통형띠와 위상학적으로 같다. 왜냐하면 새로운 띠를 잘라서 꼬임을 푼 다음 다시 붙임으로써 원통형 띠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자르기 전에 근처에 있던 점들은 이 작업을 거친 후에도 그대로 근처에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작업은 전적으로 위상학적인 변환이다. [352p]


- 매듭의 복잡함을 정의하기 위해 수학자들은 한 매듭에 한 개의 양의 정수를 부여한다. 그 양의 정수는 매듭의 교차수(crossing number)라 불린다. 매듭 도안을 자세히 보면, 그 도안에서 교차가 일어나는 횟수-선이 겹치는 점의 개수-를 셀 수 있다(그림에서 선이 끊기는 횟수를 세어도 좋다. 그러나 교차수를 세기 전에 먼저 세 선이 한 점에서 교차하는 일은 없도록 매듭 도안을 적절히 그려야 한다). 교차수는 도안의 복잡함을 측정하는 척도가 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도안에서 센 교차수는 실제 매듭과 거의 관련이 없다. 문제는 이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교차수를 정의하려 한다면, 동일한 매듭에 무한히 많은 교차수가 부여될 수 있다. 매듭은 건드리지 않고 다만 고리를 한 번 꼬아놓으면 교차수가 1만큼 증가하게 된다. 이 조작을 반복한다면 동일한 매듭의 교차수를 얼마든지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매듭에서든 이런 방식으로 정의된 교차수의 최소값은 하나로 정해져 있을 것이다. 매듭의 복잡함을 측정하는 확실한 척도는 최소 교차수이다. 최소 교차수는 고리가 몇 번이나 인위적으로 교차되어 매듭을 만들었는지를 말해준다. 특정한 매듭 도안에서 몇 번 교차가 있는지는 중요치 않다. 예를 들어 트레포일의 교차수는 3이며, 리프 매답과 그래니 매듭의 교차수는 6이다. [382p]


- 결국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다름아니라 이런저런 패턴들을 인지한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391p]


- 샤로운 발전이 과거 이론을 반박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이미 지나간 것들 위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도 수학은 다른 과학 분야들과 구분되는 유일한 분야이다. 길고 긴 여정은, 피타고라스 정리와 디오판투스의 『산술학』에서 출발하여 페르마의 여백 노트를 지나 오늘날 우리가 가지고 있는 풍부하고 효율적인 이론에까지 이르고, 와일스의 최종적인 증명에서 정점을 이루며 마감된다. 무수히 많은 수학자들이 그 여정에 기여했다. 그들은 세계 전역에 살고 있었다(또한 살고 있다). 그들은 여러 다양한 언어를 사용했다(또한 사용한다). 그들 대부분은 서로를 만나지 못했다. 그들을 묶은 힘은 수학에 대한 사랑이었다. 여러 해 동안 서로가 서로를 도왔고, 다음 세대 수학자들은 전 세대의 생각을 수용하고 응용했다.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문화적으로 분리되어 있었지만 그들은 모두 단일한 기획에 참여했다. 이런 면에서 수학은 어쩌면 인류 전체에게 모범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406p]


- 통계 추론이란, 작은 표본에서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큰 집단에 대한 결론을 끌어내는 일을 말한다. 이런 추론에서 믿을 만한 결론이 얻어지려면, 표본이 집단 전체를 ‘대표’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표 표본을 선택할 수 있을까? [421p]


- 베르누이의 효용 개념을 이해하려면, 확률론이 다루는 또하나의 개념인 기댓값을 알아야 한다. 내가 당신에게 주사위 놀이를 제안한다고 가정하자. 만일 당신이 짝수를 던지면, 나는 당신에게 나온 수만큼 달러를 준다. 만일 당신이 홀수를 던지면 당신이 내게 2달러를 준다. 이 놀이에 대한 당신의 기댓값이란, 당신이 얻으리라고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얼마만큼인지를 나타내는 수치이다. 기댓값은 당신이 놀이를 반복했을 때, 한 게임에서 평균적으로 얻으리라고 예상되는 이득이다.
기댓값을 계산하려면, 각각의 가능한 결과의 확률과 그 결과가 나왔을 때 당신이 얻는 금액을 곱한 다음, 그 곱들을 전부 더하면 된다. [425p]


