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 조지프 르두 | 옮긴이 / 강봉균
시냅스와 자아(SYNAPTIC SELF)
신경세포의 연결 방식이 어떻게 자아를 결정하는가?
Copyrights - 2002
초판 1쇄 펴낸날 2005년 10월 28일
초판 4쇄 펴낸날 2007년 1월 20일
지은이 조지프 르두(Joseph LeDoux)
옮긴이 강봉균
펴낸곳 도서출판 소스(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
감사의 글
- 이 책의 밑바탕에 깔린 근본적인 주장은 ‘당신은 당신의 시냅스다’라는 명제다. 시냅스는 뇌세포들 사이의 간격을 말하지만, 여기에는 더 많은 것이 들어 있다. 시냅스는 뇌세포들 사이의 통신채널이며, 뇌가 하는 대부분의 일을 수행하는 수단이다. [5p]
- 내 아내인 프린세탈은 예술비평가이며 환상문학 작가다. 그녀는 항상 단어를 아껴 쓰고 반복을 피하도록 나를 자극했다. 그녀는 매번 잘 깎인 연필을 들고 (가끔은 나에게 화를 내면서) 이 원고를 읽고 또 읽었다. [5p]
- 참고 : www.cns.nyu.edu/home/ledoux [7p]
- 수십 년 전 인지과학이 대두되면서 이 주제에 대한 많은 연구가 폭발적으로 이뤄져 왔고 그에 따라 많은 저술들이 출현하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러한 노력들이 ‘의식’이라는 현상에 초점을 맞추어 ‘마음(정신)’을 분석하고자 하였다. 의식을 만드는 인지과정을 이해하면 마음(정신)의 비밀이 다 풀릴 것처럼 여겼다. 따라서 인지과정과 마음(정신)이 같은 등식인 양 취급되었다.
이 책의 저자인 신경과학자 조지프 르두는 여기에 강력히 반발하며, 자아의 근본을 형성하는 마음(정신)에는 인지과정 외에도 감정과 동기(의욕)가 같이 어우러져 있다고 주장한다. [9p]
1 위대한 질문
- 퍼스낼러티에 대한 나의 생각은 매우 간단하다. 그것은 당신의 자아, 즉 ‘당신임’의 본질은 당신의 뇌 안에 들어 있는 뉴런들 사이의 상호연결 패턴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냅스라 부르는 뉴런과 뉴런 사이의 접합부는 뇌에서 정보의 흐름과 저장이 일어나는 주 통로다(그림 1.1). 뇌가 하는 대부분의 일은 뉴런들 사이의 시냅스전달과, 과거에 시냅스들을 거쳐 간 암호화된 정보의 소환을 통해 수행된다. [17p]
- 한 가지 사실에서부터 출발해 보기로 하자. 인간인 미리 조립되어 나오는 존재가 아니라, 삶이라는 접착제로 단단히 이어 붙여진 존재다. 그리고 한 명 한 명 구성될 때마다 다른 결과가 발생한다. 그 까닭은 첫째 우리가 저마다 다른 유전자 세트를 가지고 출발하기 때문이며, 둘째는 우리가 저마다 다른 경험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공식에서 흥미로운 것은 본성과 양육이 모두 우리다움에 이바지한다는 점이 아니라, 실은 두 가지가 같은 말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 요인 모두 궁극적으로는 뇌의 시냅스 조직을 조형함으로써 마음과 행동상에 모종의 결과를 만들어 낸다. 저마다의 뇌 안에 존재하는 시냅스연결의 특정한 패턴과 이런 연결들에 의해 암호화된 정보가 곧 그가 그인 열쇠다. [18~19p]
- 그런데 유전자들은 어떻게 개별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가? 간단히 말해, 유전자는 뉴런들의 배선 방식을 결정하는 단백질들을 만들어 냄으로써 개별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유전자와 실제 행동에서의 유전자 표현 사이에는 여러 단계들이 있는데, 이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유전자에 의한 신경계 조직의 조작이다. 동물육종 전문가들은 신중하게 개체를 골라 몇 세대만 교배시켜도, 이를테면 어떤 혈통의 개를 순하게 만들거나 사납게 만드는 등 그 후손의 행동특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이와 같이 육종전문가들이 개의 행동을 조작하는 과정은 실은 뇌의 시냅스 조직을 조작하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 연결부가 덧보태지거나 저곳에 신경전달물질이 늘어나거나 줄어들면 동물들의 행동이 달라진다. 뇌의 기본 배선도가 유전자의 영향 아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우리는 동물들뿐만 아니라 인간도 생의 출발점부터 한편으로는 매우 비슷하고 한편으로는 너무나 다른 뇌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뇌의 시냅스 배열에 작용하는 유전자의 힘은 최소한 어느 정도까지는 우리가 행동하고 생각하고 느끼는 방식을 결정한다. 인간복제를 둘러싼 일부의 희망과 또 다른 일부의 두려움은 우리의 겉모습뿐 아니라 우리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데 유전자가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 것이다. [20~21p]
- 그러나 유전자는 마음과 행동 기능들의 대체적인 윤곽만을 형성시키는바, 기껏해야 주어진 특질의 50% 정도만을 설명할 뿐이며, 많은 경우에는 거기에도 훨씬 못 미친다. 유전이 우리를 특정한 방향으로 이끌지만, 다른 많은 요인들이 한 사람의 유전자가 어떻게 표현될지를 명령한다. [21p]
- 본성과 양육이 어떻게 나다움을 형성하는가에 대한 의문은 이 두 가지의 작동에서 시냅스가 열쇠라는 사실을 떠올리는 순간 단순해진다. 예금을 할 때 자동입출금기를 이용하건 창구를 이용하건 내 계좌에 돈이 들어가는 것은 똑같다. 본성과 양육도 비슷하게 기능한다. 이 둘은 뇌의 시냅스 장부에 저축하는 두 가지 다른 방식일 뿐이다. [22~23p]
- 이와 같은 정보처리 과정이 뇌에 설계되는 데는 두 가지 기본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첫째는 두 개의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으로, 한 개의 시스템은 동물 고유의 종에 특징적인(선천적 혹은 유전적으로 프로그램된) 위험들에 대한 반응을 맡고, 다른 한 개의 시스템은 각 개체가 살아가는 동안 경험하는 새로운 사실들의 학습을 맡는 것이다 두 번째 방식은 한 개의 시스템이 두 가지 상황을 모두 맡는 것으로, 여러 실험결과들은 바로 이것이 뇌가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임을 보여준다. (그림 1.3).
편도체amygdala라고 불리는 뇌의 한 영역에 손상이 생기면, 쥐의 경우 고양이와 맞닥뜨리거나 소리를 들어도 더 이상 얼어 붙지 않는다. 편도체는 위험한 상황에서 얼어붙는 행동이나 그 밖의 방어반응들을 관장하는 뇌 시스템의 한 부분이다. 편도체의 시냅스들은 자연에 의해서는 고양이에 반응하도록, 경험에 의해서는 학습된 위험들에 동일한 방식으로 반응하도록 배선되어 있다(그림 1.4). 이것은 놀랍도록 효율적인 방법이다. 새로운 위험에 대해 학습할 때마다 거기에 맞춰 일일이 별도의 시스템들을 만들 필요 없이, 진화과정에서 기왕에 배선되어 있는 시스템들을 경험에 따라 변형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뇌는 진화과정에서 정교하게 조정된 반응 방법들을 활용하여 새로운 위험들이 대처할 수 있다. 기왕에 배선된 자극들이 사용하던 뇌회로에 새로운 자극이 포함되도록 시냅스를 치환하기만 하면된다. [24~26p]
- 기본 배선도는 단순하다. 외부세계의 정보를 시냅스를 통해 편도체로 전달하기, 편도체에서 시냅스를 거쳐 나가는 외부세계에 대한 반응행동들을 통제하기, 이것이 배선도에 포함되어야할 내용이다. 편도체가 입력을 통해 위험을 감지하면 편도체의 출력이 나선다. 그 결과가 얼어붙기, 혈압과 심박동의 변화, 호르몬 분비, 그 밖의 위험에 대처히가 위해 미리 프로그램된 방법들 혹은 방어행위를 지원하기 위한 신체의 다양한 생리작용인 온갖 반응들이다. 지금까지 연구해 오면서 공포시스템은 임박한 신체 손상을 비롯한 위험들을 경고하는 자극들에 관한 정보를 학습하고 저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 이용해 왔다. [27p]
- 뇌의 대부분의 시스템들은 가소적plastic이다. 말하자면 경험에 의해 변형될 수 있다. 이 말은 여기에 가담된 시냅스들이 경험에 의해 변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공포의 예에서 보듯이, 학습은 그 시스템들이 애초에 설계될 때 목표로 했던 기능이 아니다. 그것들은 원래 다른 일들(위험 감지하기, 먹이와 배우자 찾기, 소리 듣기, 원하는 물체를 향해 손발 움직이기)을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학습(시냅스의 가소성)은 그것들이 자신들의 임무를 좀더 잘 수행하도록 도와주는 특징일 뿐이다. [27~28p]
- 학습과 기억과정이 없다면 퍼스낼러티란 단지 황량하고 텅 빈 우리 유전자 구조의 껍데기일 뿐이다. 학습 덕분에 우리는 우리 유전자들을 뛰어넘는다. 소설가 살만 루시디가 말했듯이, “우리에게 자신이 누구인지를 가르쳐 주는 것은 인생이다.” 우리의 유전자들은 우리가 행동하는 방식을 한쪽으로 기울게 한다. 그러나 우리가 하는 일들과 우리가 그 일의 방식들을 책임지는 뇌의 시스템들은 학습에 의해 결정된다. -중략- 오늘 암호화하고 저장한 정보가 내일 그것들이 기능하는 방식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28~29p]
-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의식이 어떻게 뇌에서 나오느냐”가 아니라 “우리 뇌가 어떻게 우리를 우리로 만드느냐”다. [31p]
- ‘무의식unconscious'이란 사실 모호한 단어다. 어떤 이들은 그것을 프로이트 이론의 억압된 기억을 지칭하는 데 쓰고, 어떤 이들은 혼수상태에 있을 때, 머리를 부딪친 후에, 곤드레만드레 술에 취한 상태에서 일어나는 일을 지칭할 때 쓴다. 내가 방금 얘기한 ’무의식‘은 이런 정의들과는 무관하다. 내가 말한 ’무의식‘의 의미는 뇌가 하는 일 가운데 의식이 닿지 않는 많은 일들을 뜻한다. [32p]
- 의식은, 즉 최소한 우리가 자신의 마음 상태에 대해 얘기할 때 뜻하는 그러한 종류의 의식은 진화 역사상 최근에 뇌에 개발된 것으로서, 이미 존재하고 있던 일체의 뇌 작용들 위에 얹혀 있다. 따라서 뇌의 무의식적 작동은 동물왕국의 진화 역사를 통틀어 예외가 아니라 규칙이다. [32p]
- 그러나 많은 경우 의식은 사후에 통보받는다. 예를 들어 누군가 당신에게 말을 건네면 당신은 들리는 구절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단어들의 소리(음운론), 단어들의 의미(의미론), 단어들 사이의 문법적 관계(통사론)를 파악하고, 세계에 대한 당신의 지식(화용론)을 바탕으로 그 문장의 의미를 해독한다. 당신은 통상 이러한 작업들을 지각하지 않은 채 그냥 한다. 결국 그 사람이 당신에게 말한 바를 의식적으로 알게 되지만, 당신이 그 문장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해준 과정들에 의식적인 접근을 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당신이 어떤 문장을 말할 때도 종종 의식적인 사고 없이 똑같은 과정들을 거친다. 물론 이번에는 당신은 청자가 아니라 발화자다. 세상을 지각하고, 사물과 사건에 주목하고, 기억하고, 상상하고, 생각하는 이 모든 우리의 능력들은 이와 매우 흡사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결국 이런 과정들은 심리적 또는 인지적 무의식으로 불리어 왔으며, 우리 정신생활의 많은 부분들을 담당한다. [33p]
2. 자아를 찾아서
- ‘퍼스낼러티’ 또는 ‘자아’가 뜻하는 바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들이 있는데, 그 가운데 윌리엄 제임스는 “가장 넓은 의미에서 … 한 인간의 ‘자아’는 자기 것이라 부를 ‘수 있는’ 모든 것들의 총합이다. 자신의 육체와 영적인 힘은 물론이고 옷, 집, 아내, 아이들, 조상들, 친구들, 주위의 평판, 직업, 소유한 땅과 가축, 요트, 은행계좌까지 모든 것이 여기에 포함된다. … 이것들이 번지르르하고 풍요로우면 승리감을 느끼고, 보잘것없고 초라하면 버림받은 느낌을 갖게 된다. 각각이 가져다주는 느낌의 정도는 다를지라도 작용방식은 대단히 비슷하다”라고 제안했다. [35p]
- 그런데 만약 ‘물리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이 완전히 다른 실체라면 어떻게 의식의 영혼(정신적인 것)이 물리적인 육체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는가? 데카르트의 대답은 의식적인 영혼의 실체는 송과선pineal gland이라고 부르는 뇌의 작은 부위에 의해 물리적인 육체와 상호작용한다는 것이었다. -중략-
데카르트의 구도에 따르면 비물리적인 영혼은. 사실상 물리적인 육체는 물론이고 신과 소통하는 이중의 기능을 한다. 이러한 물리적 실체와 비물리적 실체 사이의 상호작용은 바티칸이 후원한 학술대회에서 신학자들이 극복하고자 했던 문제, 즉 어떻게 신이 인간들과 소통할 수 있는가에 대한 정확한 대답이 될 수 있겠다. 그러나 우리의 관심은 신학적 질문(어떻게 신이 영혼과 상호작용하는가)이 아니라, 철학적인 질문(마음은 어떻게 육체와 상호작용하는가)이 아니라, 철학적인 질문(마음은 어떻게 육체와 상호작용하는가)에 있다. 이 철학적 질문에 대한 데카르트의 접근방식과 그가 제시한 해법(뇌 안에서 벌어지는 마음과 육체 사이의 상호작용)은 ‘마음-육체 문제’로 불리며 이후 수많은 철학자들로 하여금 골머리를 앓게 만들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나는 이 책의 논의와 관련된 두 가지 점을 지적해 두고자 한다.
