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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이노우에 타케히코 | 옮긴이 / 서현아

by 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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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15일 초판 인쇄
2013년 1월 25일 초판 발행
저자 : Inoue Takehiko
역자 : 서현아
발행처 : (주) 학산문화사 (서울특별시 동작구 상도1동 777-1)


- 사람의 인생은 술술 풀리기보다는 주춤거리는 순간의 연속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누군가와 만나거나 마음을 나누거나, 고민하거나, 좌절하거나, 때로는 혼잣말을 하는 등, 그런 사건 하나하나가 모두 중요한 스토리니까 뭐는 메인이고 서브라고 나눠서 생각할 수 없죠. [21p]


- 얼굴은 나중에 따라오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선해 보이느냐 악해 보이느냐, 그 정도밖에 정해 두지 않습니다. 어떤 인물이든 그 사람다움은 나중에 점점 살이 붙어 가고, 그렇게 해서 캐릭터의 개성이 강해지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일상생활에서도 ‘이 사람이 이런 얼굴이었던가?’ 싶어질 때가 있잖아요? 처음에는 거북하게 느껴졌던 사람이 어느 순간부터 그런 느낌이 사라지고, 자기가 보는 그 사람의 표정, 얼굴 자체가 달라지는 것 말입니다. 그런 경험은 누구나 있을 거예요. 만화 캐릭터를 만드는 것도 그와 비슷하죠.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그리던 입, 눈, 눈썹 등의 세부를 점차 감정을 실어 가며 그리게 됩니다. 작가인 나 자신도 그 캐릭터의 인물상을 그리면서 알아 가요. 그렇게 알아 가면서 ‘아, 이 사람은 이렇게 눈이 맑았구나’, ‘이렇게 입매가 야무진 사람이었구나’ 하는 식으로 점점 얼굴의 각 부분이 두드러지고, 그렇게 하면서 한 인물의 얼굴이나 표정, 자세나 행동거지가 확정되어 갑니다. 제 만화는 나중에 다시 읽어보면 누구나 처음 등장했을 무렵에는 얼굴이 애매모호할 거예요. [51~52p]


- 당연히 나는 겪어 보지 못한 일이니, 그만큰 「리얼」은 공들여 취재를 했어요. 「베가본드」를 만드는 것과는 전혀 다르게 「리얼」은 ‘보통 창작 작업’이라고 하면 될까요? 몇 가지 재료가 눈앞에 있고, 나는 그걸 요리한다고 할까, 조립을 하죠. 그런 공정이 「리얼」입니다.
「베가본드」는 좀 더 개인적이에요. 거기에는 방정식 같은 게 없고, 내가 만화를 그리는지 뭘 하는지도 알쏭달쏭한 감각이죠. 더 자세히 말하면 「베가본드」는 산속을 달리거나 강에서 헤엄치는 듯한 행위에 가까워요. 룰이 없고, 그렇지만 자기가 가진 것은 모두 써야 하죠. 자기가 가진 것을 모든 국면에서 사용한다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더 피곤해지겠지만. [11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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