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의 나

지은이 / 아사오 하루밍 | 옮긴이 / 이수미

by Joong

3시의 나
초판 1쇄 인쇄 2013년 2월 11일
초판 1쇄 발행 2013년 2월 18일
지은이 아사오 하루밍
옮긴이 이수미
펴낸곳 (주)북노마드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 파주출판도시 513-7)


- 프롤로그
『3시의 나』는 2010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1년간 매일 오후 3시에 내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그림과 글로 기록한 책입니다.
연초에 ‘올해 1년은 매일 같은 시각에 같은 일을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한 가지 일을 지속해보자는 뜻이지요. 어디에 있더라도 내 본연의 자세를 흩트리지 않겠다는 결심이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매일 3시에 간식을 먹겠다고 정했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간식을 먹습니다. 회의중에도, 높은 사람을 취재할 때도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간식 시간이라서요”라고 양해를 구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친구가 그러면 사회생활이 어려워진다고 충고하더군요.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매일 3시에 내가 무엇을 했는지 꾸준히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3시의 나’를 1년간 365장의 그림과 글로 표현하는 것이지요. 나는 매일 3시를 미리 계획하지 않고 내키는 대로 행동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 되돌아보면 일종의 흐름이나 패턴이 떠오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순간을 위해 ‘3시의 나’를 멈추지 않습니다. 비슷비슷한 하루이지만 이 기록을 통해 진정한 나다움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라며.
- 마음 편하기로는 U커피가 최고인데, 너무 자주 가서 몇 시간씩 죽치고 있는 것도 미안하니, 한쪽에 치중하지 않고 번갈아가며 방문하고 있다. [23p]


- 바겐세일은 봄과 가을에 열리는 여자들의 운동회 같은 것. 열정이 솟아오른다. [24p]


- 트위터를 보고 있다. 사람마다 글을 올리는 시간대가 거의 정해져 있는 것 같다. 밤에 올리는 사람은 늘 밤에만……. 오전중에 계속 글을 올리는 사람은 대체 언제 일하는 걸까? 나도 주로 심야에 하는 편이다. 이 마을 어딘가에 컴퓨터를 향해 말을 거는 사람이 있다. 나는 그들을 밤의 가족으로 여긴다. [45p]


- 집에 복사기 점검하는 사람이 왔다. 내 집에 남자가 있다. [50p]


- 재택근무 일러스트레이터의 사전엔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이 없다. 강도 흙도 풀도 없는 메마른 시간만이 계속된다. 1미터 앞만 보며 걸어가는 나날. [61p]


- 트위터를 보고 있다. 엄청난 속도로 시간을 도둑맞는 기분이다. 트위터를 아직 시작하지 않았을 때는 이만큼의 시간을 어디에 썼는지 이제 기억도 나지 않는다. 매일같이 걸었던 골목길의 한 구역이 갑자기 공터가 되었을 때, 그 장소에 어떤 건물이 서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것과 비슷한가? [67p]


- 이렇게 돈이 많이 드는 미트 소스 스파게티는 처음이다. 고급스러운 맛. 엄마가 유명 여배우인 아이는 늘 이런 음식만 먹는지도 모른다. 비일상적인 일상의 식사였다. [87p]


- 트위터를 보고 있다. 눈은 컴퓨터. 손은 마우스. 무릎은 고양이에게 지배당한 오후 3시. [111p]


- 예전에 근무했던 회사의 사장이 “아사오 씨. 이거 살까 말까 망설여지는 책이 있죠? 책이란 건 좋은 페이지가 한 장이라도 있으면 사야 되는 거예요. 나중에 반드시 사길 잘했다고 생각하게 되죠”라고 말했는데, 나는 지금도 그 교훈을 지키고 있다. [152p]


- 다이칸야마에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가게에 옷을 사러 간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 나오는 남자가 입을 것 같거나 입으면 어울릴 것 같은 옷을 팔기 때문에 마음대로 그렇게 부르고 있다. [173p]


- 취재처에서 좋은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 어떤 글을 써야 할지 고르기가 어려운 상태. 마감이 다가오니 이제 여기까지만 하고 나머지는 잘라내자. [234p]


- 마루노우치선 열차 안에 있다. 어떤 여자가 만찬회에나 입을 듯한 감색 드레스를 손잡이에 걸어두었다. 지극히 평범한 여성에, 미인 축에 들 만한 외모였다. 본인은 드레스를 칸막이 삼아 의자에 앉아서 조용히 책을 읽고 있다. 참으로 부자연스러운 공부방이다. 겉모습이 괴짜로 보였다면 그래도 납득이 갈 것이다. 그런데 한눈에도 고상해 보이는 여성이라 어떻게 판단하면 좋을지 어리둥절했다. 이 사람의 등뒤에 과연 어떤 인생이 숨어 있을까? [260p]


- 영화가 끝나고 이렇게 욕하는 시간이 더 즐거웠다. [311p]


- 작업 진행 정도는 옆 사람이 수다쟁이인지 아닌지로 결정된다. [324p]


- 고양이 일러스트와 씨름하고 있다. 일러스트를 그리다보면, 외부와 관계에서 내가 어떤 입장을 취햐애 하는지,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기분은 늘 시소를 탄다. 이 정도면 되는지 거리감을 끊임없이 확인하면서 일러스트를 조금씩 완성해가는 과정. 몸에서 나오는 것에만 의지하다간 금세 벽에 부딪혀 버린다. [34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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