첫째, 마음을 의식과 등치시킴으로써 데카르트는 마음-육체 문제를 ‘의식과 뇌의 관계’라는 측면에서 바라보게 만들었다. 마음-육체 문제에 대해 생각할 때, 마음 전체가 아니라 마음의 한 측면에만 관심을 두는 전통적인 관념이 여기서 시작되었다. 사시 ㄹ뇌가 하는 대부분의 일은 전통적인 마음-육체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 현대 철학자들 가운데는 데카르트보다 넓은 관점을 가지고 뇌기능의 몇 가지 무의식적인 측면들도 정신생활에 기여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들도 그러한 무의식적 측면들을 철학적 관심사가 되기에는 너무 ‘쉬운 문제들’로 여긴다. 이 장의 후반부에서 드러나겠지만, 나는 자아의 묵시적이고 무의식적인 측면들도 인간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행위의 이유를 해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아니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둘째, 마음-육체 문제라는 철학적인 질문과, ‘뇌가 어떻게 마음을 만들어 내는가’라는 신경과학적인 질문을 구분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철학자들은 결국 이 문제에 대한 철학적 대답을 추구하며, 자연에 존재하는 근본 실체들(물질과 마음) 사이에 존재할 수 있는 가능한 관계들을 논리적으로 다룬다. 반면에 신경과학자는 이 문제에 대해 물질적 입장이 옳다는 전제에서 출발하여, 어떻게 뇌가 마음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이해하려 한다. 사실 오늘날에는 많은 철학자들이 물질론의 일부 견해를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설령 이러한 흐름이 역전되어 이원론(마음과 육체를 별개의 실체로 보는)이 철학의 주류가 된다 하더라도 신경과학자들이 할 일이 없어지진 않을 것이다. 뇌과학자들은 결국 철학이 아니라 뇌를 연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신경과학자의 길과 철학자의 길이 만난 적이 없다거나 만날 일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두 길은 가끔 교차했으며, 그럴때마가 서로가 서로를 깨우치기도 하고 때론 서로 화를 내기도 했다. [41~43p]
- 다른 동물들이 인간의 의미에서 의식적이지 않다고 해서 그들이 단순히 바위나 의지 같은 사물이 아닌 것은 자명하다. 그들은 신경계를 지닌 살아 있는 피조물이며, 바위나 의자와는 달리 물질세계와 상호작용하며 몸을 지니고 있다. 인격, 즉 의식적 자아 개념은 인간성과 관련된 이슈들을 평가하는 방법으로서는 쓸모 있을지 모르지만, 동물 조상들로부터 이어져 오는 맥락 속에서 우리 존재를 이해하려는 다용도용으로 사용하기에는 별 볼일 없는 개념이다. 게다가 우리는 비인간 생명체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뇌의 작동원리의 여러 측면들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뇌를 포함한 인간 몸의 진화적 뿌리를 인식할 수 있는 개념이 필요하다. [48p]
- 결국 자아란 진화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해야 할 관념이다. 인간이 뇌에 의해 가능해진 자아의 독특한 측면을 가지고 있다면 다른 동물들 역시 그들만의 뇌에 의해 가능해진 또 다른독특한 자아를 가지고 있다. 인간의 뇌 안에서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많은 시스템들은 다른 종들의 뇌 안에도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많은 시스템들은 다른 종들의 뇌 안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하며, 이러한 점에서 자아의 무의식적 측면들 가운데는 동물 종들에 공통된 것들이 많다. 뇌가 비슷할수록 더 많이 겹친다는 것도 자명하다. [49p]
- 그러나 20세기 초에 이르러 몇몇 심리학자들이 어느 한 개인의 의식적 경험은 오로지 그 자신만이 알 수 있는 것으로서 타인에 의해 검증될 수 없으며, 따라서 이 방식은 결코 과학적 연구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런 주장이 받아들여지면서 결국 행동주의를 낳게 되었는데, 심리학이 과학적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내면의 상태들이 아니라 관찰 가능한 사건들(행동반응들)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 행동주의의 전제였다. 행동주의 일파는 방법적 행동주의자들로 그들은 의식의 존재를 꼭 부정한 것은 아니었고, 다만 연구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믿었을 뿐이었다. 이에 반해 급진적 행동주의자들은 의식의 존재 자체를 사실상 부정했다. 그들에게 정신상태란 한 방식 또는 다른 방식으로 행동하는 경향성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환상일 뿐이었다. 라일 같은 철학자들은 마음-육체 문제를 풀기 위해 급진적 행동주의를 채택했다. 그는 마음을 완전히 제거하고 물리적 육체만을 물리적 용어로 설명하려 했다. 라일은 정신상태를 ‘기계 속의 유령ghost in the machine'이라고 불렀다. 그리스 비극의 한 수법인 ’데우스 엑스 마키나‘에서 따온 이 말은 인간들의 문제를 풀기 위해 천상에서 지상으로 내려온 신을 지칭한다. [50~51p]
- 20세기 중반 몇몇 과학자들에게는 컴퓨터에 의한 연산수행 방식과 인간의 문제 해결 방식이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다. 이런 생각은 브루너와 밀러 같은 통찰력 있는 심리학자들을 사로잡았고, 여기서 심리학에 대한 인지적 접근방식이 등장했다. 그들은 정보를 처리하는 내적 메커니즘에 역점을 두었다. 이것은 마음이 소거된 행동주의의 멋진 대안이었으며, 마침내 인지학파는 행동주의를 몰아내고 마음을 심리학에 복귀시켰다.
그러나 돌아온 마음은 행동주의자들이 추방했던 그 마음이 아니었다. 행동주의자들이 반대했던 것은 마음의 내용(예를 들어, 빨간색에 대한 경험)에 대한 자기분석주의자들의 강조였다. 그러나 인지과학자들은 의식의 내용이 아니라 마음의 과정mental process을 연구했다. 그들은 색깔을 경험한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관심을 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색깔을 탐지하고 구별하는가에 관심을 두었다. [51~52p]
- 첫째, 그 정의대로 인지과학은 마음의 한 부분에 한정된―인지적 측면에 한정된―과학이지 마음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과학이 아니다. 제7장에서 보겠지만 마음은 인지, 정서(감정), 의욕(동기)의 3부작으로 구성된다는 것이 전통적인 견해다. 인지과학을 인지의 과학으로 본다면 인지과학에서 감정과 동기를 연구하지 않는 것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인지과학을 마음의 과학으로 본다면 이것은 심각한 결함이다. 감정과 노력이 배제된 마음(인지과학에서 전통적으로 연구해온 그 마음)은 인지심리학자에 의해 제기된 특정한 문제들을 해명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자아의 정신적 기초로서는 어울리지 않는다. 인지과학에 의해 설정된 마음 모델은 이를테면 장기를 잘 두고, 속임수까지 잘 부릴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된 마음이다. 그것은 속임수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도 않고, 사랑이나 노여움 또는 두려움 때문에 동요되지도 않는다. 경쟁심, 시기심, 동정심 따위에 의해 동기가 부여되지도 않는다. 마음이 어떻게 뇌를 통해 ‘나’를 만들어 내는지를 이해하려면 마음 전체를 보아야 하며, 사고작용에 관여하는 부분들만 보아서는 안 된다.