- 효용은 특정한 사건에 당신이 부여하는 가치를 나타내기 위해 도입된 개념이다. 그러므로 효용은 본질적으로 개인적인 문제이다. 효용은 한 개인이 특정한 결과에 부여하는 가치에 따라 결정된다. 당신의 효용과 나의 효용은 다를 수 있다.
얼핏 보기에는, 정확한 수학적 개념인 기댓값을 본질적으로 개인적인 관념인 효용으로 대체할 경우 더 이상 과학적 분석을 할 수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심지어 한 개인에 대해서도 효용을 나타내는 특정 수치를 정하기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르누이는 효용과 관련해서 의미 있는-또한 심오한-결론들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는 이렇게 썼다. “부의 작은 증가로 인해 생기는 효용은 이미 소유하고 있는 재화의 양에 반비례한다.” [428p]


- 통계 자료를 이해하는 데 우리는 대개 매우 무능하다. 수십만 년에 걸친 진화를 통해 우리는 많은 유용한 정신 능력들을 갖추었다. 여러 위험상황을 피하는 본능과 언어의 사용은 두 가지 분명한 예이다. 그러나 통계적 확률적 자료를 다루는 능력은 진화 속에서 얻어지지 않았다. 통계적 확률적 자료는 매우 최근에야 우리 삶에 등장한 요소들이다. 수량적 자료가 관련된 사안에서 우리는 흔히 수학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종 곡선에 대한 가우스의 연구 덕분에 우리는 확률론 기법들에 의지할 수 있다. 그렇게 해보면 우리의 직관이 때로 전혀 엉망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중략-
1. 아무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E의 발생확률
2. E가 발생했다는 증거
3. 그 증거의 신뢰도(즉 그 증거가 옳을 확률)
[434~435p]


- 골턴은 답을 얻었다. 평균으로의 퇴행은 무작위 효과 때문에 생긴다. 무작위 효과는, 부모가 자식에게 ‘특별한’ (즉 전혀 평균적이지 않은) 특징을 물려주는 경향성보다 강하게 작용한다. 마찬가지로 움직임을 무작위로 바꾸어놓는다면, 축구팀들 사이에서도, 야구 타자들 사이에서도, 교향악단 사이에서도, 그리고 날씨에서도 평균으로의 퇴행이 일어날 것이다. [444p]


- 보험, 주식 거래, 투자 등 현대의 위험(감수) 사업은 미래를 예측하는데 수학을 이용할 수 없다는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다. 물론 100%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자금을 어디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한지를 판단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할 만큼은 예측할 수 있다. 본질적으로 고찰하면, 당신이 보험에 들거나 주식을 매입할 때, 당신이 실제로 사들이는 것은 위험이다. 재정 시장의 기반을 이루는 윤리는, 당신이 더 큰 위험을 감수할수록 잠재적 보상은 더 크다는 것이다. 수학을 써서 위험을 제거할 수는 없다. 그러나 수학은 당신이 얼마나 큰 위험을 감수하게 되는지 일러주고, 당신이 적절하게 가격을 매기도록 도와줄 수 있다. [447p]


- 등식에 굵은 철자가 사용된 것은 벡터를 나타내기 위해서이다. 수학자들은 벡터를 표기하기 위해 표준적으로 굵은 철자를 사용한다. 벡터는 크기뿐만 아니라 방향도 가진 양이다. 뉴턴의 등식에서 힘 F와 가속도 a는 둘 다 벡터이다. 이 등식에서 힘과 가속도는 순전히 수학적인 개념이며, 좀더 세밀히 검토해보면 질량 역시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물리적’ 실재성이 적은 개념임이 드러난다. [458p]


- 오늘날 우리는 빛이 실제로 전자기 복사파의 한 형태라는 것과, 매우 폭넓은 전자기 복사파의 형태가 있음을 안다. [47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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