인지과학의 두 번째 결함은 다양한 인지과정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여 마음을 형성하는지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각, 기억, 사고작용을 이해하는 데 많은 진전이 있긴 했지만 이들이 어떻게 협동적으로 작동하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밝혀낸 바가 없다. 마음의 3부작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자아를 이해하려면 여러 인지과정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뿐만 아니라 감정과 동기까지 아울러서 이것들이 인지과정들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나아가 그것들 간에는 어떤 상호작용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까지도 밝혀내야 한다. 희망, 두려움, 욕망은 생각과 지각과 기억에 영향을 미친다. 마음의 과학은 이러한 복잡한 과정들을 밝혀내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인지과학은 우리 대부분에게서 전형적인 마음의 작동방식을 다룰 뿐 우리 개개인에 독특한 작동방식을 다루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모두 동일한 두뇌 메커니즘에 의해 중개되는 동일한 정신과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과정들과 메커니즘들이 작동하는 방식은 우리 개개인의 유전적 배경과 삶의 경험들에 의존한다. [53~54p]
- 우리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의식적으로 알고 있는 것들은 자아의 명시적 측면들을 구성한다. 이것들이 바로 우리가 흔히 자아자각self-aware이라는 용어로 가리키는 것이며, 우리가 자아 개념이라고 부르는 것들을 구성한다. 자아심리학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이 바로 이것들이다. 반면에 자아의 묵시적 측면들은 속성상 접근이 불가능하거나 몹시 어려워서 의식이 곧바로 동원할 ‘나’의 다른 모든 측면들이다. 묵시적 자아는 모든 동물들이 가지고 있지만, 명시적 자아는 자아에 대한 의식적 자각 능력이 있는 동물들만이 가지고 있다(바로 이 때문에 애완동물들이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그들이 인간적 의미에서의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59~60p]
- ‘명시적’ 혹은 ‘묵시적’ 따위의 용어들 자체도 완전히 중립적이지는 않다. 그것들은 기억 연구에서 빌려 온 것들로, 기억 연구에 따르면 명시적이고 의식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억들을 형성하는데 관여하는 뇌 시스템은 의식적 자각 없이 묵시적으로 정보를 학습하고 저장하는 여러 뇌 시스템들과 구별된다. 사실 대부분의 뇌 시스템들은 가소적plastic이고 의식 바깥에서 작동하므로 묵시적 기억시스템, 더 정확히 말하면 묵시적으로 특정한 종류의 정보들을 저장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볼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경험이 ‘나’의 형성에 기여한다는 의미에서 명시적·묵시적 기억은 자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중요한 메커니즘이다. 명시적 시스템들에 의해 학습되고 저장되는 자아의 측면들은 자아의 명시적 측면들을 구성한다. 자아를 자각한다는 것은 장기기억에서 ‘나’에 대한 정보를 불러내 생각의 중심에 위치시키는 것이다. 반면에 묵시적 시스템들에 의해 학습되고 저장되는 자아의 측면들은 자아의 묵시적 측면들을 구성한다. 우리는 의식적으로 자각하지는 못해도 우리의 자아에 관한 이러한 정보들을 상시적으로 이용한다. 특징적인 걸음걸이, 독특한 언어습관, 사고방식, 감정방식들이 다 과거의 경험을 발판으로 삼아 기능하는 시스템들의 작동에 의해 나타는 것들이지만, 우리는 이런 작동들을 자각하지는 않는다. [60~61p]
- 자아는 정적이지 않다. 유전적 성숙, 학습, 망각, 스트레스, 노화, 질병 등에 의해 가감된다. 이 점에서는 자아의 명시적 측면과 묵시적 측면들이 같은데, 매 순간 혹은 비슷하게 혹은 다르게 영향을 받는다. [62p]
- 심리학의 대립되는 주장들이 다 그렇듯이 상황 관점과 특질 관점은 둘 다 일리가 있다. 특정한 성격에 대한 유전자의 역할이 클수록 그러한 특징이 상황과 무관하게 일관성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우리의 행동방식에 미치는 상황의 영향도 그 상화이 무엇이냐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붉은 신호등에서는 공격적인 사람이나 온순한 사람이나 다 멈춰 서지만, 노란 신호등으로 바뀌려고 할 때는 성격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공격적인 사람은 가속페달을 밟는다). [65p]
3 가장 설명하기 어려운 장치
- 이런 조악한 실험을 통해 알게 된 것은 후뇌는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매우 기본적인 기능들을 조절하고, 중뇌는 깨어 있게 하고 대략적이고 부분적인 행동반응들을 유지하는 데 관여한다. 뇌 손상이 초래하는 이러한 효과를 감안할 때, 전뇌(사고와 문제 해결에 필요한 뇌 부위)가 포유류와 다른 척추동물들 사이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영역이고 후뇌(생명에 필요한 부위)는 가장 작은 차이를 보인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 부위들은 모든 척추동물들에 다 있으며, 진화적으로 가장 큰 발전을 보인 전뇌구조조차도 모든 척추동물 종들에게 적용되는 공통의 설계를 따르고 있다. [72p]
- 같은 종 내에서 피질 조직의 유사성은 놀라울 정도다. 초기 해부학자들은 언뜻 보기에 아무렇게나 생긴 것처럼 보이는 피질의 주름들이 실은 모든 사람들에게 일관되기 때문에, 신피질의 여러 영역들을 확인하기 위한 이정표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놀라운 사실은 주름에 의해 구획된 영역들이 특정 기능을 수행하며, (다른 피질들이나 피질 아래에 자리 잡고 있는 다른 영역들과의 시냅스연결을 통해) 정신생활과 행동의 다양한 측면들에 관여한다는 것이다. [74p]
- 이런 관점은 그 당시로서는 대단히 선진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프로이트는 뇌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지난한 일임을 일찌감치 깨닫고, 급한 성격대로 마음에 대한 신경과학적 이론을 포기하고 순수심리학 이론을 선택하게 된다. 그 이후는 역사에 나와 있는 대로다. [78p]
- 과연 하나의 뉴럭에서 뻗어 나오는 가는 섬유들은 주변 뉴런들과 물리적으로 직접 닿아 있는 것이 아니라 작은 공간, 즉 시냅스 공간을 사이에 두고 서로 떨어져 있었으며, 뇌는 이 공간을 넘나들며 자신의 일을 수행하고 있었다. [79p]
- 뉴런은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그 하나가 세포체다(그림 3.2.). 세포체는 유전물질을 저장하고 세포의 생존에 필요한 단백질이나 기타 분자들을 만들어 내는 등 세포의 기본 기능들을 유지하는 데 관여한다. 세포체는 다른 세포들과 대체로 비슷한 일을 한다. 뉴런이 다른 세포들과 뚜렷이 구별되는 차이점은 뉴런에서 돌출되어 나와 있는 신경들이다. 세포체로부터 뻗어 나와 있는 이 섬유들은 뇌가 다른 기관들처럼 서로 분리되어 있는 세포들로 구성되어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놓고 격론이 벌어지게 만든 19세기 혼동의 씨앗이다. 신경섬유들은 전화선과 비슷하다. 이들에 의해 뇌의 한 영역에 있는 뉴런이 다른 영역에 있는 뉴런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이런 연결들에 의해 시간과 장소에 따라 특정한 목표를 수행하기 위해 공동의 일을 수행하는 세포들의 새로운 집합이 뇌 안에 생겨난다. 다른 기관에는 없는 이런 능력이 뇌 활동을 만들어 낸다.
- 신경섬유에는 축삭과 수상돌기 두 종류가 있다(그림 3.2). 축삭은 출력 통로이고, 수상돌기는 입력 통로다. 축삭은 정보를 다른 세포에 전달한다. 축삭은 가까이 있는 이웃 뉴련에 연결되기도 하지만, 수 미터에 이르는 먼 거리를 가로질러 가서 다른 뉴런에 연결되기도 한다. [80~81p]
- 대부분의 뉴런들은 하나의 축삭만을 가지고 있지만. 이 축삭이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에 여러 가닥으로 갈라지기 때문에 결국 하나의 뉴런은 여러 개의 말단을 갖게 된다. 이렇게 해서 하나의 세포에서 송출된 정보들이 여러 세포들에 전달되는데, 이러한 현상을 ‘발산divergence'이라고 한다(그림 3.4). 또한 하나의 뉴런이 여러 세포들로부터 입력을 받을 수도 있는데, 이것을 ’수렴convergence'이라고한다(그림 3.4). [83~84p]
- 뉴런들의 송신부와 수신부가 만나는 지점이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인 시냅스다. 정보는 대체로 축삭말단으로부터 시냅스 건너편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축산말단 쪽을 ‘시냅스전presynaptic'이라 하고, 건너편인 수상돌기의 가시 부위를 ’시냅스후postsynaptic'라고 한다(그림 3.5). [84p]
- 반사 과정에는 감각신경과 운동신경에서 발생하는 전기적 맥박들이 관련되어 있다. 나무망치로 무릎을 툭 치는 자극은 감각신경들을 자극시키고, 이들이 전기맥박을 전도하여 운동신경에서의 전기맥박을 초래함으로써 다리가 들썩 올라가는 행위가 일어난다. 그런데 감각신경은 어떻게 운동신경에 의사를 전달할까? 감각신경은 운동신경에 전기적 반응을 유발할 수 있지만, 운동신경은 감각신경에 전기적 반응을 일으키기 못한다는 사실을 셰링톤이 밝혀냈다(그림 3.6). 그는 세포들 사이의 접촉 부위인 시냅스는 밸브와 같아서 감각신경에서 운동신경 쪽으로만 자극을 전달한다고 결론지었다. 이 이론은 그물망 이론에 대한 중요한 반증이 되었는데, 그물망 이론에서처럼 뉴런들이 연속적으로 연결되어 전기적으로 신호를 주고 받는다면 운동 신경도 감각신경 쪽으로 똑같이 신호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뉴런들은 단순한 전기전도 이외에 신호를 주고받는 다른 수단이 있어야 한다. [88~89p]
- 후속 연구에 의해 뉴런들 사이에서 전도가 한 방향으로만 일어나는 것은 시냅스전달에 시냅스전 축삭말단에 있는 저장소로부터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분자들은 세포체에서 유래하여 말단까지 전파된 활동전위들에 의해 분비된다. 분비된 화학물질들은 액체로 차 있는 시냅스 공간에서 표류하다가 시냅스후 세포의 수상가시나 돌기에 달라붙는다. 한 방향으로만 전달이 일어나는 것은 화학물질 저장창고가 시냅스후 세포의 수상돌기가 아니라 시냅스전 세포의 말단에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화학물질들을 신경전달물질이라 하는데, 이들의 임무는 시냅스 틈을 가로질러 두 뉴런 사이의 신호전달을 일으키는 것이다. [89p]
- 시냅스전 말단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 분자는 목적이 아니라 하나의 수단이다. 그 목적은 시냅스후 세포에서 전기적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화학적 메시지를 받는 시냅스후 세포 부위는 주로 수상돌기인데, 수상돌기에서 발생한 전기적 변화가 세포체로 전파되고, 다시 축삭으로 이동하여 활동전위를 만들어 낸다. 활동전위가 발생하는 장소는 세포체와 이어져 있는 축삭의 시작점이다(그림 3.7),
한 개의 시냅스전 말단에서 분비된 신경전달물질의 양은 시냅스후 세포에서 활동전위를 발생시키기에 부족하다(그림 3.7). 여러개의 시냅스전 말단들로부터 수 밀리세컨드내에 거의 동시적으로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어 특정 시냅스후 세포에 폭격을 가해야만 하나의 활동전위를 만들어 낼 수 있다. [90~92p]
- 뉴런들 사이의 의사소통 과정은 대체로 전기적-화학적-전기적이다. 전기적 신호가 축삭을 타고 내려와 화학적 신호로 바뀌고, 이 화학적 신호가 다음 세포에서 전기적 신호를 만들도록 도와준다. 시냅스전 세포와 시냅스후 세포 사이의 의사전달이 순전히 전기적으로만 일어나는 경우도 드물게 있지만, 화학적 전달이 좀더 일반적인 형태다. 따라서 뇌가 하는 대부분의 일들은 경험을 전기적-화학적-전기적으로 부호화함으로써 이루어진다고 보면 된다. [92~93p]
- 세포들은 서로 다른 집단에 속한 채 서로 다른 일들을 하고 있으므로 그들이 하는 일들을 한꺼번에 해독하려 해서는 별 정보를 얻지 못한다. 그보다는 특정한 회로나 시스템의 작동방식을 조사하는 쪽이 훨씬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93~94p]
- 회로란 시냅스연결을 통해 연결되어 있는 뉴런들의 집단이다. 시스템이란 특정한 기능(보기, 듣기, 위험을 알아차리고 그에 반응하기 등)을 수행하는 하나의 복잡한 회로다. 예를 들어, 보기는 망막에 있는 회로들에 의해 광선이 탐지되고, 이 회로들이 시신경을 통해 시각시상으로 신호를 보내고, 여기서 이 시각정보가 특정한 회로에 의해 처리된 후 시각피질로 보내지고, 또 다른 회로들에 의해 이 정보가 처리됨으로써 마침내 시각적 지각이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시각 시스템은 다른 뇌 시스템들과 마찬가지로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서로 시냅스연결에 의해 연결되어 있고 위계질서에 맞추어 정렬되어 있는 일련의 회로들의 집합이다. [94p]
- 각각 투사뉴런projection neuron과 중간뉴런inter neuron이라 불리는 두 형태의 뉴런들 사이에 벌어지는 시냅스상의 상호작용은 회로와 시스템들이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열쇠다. 투사뉴런은 세포체에서 뻗어 나간 상대적으로 긴 축삭을 가지고 있다. 위계적 회로 속에서 투사뉴런이 주로 하는 일은 이 위계 속에 있는 다른 투사세포를 자극하는 것이다(그림 3.8). 하나의 투사뉴런은 화학적 전달물질을 분비함으로써 또 다른 투사뉴런인 시냅스후 세포가 활동전위를 발생하도록 한다. 또 이 투사세포는 또 다른 시냅스후 세포들을 활성화(흥분)시킨다.
국소회로 세포로 알려진 중간뉴런들은 대개 투사뉴런들인 이웃 뉴런들에게 짧은 축삭을 내뻗으며, 위계적인 회로 내의 수평적 위치에서 일어나는 정보처리 과정에 관여한다(그림 3.8). 이들이 주로 하는 일은 투사뉴런들의 활성을 조절하여 시냅스의 교통 흐름을 조절하는 것이다. 억제성 중간뉴런들은 시냅스후 세포가 활동전위를 격발할 가능성을 낮추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한다. 이들은 투사세포들이 지니는 흥분성 활동을 가라앉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94~96p]
- 투사세포들은 다른 투사세포들로부터의 입력이 없으면 마냥 게으름을 피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억제성 중간뉴런들은 늘 발화하고 있으므로 대개 끊임없이 활동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투사뉴런들이 자극을 받기 전에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중간뉴런들에 의해 끊임없이 억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하나의 투사세포가 흥분성 입력에 의해 흥분되려면 먼저 그 세포에 작용하고 있는 억제작용을 극복해야 한다. 흥분성 입력과 억제성 입력 사이의 균형에 의해 투사뉴런의 발화 여부가 결정된다. [96p]
- 클루타메이트는 뇌 전체의 투사뉴런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신경전달물질이다.
글루타메이트는 신체기능에서 두 가지 역할을 한다. 뇌에서 신경전달물질 역할을 하는 것 외에 글루타메이트는 우리 몸 전체에서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생명 유지에 필요한 기본적인 대사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면 글루타메이트는 살아 있는 조직의 기본 성분인 펩타이드와 단백질의 구성요소다. 또 뇌에서 몇몇 화학반응들의 자연스런 부산물인 암모니아 독을 제거하는 데 도움을 준다. [100p]
- 반면에 억제성 뉴런들, 특히 억제성 중간뉴런들은 짧은 축삭 끝에 있는 말단에서 주로 아미노산인 가바GABA(감마-아미노부티릭산gamma-aminobutyric acid의 줄임말)를 분비한다. 글루타메이트와 대조적으로 이 억제성 전달물질은 시냅스후 세포에서 활동전위 발화 가능성을 낮춘다. [100p]
- 모든 세포들은 세포의 경계를 이루는 막(세포막, 원형질막)으로 에워싸여 있다. 막은 마치 몸에 착 달라붙는 쫄쫄이 옷처럼 세포의 겉을 감싸고 있다. 뉴런에서는 축삭, 수상돌기, 세포체 등을 감싸고 있다. 세포들 사이에 존재하는 막 바깥의 공간을 세포외 공간extracellular space이라고 한다. 세포외 공간이 액체로 채워져 있다는 사실은 두 가지 중요한 의미를 나타낸다.
첫째, 이 액체는 매체로서 전달물질 분자들이 시냅스전세포와 시냅스후세포 사이의 세포외 공간(즉 시냅스)을 건널 수 있도록 해준다. -중략-
둘째, 세포외 액체에는 다양한 화학물질들이 들어 있는데, 그중에서 전하를 띤 이온들이 세포 기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세포막은 이온이나 화학물질들을 세포 내부와 외부로 나누어 격리시키는 역할을 한다. 휴지 상태(세포가 입력들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는 상태)에서는 세포 내부의 화학구성은 세포 밖의 수용액에 비해 음전하를 갖는다. 세포막 바깥에는 양이온이 많고 세포 내부에는 음이온이 많기 때문이다. -중략- 휴지상태에서의 막전위(막 전압)는 꽤 높은 음의 값을 가진다는 점만 유념해 두면 된다. 그런데 뉴런이 다른 뉴런들로부터 흥분성 입력들을 받아 자극되면, 막전위는 음의 값이 줄어들면서 양의 값 쪽으로 기운다(그림 3.7).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글루타메이트가 신경전달물질로 기능하는 방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글루타메이트(흥분) 수용체 분자들은 세포막을 관통한채 박혀 있는데 일부는 세포 바깥을, 다른 일부는 세포 안쪽을 향해 있다. (시냅스전 말단에서 분비된) 글루타메이트가 시냅스후 수용체의 바깥 부분에 결합하면 수용체에 통로가 열리면서 양전하를 띤 이온들이 세포외 용액에서 세포 내부로 이동하게 된다. 이러한 이온의 이동에 의해 세포 밖과 안의 화학적 균형이 달라진다. 시냅스후 세포의 표면에 충분히 많은 글루타메이트 수용체들이 자리 잡고 있으면, 세포 안의 전압이 충분히 양의 값을 가지게 되므로 활동전위가 일어난다.
반대로 가바(억제) 수용체들을 자리 잡고 있다면 (음전하를 띤 염소이온이 가바 수용체 통로를 통해 들어오기 때문에) 세포 내부의 전압은 좀더 음의 값을 갖게 된다. 이렇게 되면 다른 시냅스 말단들로부터 분비된 글루타메이트가 시냅스후 세포 안의 양이온 농도를 충분히 변화시키지 못하므로 활동전위를 개시하지 못한다. 활동전위가 일어나느냐 못 일어나느냐는 글루타메이트(흥분)와 가바(억제) 사이의 균형에 달려 있다. 그리고 한 세포는 대체로 수많은 흥분성 입력과 수많은 억제성 입력들을 받기 때문에 발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특정한 사건에서 들어오는 입력들의 균형에 의해 좌우된다. [102~104p]
- 조절물질들도 분비되는 지점과 작용할 수용체가 존재하는 지점 사이의 화학적 연결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신경전달물질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글루타메이트나 가바와는 달리 이것들은 위계적 회로에 있는 한 지점과 다른 지점 사이의 정보전달에는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는다. 앞으로 보겠지만, 조절물질이 전달물질과 어떻게 다른가는 조절물질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더러 그 구분이 모호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공통의 차이는 그것들이 작용하는 속도와 관련되어 있다. 글루타메이트와 가바는 신속히 작용한다. [105p]
- 뇌에서 두루 발견되는, 느리게 작용하는 조절물질들 가운데 상당수는 펩타이드로 분류된다. 펩타이드는 글루타메이트나 가바 같은 단순한 아미노산이 아니라 여러 개의 아미노산이 연결되어 있는 고분자 물질이다. 펩타이드는 흔히 글루타메이트나 가바와 함께 시냅스 말단에 존재하기 때문에(물론 저장고는 따로따로다) 축삭을 따라 활동전위가 내려올 때 빠른 신경전달물질과 함께 분비되다(그림 3.11) -중략- 펩타이드는 시냅스후 지점에 느리게 영햐응ㄹ 미치며 또 그 효과가 오래 지속되기 때문에 뒤따라 분비된 빠른 신경전달물질들의 작용에 더 큰 효과를 미치는 영향이 있다. 글루타메이트와 가바는 수용체에 따라 빠른 효과 외에 느린 효과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 펩타이드는 전형적으로 오로지 느린 조절작용만을 할 수 있다. [106~107p]
- 신체기능이 다양한 만큼 거기에 작용하는 펩타이드의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여기서 우리의 관심은 신경계에 작용하는 신경활성 펩타이드들이다. 그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아편성 펩타이드인 엔돌핀과 엔케팔린이다. 이들은 통증과 스트레스에 의해 분비가 유발되며, 특수한 수용체들에 달라붙어 통증감각과 기분을 변화시킨다. 흔히 ‘리너스 하이jogger's high'라고 불리는, 오래달리기를 할 때 느끼게 되는 기분 좋은 몽롱함도 이러한 아편 효과에서 비롯된 것이다. 몰핀도 이 수용체들에 결합함으로써 효과를 발휘한다. [107p]
- 모노아민도 글루타메이트나 가바(그리고 이들과 함께 분비되는 펩타이드)의 활동을 촉진하거나 억제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축삭들이 워낙 널리 퍼져 있기 때문에 모노아민은 상대적으로 비특이적인 효과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그들은 특정 회로에서 처리되는 자극에 대한 정교한 표상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대신 뇌의 여러 영역들을 동시에 조절함으로써 전체적인 상태에 변화를 일으킨다. 가령 위험에 직면했을 때 뇌 전체에서 일어나는 높은 각성 수준이나, 졸음이 올 때의 낮은 각성 수준 등은 모노아민의 영향에 의한 것이다. [108~109p]
- 호로몬은 우리가 마지막으로 살펴볼 조절물질 유형이다(그림 3.13). 호르몬은 전형적으로 신체기관(부신, 뇌하수체, 생식선 등)에서 분비되어 혈액순환계를 타고 뇌까지 전달된다. 다른 조절물질들과 마찬가지로 호르몬 역시 뇌에서 수용체와 결합하여 글루타메이트나 가바의 전달과정의 효율성을 변화시킨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으면 부신에서 코르티솔cortisol이라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 호르몬은 기억작용에 관여하는 회로들과 감정과정에 관여하는 회로들에 작용함으로써 정보전달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변화는 부분적으로는 글루타메이트를 억제하는 가바의 능력을 변화시킴으로써 일어난다. -중략- 호르몬은 혈액을 통에 뇌에 도달하므로 여러 지역에 동시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결합할 수용체들이 특정 지역의 특정 회로들에만 존재함으로써 상당한 특이성을 가질수도 있다. [110~111p]
- 뇌에서 화학적 시냅스전달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또 다른 형태인 전기적 전달도 일어난다. 전기적 시냅스가 어디까지 작동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뇌기능을 알면 알수록 이러한 형태의 시냅스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분명해지고 있다.[111p]
- 소리가 시각과 다른 이유, 기억이 지각과 다른 이유, 공포가 욕망과 다른 이유는 화학적 차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화학물질들이 작용하는 회로가 다르기 때문이다. [112~113p]
- 편도체 세포들은 감각세계로부터 끊임없이 입력들을 받지만 대부분 무시한다. 사실상 대부분의 시간을 조용히 보낸다. 그러나 적절한 자극, 다시 말해 위험이나 생물학적으로 중요한 사건을 알리는 자극이 주어지면 활동을 개시한다. 이 점은 하등동물들에 대한 연구들과 인간에 대한 연구들이 공히 밝혀낸 사실이다. [113p]
4 뇌 만들기
- 흔히들 경험은 그들의 자취를 뇌에 기억이라는 기록을 통해 남긴다고 생각하는데, 뒤의 여러 장들에서 보겠지만, 기억은 바로 시냅스의 산물이다. 반면에 유전자 역시 기억의 형태 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도 그다지 틀렸다고 할 수 없다. 물론 이 경우에 시냅스의 기억은 개인사의 흔적으로서가 아니라 조상사의 흔적으로서 나타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유전자와 경험에 의해 생애 초기에 이루어지는 시냅스연결의 조형이 이 장의 주제다. [120~121p]
- 감각시스템들을 가지고 있지 않은 어린 배아는 대체로 외부환경과의 직접적인 지각적 접촉으로부터 격리되어 있다. 그러나 발생의 최초 단계에서도 유전자가 외부세계와 완전히 동떨어져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배아의 화학적 환경은 필연적으로 모체의 화학과 직접적인 접촉을 하고 있다. 배아는 뇌와 신체발달에 필요한 단백질을 조립하는 데 필요한 아미노산들을 스스로 합성하지 못한다. 그것들은 모체로부터 공급되며, 모체는 음식에서 이것들을 공급받는다. -중략- 뇌의 주요한 양상들은 유전적 설계도(모든 인간의 뇌가 동일해 보이고, 동일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의 독재적 지배를 받지만, 이 설계도 자체는 뉴런들이 성장하는 내부의 화학적 환경에서 특정한 조건들을 필요로 한다. [121~122p]
- 여기서 나는 신경발생(새로운 뉴런의 출생)과 시냅스 형성(이미 존재하는 뉴런들 사이의 새로운 시냅스 형성)이 별개임을 지적해 두고 싶다. 시냅스 형성은 일반적인 현상으로서 아마도 우리가 죽는 순간까지 계속일어나는 현상이다. 이 장에서 보겟지만, 생애 초기에 시냅스연결은 급격한 변화를 겪는다. 또 다음 두 장에서 보겠지만, 시냅스는 우리 뇡가 새로운 경험을 할 때마다 변한다. [123~124p]
- 이처럼 세포의 형태는 엄격하게 유전자에 의해서만 통제되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의해 강한 영향을 받는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환경은 개체 외부의 환경이 아니라 세포를 둘러싸고 있는 국소적인 화학적 환경을 의미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작용하는 국소적 인자들은 유전적으로 저장된 단백질들 자체를 뜻하는 것이고, 따라서 세포 분화에서의 비유전적인 기여와 유전적 기여는 그리 멀리 떨어진 것이 아니다. [125p]
- 일단 목적지에 도달한 뉴런들은 축삭들을 뻗기 시작한다(그림 4.2). 이제 갓 만들어진 섬유들은 목표 지점, 즉 시냅스를 형성할 뉴런으로 가기 위해 길을 찾아 나선다. 이 목표들은 가까이 있을 수도 있고 멀리 떨어져 있을 수도 있다. 이러한 길찾기는 성장뿔에 의존하는데, 성장뿔은 성장하는 축삭 끝에 달려 있는 것으로 부채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성장뿔 끝은 주위 공간에 존재하는 특정한 단백질을 감지할 수 있는 화학적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어떤 단백질과는 달라붙고 또 어떤 단백질은 외면한다. 성장뿔의 한쪽 끝이 정확한 물질을 발견하면 거기에 달라붙는데, 이때 다른 쪽 끝이 접착을 일으키지 않으면 성장뿔은 접착이 일어난 방향으로 몸을 틀게 되고 축삭은 그 방향을 따라간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동일한 단백질이 축삭의 화학적 상태에 따라 유인물질로 작용하기도 하고 반발물질로 작용하기도 한다고 한다. 천천히 그리고 단계적으로 성장뿔은 화학적 자취를 따라 기어가면서 축삭을 전진시켜 목적지에 도달하게 한다.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모종의 신호에 의해 축삭은 성장을 멈추고 정지한다. 이렇게해서 선구적인 축삭이 길을 닦아 놓으면 다른 신경섬유들이 속속 그길을 따라 같은 장소로 오게 된다. [128~129p]
- 목표 세포들에까지 도달한 축삭들이 정지명령을 받으면 성장뿔은 축삭말단으로 변형되면서 시냅수후 세포와 시냅스연결을 형성하기 시작한다. 초기의 연결들은 뇌발생에서 일어나느 다른 사건들과 마찬가지로 대체로 유전적이고 본래 갖추어진 요인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러나 뇌가 완전히 이러한 방식으로만 구성되는 것은 아니다. 뇌가 제대로 기능하도록 연결들이 정밀하게 조율되는 데는 그 이상의 과정들이 필요하다. [129~130p]
- 예르네는 그 후에 자신의 항체 논리를 학습에 적용했다. 그는 17세기의 로크의 경험론, 즉 마음은 경험에 의해 채워지는 빈 서판이라는 가설이 가지는 지시이론적 의미에 반대하고, 애초에 학습이란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그리스의 소피스트(궤변론자)들 편에 선다. 그는 경험으로부터 학습한다는 개념(지시 개념)을 부정하고, 경험은 단지 이미 존재하는 잠재적 지시들을 선택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131~132p]
- 그러나 유전자와 화학적 환경만이 초기 연결들을 형성하는 데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선택론자들은 또한 충분한 무작위성을 가정한다. 유전자들에 의해 정해진 전반적인 안내 계획과는 별개로 비슷한 위치에 있는 수상돌기들과 축삭들이 서로 시냅스를 형성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유전적으로 프로그램된 대체적인 계획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으로 환경에 의해 선택이 이루어지게 될 기존의 연결들은 유일하고 개별적인 속성을 갖게 된다. 각 개인의 경험들은 서로 다르며, 선택되는 연결패턴도 달라진다. 그리하여 우리는 모두 유전자에 의해 대체로 동일한 종류의 회로들을 가진 인간에 고유한 뇌를 소유하게 되지만, 동시에 개인들 간의 차이가 존재하며 시냅스 활동에 의해 선택되는 회로들의 연결패턴으로 인해 저마다의 독특한 뇌를 만들어 낸다. [133p]
- 다른 대부분의 감각시스템들과 마찬가지로 시각시스템 역시 신체 표면 가까이에 있는 수용체들(이 경우에는 ‘망막retina'이라 부르는, 눈의 일부에 있는 세포들)을 사용하여 환경으로부터 정보를 습득한다. 망막세포들을 여러 시냅스후 목표물들에 축삭을 뻗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시각시상visual thalamus이다. 시상세포들은 다시 시각피질로 축삭을 뻗는데, 여기서 우리의 시각적 지각이 출현한다. 정의상 신피질 영역들은 6개의 층위를 가지고 있다. 시상에서 뻗어 온 축삭들은 시각피질의 중간 층위들로 들어가 거기서 시각피질의 다른 지역으로 분배된다(시상이 아닌 영역들에서 뻗어 오는 축삭들은 다른 층위로 들어간다).[136p]
- 이로부터 후벨과 위젤은 시냅스연결의 발생은 경쟁과정이며, 사용하는 연결은 유지되고 사용되지 않는 연결은 제거된다고 결론지었다. [137p]
- 결국 활동은 이미 존재하는 패턴을 단순히 안정화시킬 뿐 아니라 시냅스의 복잡성을 증가시킨다. 활동이 새로운 시냅스연결의 형성을 지시할 수 있는 것이다. [138p]
- 시각시스템과 같은 감각계의 시냅스 활동을 환경적 자극에 의해서만 일어나는 것으로 가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샤츠 등의 연구를 보면 이런 활동에 대해 더 넓은 시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양이나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영장류들은 출생 시 피질의 시각에 할당된 특정적인 조각들이 존재한다. 영장류의 경우 출생 몇주 전에 망막에 있는 세포들이 자발적으로 활동전위들을 발화한다. 한 쪽 눈에 있는 많은 세포들이 동시에 발화함으로써 동조된 활동의 파동이 각각의 눈으로부터 뇌로 전달된다. 그러나 두 눈에서 비롯되는 파동은 서로 동조하지 않는데, 발생 시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외부로부터의 시각적 자극과 무관하게 두 눈에서 일어나는 내인성 활동이 피질에서 시각 특정 세포들의 집단을 만드는 데 필요한 경쟁적 활동을 충분히 제공하고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이와 같은 내인성 활동으 ㄹ화학적으로 차단시키면 세포 집단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140p]
- 활동에 의해 형성되는 새로운 연결은 완전히 새로운 실재로서 창조되는 것이 아니라 본래적으로 예정된 이전의 연결에 더해진다. 따라서 추가된 연결은 새로운 가지라기보다는 이미 있던 가지에서 내민 새 눈에 더 가깝다. 활동이 뇌를 전면적으로 재배선하지 않는다. 결국 나의 뇌에 있는 대부분의 연결은 여러분의 그것과 대동소이하다. 활동은 여기에 약간의 조정을 추가함으로써 여러분과 나를 다르게 만든다. [140p]
- 앞서 보았듯이 영장류에서는 출생 전 몇 주 동안이 시각시스템의 발생과 관련하여 중요한 시기다. 왜냐하면 이 시기에 두 눈으로부터 자발적 활동의 파동들이 활동패턴들을 만들어 특정한 피질세포들이 각각의 눈에 의해 더욱 선택저긍로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한 쪽 눈의 망막에 있는 세포들은 동시에 자발적으로 발화될 가능성이 크고 다른 쪽 눈에 있는 세포들은 동시에 발화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하나의 시냅스후 피질 세포가 한쪽 눈에서 오는 시냅스전 입력에 의해 활성화될 때, 같은 쪽 눈에 있는 다른 세포들로부터 오는 시냅스전 입력을 대체로 동시에 도달하게 된다. 헵의 규칙에 따르면, 시냅스전 세포와 시냅스후 세포 사이의 이러한 동시적 활동이 그 눈과 시냅스후 세포 사이의 연결을 강화시켜 준다. [143p]
- 초기 발생 동안 활동이 성장을 촉진하는 방식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서 주요 등장인물 가운데 하나는 흥분성 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에 반응하는 일단의 수용체들이다(제 3장을 보라). NMDA 수용체라고 불리는 이 특별한 수용체들은 시냅스전세포와 시냅스후 세포의 활동이 상응하는지를 탐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해 보인다. 이 수용체들이 차단되거나 뭔가에 의해 방해를 받으면 정상적인 발생이 교란된다. [145p]
- 또 하나의 중요한 분자 집단은 뉴로트로핀neurotrophin(신경성장인자)으로, 뉴런의 생존과 성장을 증진시키는 특수강화제다. 시냅스후 세포에서 활동전위가 일어나면 그 세포에서 뉴로트로핀이 분비되어 역방향으로 시냅스를 건너가 확산되며, 시냅스전 말단에 의해 흡수된다. 뉴로트로핀의 영향 아래 이 말단들은 가지를 치기 시작하고 새로운 시냅스연결이 성장하게 된다. 막 활동이 있었던(금방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했던) 시냅스전 세포들만이 이 분자들을 흡수할 수 있으므로, 이 세포들에서만 새로운 연결들이 성장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활동이 성장을 유도하며, 또 그 성장은 막 활동했던 말단에만 국한되어 일어난다. [145p]
- 뉴로트로핀을 차지하는 데 성공한 세포들(활동성 있는 세포들)만이 생존한다. 또한 생존한 말단들은 뉴로트로핀 덕분에 새로운 연결을 성장시킨다. 선택은 활동에 의해 지시된 성장을 향해 가는 길목의 한 단계일 수도 있다. 다시 말해서 선택과 지시는 시냅스발생에서 협력자들이다. [146p]
- 시냅스발생의 후성적 성질을 감안할 때, 선청성의 시냅스상의 근거는 어디에 놓여 있어야 하는가? 이 지문을 의미 있게 고려하기 위해서는 선청성의 두 가지 의미를 구분할 필요가 있는데, 그 하나는 유전자들이 우리를 똑같이 만들어 우리 종에 속하는 모든 구성원들이 동일한 특질을 공유하게 만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유전자들이 한 사람 한 사람을 유일무이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147p]
- 이들은 각 종들의 독특한 행동의 발생을 설명할 때 이제 ‘선천적인’ 혹은 ‘본능적인’이라는 용어 대신 ‘종-전형적인’이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했다. 역설적이게도 행태학에서 ‘종-전형적인’ 행동에 미치는 ‘후성적’ 기여를 인정하기 시작할 무렵, 심리학(특히 미국의 심리학)에서는 되레 선천성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148p]
- 행동주의자들에게 학습은 학습하는 동물이 누구건, 학습되는 내용이 무엇이건 간에 대동소이하게 작동하는 보편적 능력이었다. -중략- 이런 경향은 1950년대 들어 언어학자 촘스키가 보편적 학습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변하기 시작한다. 그는 자연언어는 사람에게 유일하며, 언어습득은 인간이 가진 다른 학습 능력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언어를 사용할 때의 규칙과 표상들에 대한 그의 개념들은 심리학계에 소위 ‘인지혁명cognitive revolution’을 불러일으켰다. [148~149p]
- 이와 같은 발견은 학습에 생물학적 제한이 있을 수 있으며, 이러한 제한이 특정한 학습과제 또는 특정한 종의 특정한 학습요건에 부합되게끔 학습과정이 일어나도록 조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편적인 학습 메커니즘만으로는 분명히 불충분했으며, 미국 심리학자들의 동물행동 연구는 행태주의 쪽으로 더욱 쏠렸다. [149p]
- 언어의 선청성은 혼성어pidgin language에 대한 연구들에 의해 뒷받침되었다. 혼성어란 서로 다른 언어를 쓰지만 같이 살면서 서로 의사소통 해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생기는 단순하고 조악한 구어를 일컫는다. 이런 혼성어는 처음 생성될 때는 문법이 결여되어 있지만, 2세대에 이르면 문법구조를 띠게 된다. 이것은 문법에 관여하는 선천성이 자신을 드러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언어의 선천성은 아직 공인된 이론은 아니다. 하지만 특정 염색채들과 연결해 생각해 왔던 몇몇 유전적 조건들에 의해서도 뒷받침되고 있다. [150p]
- 스티븐 굴드 같은 비판론자들은 키플리의 한 구절을 인용하여 진화심리학자들이 제시하는 설명들을 ‘그냥 그런 이야기들 just so stories'이라고 깎아 내렸다. 그럴듯한데 사실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는 이야기라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마음은 화석기록을 남기지 않으며, 마음에 대한 진화심리학의 설명은 근본적으로 실험 불가능하다. 그래서 스티븐 굴드는 언어를 비롯해 진화심리학자들이 흔히 선천적인 것이라고 주장하는 인간의 여러 정신기능들은 자연선택된 진화상의 적응이 아니라 일종의 전용exaptation이라고 주장한다. 말하자면 결과적으로 인간의 적응도를 높여 주긴 했지만 애초에 현재의 용도로 디자인되었던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151p]
- 우리는 다음 두 질문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X라는 기능은 선천적인가?’ ‘왜 X라는 선천적인 기능이 진화했는가?’ 전자는 유전학적 질문으로 답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반면, 후자는 과학적으로 증명되기 어려운 역사적 사실에 관한 질문이다. [152p]
- 선천주의자들은 또 언어 습득을 가능하게 해주는 선천적인 인지장치는 다른 것들을 학습하는 데 도움을 주지 않으며, 그것들은 역시 독립적이고 선천적인 별도의 마음의 모듈들에 의해 관장된다고 가정한다. 그들이 이 선천적인 마음의 모듈들에 관여하는 능력들을 영역 특정적인 또는 정보 특정적인 학습성향, 즉 ‘특정한 종류의 지식을 학습하도록 조율된 특화된 구조들’로 묘사해 왔다. 학습에 대한 선천주의자들의 모듈 이론은 모든 종들에 존재하고 여러 학습에 두루 사용되는 보편적 학습 능력이라는 행동주의자들의 생각과 뚜렷이 대비된다. [153p]
- 피아텔리-팔마리니 같은 이는 지시에 내포된 경험주의적 함의를 배격한 예르네, 샹죠, 에델만 등의 주장을 토대로 “학습 따윈 없다”라고 단언했다. 그가 질문한 것은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학습’이 아니라 환경에 의해 낙인찍힌 행동주의적 개념의 학습이다. 그는 계속해서 “‘지시’가 지니는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학습, 즉 환경‘으로부터’ 유기체‘로의’ 정보전달에 해당하는 과정은 생물학에서도 인지과학에서도 전혀 밝혀진 바 없다. …모든 습득 메커니즘들은…내적인 선택과정에서 기인한다”고 주장한다. 또 멜러는 지식은 ‘탈脫학습’에서 나온다고 주장했다. 이 말은 우리가 제거과정에 의해 앎에 이르게 된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155p]
- 구성주의의 주요 신조는 신피질에서의 인지회로망 구성이 외부로부터의 입력을 토대로 이뤄질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신피질회로들은 감각적 환경으로부터 구조를 추출하여 건설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성주의자들은 원칙적으로 유전자들에 의해 전반적인 구조가 구성된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또 시냅스 선택과 같은 퇴행적 사건들이 일어난다는 사실도 인정한다. 다만 후성적인 ‘선先배선 후後선택’만으로는 인간의 인지 능력을 다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157p]
- 구성주의적 입장은 피질 가소성과 관련된 많은 실험자료들을 잘 설명하고 있으며, 세포 수준에서 학습이 상당히 전반적으로 일어난다는 개념과도 일치한다. 나는 구성주의적 주장의 대부분에 공감하면서도 그 역시 몇 가지 한계가 있다고 느낀다. 첫째, 구성주의는 피질의 관점에서 거의 배타적으로 마음의 발달을 이해할 수 있다고 가정하고 있다. 비非피질 영역들의 기여를 언급하고 있지만 대체로 고정적으로 배선되어 있는 것으로 간주하며, 따라서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는다. 그러나 피질 영역들은 환경정보의 입수와 관련해 하부피질 영역들에 의존하고 있으며, 때문에 하부피질 회로의 고정된 배선망은 관련되는 피질 영역에서 일어나는 일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하부피질 영역이 피질보다 더 일찍 성숙해지는 상황에서 이 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으며, 실제로 이런 상황들이 자주 발생한다. 피질에서 추출되는 최종적인 정보는 호나경의 구조뿐 아니라 하부피질 회로들의 구조들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둘째, 구성주의자들은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언어와 같은 몇 가지 능력들의 선청성까지 부인하려 한다. 이것은 목욕물을 버리려다 욕조 속의 아이까지 버리는 것과 같다. 하부피질 회로들이 피질 회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정적으로 배선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몇몇 피질 회로들이 고정적으로 배선되어 있다는 사실을 통째로 부인할 수는 없다. [158~159p]
- 시냅스발생의 후성적 성질은 어디서 선천성과 갈라지는가? 일부 회로들의 전반적인 기능이 유전적 암호에 의해 다소간 선천적으로 결정될 가능성을 부인할 뚜렷한 이유는 없다. 더군다가 그것이 선천적인 지식 자체가 아니라 어떤 종류의 지식을 선천적으로 습득하기 쉬운 경향성에 대한 얘기라면 더욱 그러하다. 또한 회로를 최종적으로 완성할 때 선천적 기능의 후성적 발현이 오로지 이미 존재하던 시냅스들 가운데서의 선택에 의해서만 이뤄진다고 가정해야 할 이유도 없다. 아마도 선택과 지시는 대부분의 회로들의 최종적인 연결들을 조형하는 데 공동 작업할 것이다. [159~160p]
- 뱀 연구는 지능, 언어, 감정 같은 몇 가지 마음의 기능들에 대한 우리의 능력은 선천적일지라도 이런 능력들에서의 개인차를 유전자로 설명할 수는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유전자는 모든 인간의 뇌에 특정 기능이 자리 잡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각 개인에게서 이러한 기능이 배선되는 방식의 차이에는 상대적으로 덜 기여한다. [162p]
- 사실 어떤 측정에서도 비교쌍들의 상관성은 함께 산 일란성 쌍둥이가 가장 높아서 0.5정도였고, 떨어져 산 일란성 쌍둥이는 이보다 약간 낮았다. 결국 주어진 형질에 대해 유전자는 최대로 잡아도 50% 정도를 설명해 줄 뿐이라는 것이다. [163p]
- 저명한 발달심리학자인 가드너에 따르면, “쌍둥이들은 최소한 9개월이라는 중요한 기간 동안 모체의 자구잉라는 똑같은 환경을 공유한다. 또 태어나는 순간 떨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그럴 만한 상황을 상상해 보기 바란다). 그들은 함께 한동안 가족 구성원들에 의해 양육되거나, 또는 함께 그렇지 못했을 것이다. 또 이들이 무작위로 입양되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에 아이들은 같은 문화권 내에서 양육되며, 또 종종 같은 지역사회의 비슷한 사회적 시스템 아래서 자란다. 결국 똑같이 생기고 똑같이 행동하는 아이들은 어른들로부터 비슷한 반응을 이끌어 낼 가능성이 크다.” [164p]
- 모든 유전자들의 효과는 후성적으로 나타난다. 말하자면 그것은 내부의 화학적 환경 아넹서 여러 유전자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단백질들 간의 상호작용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외부환경의 자극이 시냅스 활동을 유발하고 이것이 다시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들을 유도하는 것일 수도 있다. 유전자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단백질들은 다시 시냅스에서의 신경활동을 조절한다. 한 인간의 조립은 실로 엄청난 작업이며, 유전자는 이 작업을 수많은 파트너들과 함께 한다. [166p]
- 일단 결정적 시기가 지나고 나면, 다시 말해 피질 시냅스들의 배선이 완료되고 나면 기회의 창문은 닫힌다. [168p]
- 학습과 발달은 동전의 양면이다. 우리는 시냅스를 갖기 전에는 학습할 수 없다. 내부의 명령에 입각해 시냅스들이 형성되자마자 시냅스는 우리가 겪게 되는 외부세계로부터의 경험들에 의해 영향을 받기 시작한다. 유전자, 환경, 선택, 지시, 학습, 이 모든 것들은 뇌의 구성과 시냅스의 배선, 자아발달에 중요한 공헌을 한다. 생애 초기의 광범한 가소성은 결국 끝나지만, 우리 시냅스들은 변화를 멈추지 않으며 경험에 의해 미묘하게 변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171p]
5 시간속의 모험
- 기억은 실제로 일어난 대로가 아니라 저장되는 방식을 토대로 한 사실과 경험의 재구성이다. 게다가 기억은 그 기억을 형성시켰던 당시의 뇌와는 다른 현재의 뇌에 의한 재구성이다. 더러 세부는 소실되고 골자만 남는다. 또 더러는 한때 알았던 정보임을 분명히 알면서도 그 정보를 떠올리지 못한다. 또 더러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을 떠올리기도 한다. 기억은 가끔 실수를 하지만 대개 우리한테 득이 되는 일을 수행한다. [173p]
- 이와 같은 심리학적 차이가 나타는 것은 암묵기억에 관여하는 뇌 시스템들과 외식/외현/서술기억에 관여하는 뇌 시스템들이 별도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제4장에서 사용한 용어들로 표현하자면, 암묵기억은 영역특정적 학습에 관여하는 시스템에 의해 형성되고, 외현기억은 영역독립적 시스템에 의해 형성된다. [174~175p]
- 그러나 1950년대 말에 이르러 H.M을 비롯한 여러 환자들에 대한 연구들을 통해 해마는 뇌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인 기억과 결정적인 관계가 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179p]
- 처음엔 H.M.이나 이와 유사한 환자들은 기억의 완전한 소실, 즉 전면적 기억상실증을 겪고 있으며, 해마는 만능 기억장치라고 여겨졌다. 그러나 곧 기억상실증 환자들도 이전에 학습한 것에 의존하는 과제의 경우, 그 과제들을 더 잘 수행하는 법을 학습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179p]
- 또한 바이스크란츠와 워링턴은 눈 깜박임 반응의 고전적 조건화classical conditioning가 기억상실증 환자에게서도 유지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이 실험에서 소리를 회피성 자극(눈에 바람을 불어 주는 것)과 짝 지우는 훈련을 수백 번 되풀이한 뒤에는 소리자극만으로도 곧바로 눈꺼풀이 닫혀졌다. 이와 같은 정확한 타이밍의 반응은 바람이 눈으로 들어오는 것을 차단함으로써 눈을 보호하기 위한 행위다. 기억상실증 환자들은 이런 실험장치들을 봤다는 기억을 전혀 회상하지 못하면서도 정상적인 눈 깜박임 조건화를 보여 주었다. [181~182p]
- 해마가 기억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은 시냅스 경로 때문이다. 이것은 뇌의 어떤 부위나 마찬가지다. [183p]
- 앞 장들에서 살펴보았듯이, 외부세계에 대한 정보는 감가시스템을 통해 들어와 신피질로 전달되는데, 여기서 해당 사물이나 사건에 대한 감각표상sensory representation이 만들어진다. 신피질의 감각시스템에서 나온 정보는 다시 부해마parahippocampus영역이라 불리는 비鼻피질rhinal cortex영역으로 수렴된다. 이 영역은 해마로 정보를 전하기 전에 여러 감각정보들을 통합하는 역할을 한다(그림5.2). 스즈키, 애머럴 등은 이러한 회로 연결에 관해 많은 세부사항들을 밝혀냈다.
해마와 부해마(비피질) 영역은 내측두엽 기억시스템이라 불리는 구조물을 구성하며, 이 시스템은 서술기억, 즉 외현기억에 관여한다. [183~184p]
- 해마 안에서 많은 복잡한 회로들이 들어오는 신호들을 처리하는 데 참여하지만, 특히 중요한 회로는 흔히 삼중시냅스 회로trisynaptic circuit라 불리는 주선회로main-line circuit다. 이 삼중시냅스 회로는 비피질 영역에서 해마의 입력 장소인 치상회齒狀回, dentate gyrus로, 거기서 CA3와 CA1 구역을 비롯한 다른 영역으로, 마지막으로 출력 장소인 지각支脚, subiculum으로 신호를 중계하는 일을 한다. ‘구상회’라고도 부르는 지각에서는 이 신호를 비피질로 돌려보냄으로써 이 순환고리를 마무리한다.
해마와 신피질 사이의 연결들은 모두 다소간 양방향으로 이뤄진다. -중략- 나중에 다시 살펴보겠지만, 이와 같은 방식으로 자극에 대한 정보를 처리하는 데 관여하는 피질 영역은 그 자극에 대한 기억들을 장기간 저장하는 데도 기여한다. [185p]
- 여기서 잠깐 이러한 연결들의 성질, 그리고 해마와 비피질 영역들이 하는 일과 관련해서 이것이 담고 있는 함의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비피질 영역은 수렴지대convergence zone 역할을 한다. 말하자면 여러 감각정보들을 종합하여 애초의 정보와는 별개인 표상을 만들어 낸다(그림 5.3). 그 결과 광경, 소리, 냄새 등이 한 상황에 대한 하나의 전반벅 기억의 형태로 결합된다. 이런 능력이 없다면 기억들은 산산조각으로 흩어지고 말 것이다. 또한 수렴지대 덕분에 마음의 표상들은 지각의 차원을 넘어 개념으로 발전한다. 말하자면 구체적 자극과 구별되는 초상적 표상화가 가능해진다. [185~186p]
- 해마는 비피질에 있는 여러 수렴지대로부터 입력을 받기 때문에 하나의 거대 수렴지대라고 할 수 있다. 이 사실은 의심의 여지없이 왜 해마가 영역독립적 기억 능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지를 설명해준다. 해마는 많은 영역특정적 시스템들의 암묵적 작업, 즉 표정 처리 시스템, 언어 처리 시스템 등의 작업들에 대한 외현기억들을 형성할 수 있다. 덕분에 우리는 어떤 사람이 한 말과 그의 생김새를 동시에 포함하는 기억을 형성할 수 있다. [186~187p]
- 옛날 기억보다 최근 기억에서 기억장애가 더 심각하게 나타나는 현상을 ‘리보 법칙Ribot's law'이라고 하는데, 프랑스의 심리학자 리보는 “새로운 것이 오랜 것보다 먼저 죽는다”라고 말했다. [187p]
- 오늘날 이러한 결과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해마의 역할이 달라지기 때문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해마는 초기에 기억을 저장하는 데 필요하며, 이러한 역할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줄어든다. 뇌는 왜 이와 같은 방식으로 작동할까? 기억이 이동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제이 맥클랜드, 오릴ㄹ, 맥노턴이 여기에 대답을 제사한 바 있다. 그것은 ‘연결주의 모델링cnnectionist modeling'이라 불리는 컴퓨터시뮬레이션 작업의 결과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이 시뮬레이션은 학습을 연구하는 데 매우 유용하게 활용되어 왔다. 예를 들어 연결주의에 입각한 모델이 자극들 간의 관계를 학습하고자 할 때, 새로운 정보들이 한꺼번에 들어오는 것보다 하나씩 차례차례 기억저장소로 입력되는 편이 유리하다고 한다. 이것을 삽입십 학습interleaved learning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학습에서는 새로운 정보가 기존 기억들을 교란시키지 않는다. [188~189p]
- 삽입시 학습 가설에 따르면, 기억은 해마에서 일어나는 시냅스 변화를 통해 처음 저장된다. 자극 상황의 몇 가지 측면이 반복되면, 해마는 처음 경험할 때 일어났던 피질 활성화 패턴을 복원시키는 데 참여한다. 복원될 때마다 피질 시냅스가 조금씩 변한다. 이 복원과정은 해마에 의존한다. 따라서 해마손상은 최근의 기억들에 영향을 주지만 피질에 이미 굳건히 자리 잡은 오래된 기억들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오래된 기억은 누차에 걸친 기억의 복원에 따른 피질 시냅스 변화의 누적된 결과다. 피질의 변화가 서서히 일어나는 것은 새로운 정보 습득이 피질에 저장된 오래된 기억을 교란하지 않기 위해서다. 최종적으로 피질의 표상은 자립하며, 이때 기억은 해마로부터 독립된다. [189~190p]
- 해마가 손상되면 제대로 습득할 수 없는 공간과제를 쥐에게 훈련시켰다. 그런 다음 여러 차례에 걸쳐 해마에서 신경활동을 측정했다. 처음에는 해마에서 신경활동지수가 높게 나타났는데, 이것은 기억 수행과 직접 관련되었다(신경활동 지수가 높을수록 과제를더 잘 수행했다). 시간이 흐르자 해마의 활동은 줄어들었으며 기억 수행과 관련이 없어졌다. 반면에 피질 활동은 증가했는데, 기억 수행과 밀접하게 연관되었다. [191p]
- 그러나 1970년대 초에 심리학자 털빙은 장기기억을 무엇에 ‘관한’ 기억인가에 따라 분류할 것은 제안했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일화기억episodic memory은 개인적인 경험(특정 장소, 특정 시간에 자신이 겪었던 일들)에 대한 기억이고, 의미기억semantic memory은 사실(자신이 알게 된 사실이지만 반드시 경험해야 할 필요는 없다)에 대한 기억이다. [191p]
- 이러한 연구결과는 해마가 사실들을 기억하는 데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경험들을 기억하는 데 관여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것은 많은 연구자들에게 뜻밖의 결과였다. 왜냐하면 측두엽손상 환자의 경우 일화기억과 의미기억이 모두 소실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환자들은 대부분 해마뿐만 아니라 주변의 피질 영역들(부해마 영역)도 손상되어 있었으며, 바르가-카뎀이 연구한 어린이들은 주로 해마에만 손상이 있었다. -중략- 그러나, 설령 의미기억보다 일화기억이 더 심하게 소실되었다고 하더라도, 하나에는 해마가 관여하고 다른 하나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결론짓는 것은 부적절하다. [192~193p]
- 앞서 보았듯이 감각정보는 신피질에서 부해마 영역을 거쳐 해마로 들어오고 기억은 역방향의 연결을 통해 신피질에 확립된다. 결국 부해마 영역들과 해마는 저마다 고유한 기여를 하며, 지연된 표본불일치 검사법은 해마의 기여보다 부해마의 기여를 더 잘 반영한다. [196p]
- 그는 쥐의 해마에 전극을 꽂아 경험이 신경에 암호화되는 동안 해마에서 일어나는 전기적 활동을 기록했다. 통상 해마의 투사세포(제3장 참조)들은 약 1초에 1회 정도의 상당히 느린 속도로 발화했다. 그러나 쥐가 특정한 장소에 있을 때는 개별 세포에서 이 발화 속도가 초당 수백 회까지 크게 올라갔다. 그러다 쥐가 그 장소를 떠나면 세포가 발화를 멈추고, 다시 그 장소로 돌아오면 다시 발화하기 시작했다. 이 세포들은 쥐의 공간적 위치를 암호화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오키프는 이 세포들을 장소세포place cell라고 불렀다(그림 5.4). [197p]
- 해마가 손상되면 이런 형태의 공간학습이 방해받는다. 결국 해마의 발화와 미로학습에 미치는 해마손상에 대한 연구들은 해마가 공간기억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반박의 여지없이 입증했다. [200p]
- 영장류에서도 해마가 손상되면 비공간기억의 결함과 함께 공간기억에 결함이 초래된다. [200p]
- 아이켄바움과 닐 코헨은 서술기억이 의식이라는 측면이 아니라 어떤 종류의 처리 과정을 요구하느냐에 따라 정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술기억이 활성화되면 관련된 다른 기억들도 활성화된다. 그 결과 서술기억은 애초에 그 기억이 만들어졌던 상황과 무관하게 활성화될 수도 있으며, 학습이 이루어질 당시에 관여했던 자극이 아닌 다른 자극에 의해 활성화될 수 도 있다. 아이켄바움과 닐 코헨은 해마는 그 해부학적 구조 덕분에 관계 정보의 처리를 담당할 수 있으며, 기억에서 해마를 연루시키는 여러 과제들이 모두 관계 정보의 처리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201~202p]
- 해마의 기능에 대한 관계이론은 폭넓은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공간이론 외에 또 하나의 주된 이론은 해마가 자극들을 함께 묶고 경험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시각, 청각, 감정적 요소들)을 혼합하여, 그 구성요소들과는 별개인 통일된 표상을 만들어 낸다는 주장이다. 관계이론에서는 요소들이 여전히 구별되는 요소로 남아 있는 상태에서 해마가 이들을 서로 연결시킨다고 보는 반면, 이 이론에서는 애초의 개별 요소들은 사라지고 결합된 덩어리가 형성된다고 본다. [202p]
- 해마는 결합성을 자연스럽고 신속하게 학습한다. 해마가 손상되면 신피질은 혹독한 훈련에 의해 결합성을 배우도록 명령받지만 정상적인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제이 맥클랜드, 맥노턴, 오릴리는 해마와 달리 신피질은 느린 삽입식 학습을 한다고 주장했다. 여러 연구들이 현재 공간 이론 및 관계성 이론들과 관련하여 이 배열이론의 새로운 버전을 시험하고 있는 중이다. [203p]
- 암묵기억은 우리가 ‘아는’것보다 우리가 ‘하는’ 것에 더 많이 반영된다. [204p]
- 암묵학습에 참여하는 시스템들은 엄밀히 말해 기억시스템이 아니다. 그것들은 자극 지각하기, 몸동작 정교하게 통제하기, 균형 유지하기, 하루 주기의 리듬 조절하기, 적과 친구 구분하기, 먹을거리 찾기 같은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다. 가소성(경험의 결과에 의해 변할 수 있는 능력)은 이러한 기능을 원활하게 만들어 주는, 이 시스템들의 신경 하부구조의 특징일 뿐이다. [205p]
- 인간의 암묵기억에 관여하는 여러 신경시스템들은 포유류뿐만 아니라 척추동물의 진화 역사의 대부분에 존재해 왔다. 이 시스템들이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까닭은 지각하는 자아로부터 정신활동의 몇몇 측면들을 감추기 위한 위대한 설계도 때문이 아니라, 그것들의 작동이 의식적인 뇌에 직접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5p]
-조작적 조건화 operant conditioning. 파블로프의 조건반사 실험에서 조건반응은 무조건자극에 대한 정상적 반응과 비슷하다. 예를 들어, 개가 고깃덩어리를 보고 침을 흘리는 것은 고깃 덩어리에 대한 개의 정상적 반응이다. 그러나 강화된 행동이 강화자극으로 일어나는 경우는 파블로프의 조건화 원리로 설명할 수 없다. 이러한 종류의 조건화를 설명하기 위해 스키너는 상자실험을 통하여 조작적 조건화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조작적 조건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응행동과 조작행동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반응행동은 고전적 조건화의 무조건 조건화에 대한 반응처럼 자극에 대한 적절한 반응을 말하며, 조작행동은 단순히 일어난 행동으로 상자안의 쥐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그 속에서 가끔 발판을 누르는 따위의 행동을 말한다. 스키너의 조작적 조건화는 자극의 강화가 반응 후에 일어난다는 점이 특징이다. 즉 실험대상이 먼저 요구하는 반응을 일으켜야 하고, 그 다음에 보상이 주어진다. 보상은 반응을 강화하며, 반응은 강화를 이끌어 오는 도구가 된다.-옮긴이. [207p]
- 편도체는 12개가량의 별도 영역 또는 구획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가운데 공포조건화에 중요한 것은 몇몇 영역에 한정된다(그림 5.6). 편도체의 외측핵(외측편도체, lateral nucleus)은 입력구역 역할을 한다. 여기서는 여러 감각들로부터 전달되어 온 입력정보를 받아 주변에 위협이 될 만한 정보가 없는지 항상 모니터한다. 피트네켄과 함께 수행한 연구에서, 우리는 외측핵이 편도체의 대부분의 영역들과 연결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네이더, 애모러팬스와 나는 이 가운데 중심핵Central nuclesu(중심편도체)과의 연결이 공포조건화에서 핵심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출력구역인 중심핵은 공포행동 및 그와 관련된 신체의 생리적 변화를 조절하는 네트워크와 연결된다. 외측핵이 모종의 위험자극을 감지하면 중심핵은 방어행동(얼어붙기 따위)의 발현을 시작하고, 공포반응과 관련된 신체적 반응(혈압과 심박률 증가, 위 수축, 땀샘 활동성의 변화)을 시작한다. [212p]
- 로만스키, 파브, 도런, 그리고 내가 수행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외측편도체는 두 가지 원천으로부터 자극입력을 받는다. 하나는 하피질 영역subcortical area(감각시상sensory thalamus)으로, 이곳으로부터 가공되지 않은 신속한 표상을 받는다. 다른 하나는 피질의 감각 영역들로, 지체되지만 더 완성된 표상을 받는다(그림 5.7). 내 연구실의 로만스키는 편도체로 들어오는 이 두 가지 입력시스템들의 역할을 연구해 왔다. 시상에서 피질을 거쳐 편도체로 이어지는 경로를 흔히 ‘고위경로’라고 부르며, 사물들과 경험들에 관한 복잡한 정보들에 의해 공포반응이 일어나게 해준다. 그런데 편도체는 시상으로부터 직접 활성화될 수도 있다. 이 하위경로는 신피질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외부자극에 대한 미완성의 표상을 편도체에 제공한다. 그러나 이러한 가공되지 않은 정보의 전달은 중요한 결과를 가져온다. 가령 보르디와 나는 편도체에 있는 세포들이 시상경로를 통해 들어오는 소리와 강도, 즉 소리의 세기를 결정할 수 있따는 사실을 알아냈다. 소리의 세기는 어떤 물체가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에 대한 좋은 단서이며, 거리는 그 물체의 위험도에 대한 좋은 단서다. 소리의 출처를 모르더라도 소리가 큰 물체를 위험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득이 될 게 분명하다. [212~214p]
- 피질경로는 외측편도체로 가는 시상경로보다 얼마간 더 많은 시냅스연결들을 포함하고 있다. 시냅스연결이 추가될 때마다 전달과정에 시간이 추가되는데, 외측편도체에 있는 세포들이 피질로부터 오는 정보보다 시상으로부터 오는 정보에 더 빨리 반응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는 것은 개체가 마음과 행동의 반응을 나타내는 데 지체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속한 반응이 요구되는 상황에서는 정확성보다 신속함이 더 중요할 수 있다. [215p]
-이 모든 연구들은 외측편도체가 공포학습이 일어나는 동안 가소성의 주요 장소임을 나타낸다. [216~217p]
- 이것은 조건화에 관여하는 핵심ㅈ덕인 가소성이 전뇌가 아니라 뇌간 쪽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고메자노의 제자였던 존 무어의 연구에서 뇌간 아래쪽을 제거하자 비非 조건화 자극에 의해 유도되는 반응에는 아무 영향이 없는 반면 조건화는 소멸되었다. 말하자면 그 토끼는 눈에 가해진 직접적인 자극에는 눈을 깜박였지만 경고음에 의한 눈 깜박임이 사라졌다. [219p]
- 그들은 뇌간에서 결정적인 장소는 소뇌라는 결론을 내렸다. 소뇌는 뇌간 위에 붙어 있는 주름진 조직 덩어리로 오랫동안 신체의 균형과 움직임을 조절하는 데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며, 한때 학습 장소라는 가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소뇌의 특정 지점들을 손상시키면 조건화가 일어나지 않으며, 반대로 조건화 동안에는 이 지점들의 뉴런 활동들이 활발해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연구자들은 경로 추적 작업을 통해 소뇌에 소리와 바람 불기 자극을 통합하고 눈깜박임 반응을 통제하는 신경연결들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사실 소리와 바람 불기 자극 대신 이 자극들을 소뇌로 전달하는 신경경로에 직접 전기자극을 가함으로써 조건화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가소성이 소뇌 기능의 중요한 특징이라는 견해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호의적이지는 않지만, 또 다른 훈련과정을 적용한 리즈버거의 연구 역시 운동학습에 소뇌의 회로가 개입되어 있을 가능성을 강력히 암시하고 있다. [220p]
- 사람들은 대부분 단 것을 좋아하고 쓴 것을 싫어한다. 이런 선호는 생애의 아주 초기부터 존재한다. 전뇌의 상당 부분이 소실된 채 태어난 유아들과 전뇌와 중뇌 대부분을 제거한 쥐들도 여전히 맛에 대한 선호를 지니고 있는데, 이것은 맛이 후뇌에 의해 매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맛 선호가 생애 초기에 나타난다는 것은 후뇌가 자궁 속에서 발달하는 동안, 선천적으로 맛 선호가 형성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 선호는 경험에 의해 바뀐다. [221p]
- 다시 말해, 해마는 주의집중하지 않았던 배경자극에 대해 학습하고 처리하는 데 필요하다. [228p]
- 예를 들어, 제8장에서 보겠지만 쥐를 소리와 충격을 짝 지워 조건화시키면, 쥐는 소리에만 겁에 질리는 게 아니라 조건화가 일어났던 상자도 두려워하게 된다. 해마는 많은 것들을 하나로 같이 묶고 이들을 잘 배열시켜 하나의 상황을 만드는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조건화에 필요하다고 밝혀졌다. 이것은 오키프, 아이켄바움, 루디가 주장한 쥐 해마의 기능에 대한 견해와 다르지 않다. 즉 해마는 복잡한 여러 자극들의 집합으로 구성된 기억을 만들 수 있는 뉴런들의 특별한 배열을 가지고 있다. [229p]
- 관계의 특성에 상관없이(자극들의 통일된 결헙/배치들에 관한 것일 수도 있고, 서로 다른 기억들 간의 관계일 수도 있꼬, 공간 배열들에 관한 기억들일 수도 있다). 해마의 주요 기능은 아마도 그 관계들을 처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마는 정보를 저장하는 다른 시스템들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즉 해마는 암묵적으로 부지런히 자신의 일을 한다는 것이다. 해마는 시냅스로 연결된 방식에 있어서 의식적 각성을 매개하는 뇌 시스템에 이용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반면, 암묵시스템들은 이런 식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 해마와 다른 기억시스템들 사이의 차이점이다. [229~230p]
- 그의 최근 저서 《기억의 7가지 죄악The Seven Sins of Memory》에는 기억이 우리를 실망시키는 일들이 자세히 나와 있다. 그가 본 죄악은 일시성, 무심, 저지, 귀속오류, 피암시성, 선입견, 영속성이다.
일시성이란 정보를 꽉 잡을 수 없음을 말한다. 무심이란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는 성가신 특성을 말한다. 예를 들어, 다른 일을 하다가 열쇠를 밑에 내려놓았는데 나중에 찾지 못한다. 열쇠를 내려놓을 때 당신은 다른 일에 정신적으로 매달렸기 때문이다. 저지란 어떤 사실이나 이름이 생각날 듯이 입가에만 맴돌며 찾아내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귀속오류란 한 상황에서 형성된 기억이 다른 상황에서 일어난 것처럼 잘못 믿는 현상이다. 이것은 목격자 증언이라는 맥락에서 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피암시성 역시 목격자 증언과 관련 있으며 치료과정 중에 이식되는 허구기억과 관련 있는 특성이다. 선입견은 여러 방식으로 기억에 퍼지는데, 한 가지는 일관된 선입견으로 우리가 지금 느끼거나 생각하는 것에 끼워 맞추도록 특정한 상황에 대한 기억을 수정하는 것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영속성인데 표면적으로는 좋을 수 있지만, 기억이 상처의 경험이라면 영속성은 사람을 쇠약하게 한다.
섀크터는 죄악들이 특성이라기보다는 설계상의 결함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그 말은 죄악들은 미덕의 부산물이라는 것이다. [230~231p]
6 작은 변화
- 마음속에서 두 가지 자극이 함께 묶여서 연합되려면 두 자극에 대한 각각의 신경적인 표상이 뇌에서 서로 만나야 한다. 이 말은 두 자극에 대한 정보를 동시에 받아들이는 어떤 뉴런 또는 뉴런의 집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고 나서야 두 자극은 서로 연결되고 둘 사이의 연합이 일어날 수 있다. [235p]
- 오늘날 신경과학자들은 ‘헵 학습’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시냅스전 입력이 도달했을 때 시냅스후 세포가 활동하여 형성되는 두 뉴런 간의 연결 강도가 변화되는 것을 표현한다. -중략- 어떤 종류의 시냅스 변화들이 뇌에서 어떻게 일어나는지가 헵의 학습이론에 의해 설명될 수 있으며, 이 이론은 사실상 기억들이 만들어지는 주된 방식이다. [237p]
- 습관화는 일종의 학습으로서 특정한 자극을 여러 번 받아들이면 그 자극에 대한 반응이 점점 약해지는 현상이다. [239p]
- 칸델과 동료 연구자들은 이런 접근방식에 따라 무척추동물의 신경계에서 여러 형태의 학습들과 이에 관여하는 시냅스의 원리를 찾고자 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그들의 업적은 시냅스 가소성을 깊이 파고들어 기억을 오래 유지하는 데 필요한 특정 분자물질을 찾아낸 것이다. 행동학적으로 적절한 형태인 신경 가소성에 대한 생물학적 분석이라는 면에서 그들의 연구는 정말로 탁월한 것이지만, 달팽이에서 밝혀진 원리가 포유류에게까지 적용되는지는 오랫동안 알려지지 않았다. [240p]
- 해마 박편은 시냅스의 가소성에 대한 연구뿐만 아니라 시냅스전달 연구에서도 귀중한 실험 방법이었다. 수년에 걸친 LTP의 특징들이 속속 밝혀지면서 이 인위적인 현상이 기억과 관련 있을 가능성이 계속 증가했다. 예를 들어, LTP는 신속히 유도되고 장시간 지속되는 성질뿐만 아니라 연상의 형성에 관여하는 특정한 시냅스전의 입력과 시냅스후 세포 사이의 상호작용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신속한 획득, 지속성, 특징성, 연합성 등은 모두 기억 메커니즘에 대해 예상할 수 있는 특징들이다. [244p]
- 자극들 사이의 연합이 일어날 수 있는지 여부는 LTP가 학습의 시냅스 메커니즘인지 여부를 판별하기 위한 주요한 과제였다. 1979년 레비와 스튜어드의 연구결과는 LTP가 연합을 형성하는 방법일 수 있다는 것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그들은 한 경로에 약한 자극을 가함과 동시에 다른 경로에 강한 자극을 가했다. 맥노턴의 협동성 실험에서와 달리 레비와 ㅅ튜어드의 연합성 실험에서는 강한 자극만으로도 LTP가 유도되었으며, 약한 자극은 LTP를 유도하는 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강한 입력이 시냅스후 세포들을 활성화시키는 동안에 다시 약한 입력이 도달하면, 강한 입력경로뿐만 아니라 약한 입력의 경로에서도 LTP가 일어났다. 헵이 예측했던 대로 시냅스후 세포가 활성화된 상태에서 약한 입력이 들어오면, 약한 입력의 경로와 시냅스후 세포 사이의 연결이 강화되었던 것이다. [245p]
- 글루타메이트가 수용체에 결합하는 것은 매우 짧은 순간에 일어나는 일로 몇 초를 넘지 않는다. 그러나 기억은 평생 유지되기도 한다. NMDA활동으로 암호화된 시냅스 변화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시냅스 활동보다 훨씬 더 오래 지속되는 화학적 과정이 필요하다. 바로 이런 과정들에 대한 연구가 두 가지 서로 다른 실험조건에서 이루어졌다. 하나는 한 시간 정도 유지되는 헵 LTP를 유도하는 조건이고, 다른 하나는 헵LTP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조건이다. 이들을 각각 초기 LTP와 후기 LTP라고 부른다. [252p]
- 초기 LTP와 후기 LTP는 각각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의 相似(상사)형처럼 여겨진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면,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은 기억의 지속 시간에서의 차이뿐만 아니라 화학적 요구조건에서도 구분된다.-중략- 초기 LTP와 후기 LTP도 마찬가지다. 단백질 합성을 차단하면 초기 LTP는 영향받지 않지만 후기 LTP는 방해받는다. 이처럼 초기 LTP는 단기기억에, 그리고 후기 LTP는 장기기억에 각각 상응하는데, 이것은 LTP와 기억이 동일한 분자 메커니즘에 의해 매개된다는 견해와 일치한다.
초기 LTP와 후기 LTP의 화학을 좀더 깊이 이해하고 또 LTP와 기억이 유사한 분자적 토대로부터 기인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이차전령second messenger 개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글루타메이트와 같은 신경전달물질은 일차전령first messenger으로 뉴런들간의 신호전달을 담당한다. 이차전령은 일차전령이 역할을 수행하고 남긴 뒷일을 처리한다. 그것이 하는 일은 일차전령이 세포 ‘바깥’에서 신경전달 과정을 통해 제공한 정보를 토대로 세포 ‘안’에서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데 관여하는 것이다. [252~253p]
- 그리고 시냅스 가소성에 대한 풀리지 않는 많은 미스터리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최소한 NMDA수용체, 칼슘, 카이네이즈들, 크렙으로 활성화되는 유전자들, 단백질 합성 등이 관여한다는 것은 상당히 명확하게 보인다. [259p]
- 두 연구 그룹에서 연구한 결과를 보면(뉴욕의 칸델과 마틴, 스코틀랜드와 독일의 모리스와 프라이), 중요한 어떤 경험을 하면 활성화된 시냅스에 분자 꼬리표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그 이후 새로운 단백질들이 세포체에서 만들어지면 이들은 세포의 모든 시냅스로 우송되지만, 초기 자극에 의해 꼬리표가 붙은 시냅스들만 새로운 단백질들을 사용하여 시냅스전 말단과의 연결을 안정화시킬 수 있다. [260p]
- MIT의 토네가와와 그의 동료들은 NMDA 수용체의 중요한 구성요소가 없는 쥐를 만들었다. 특히 중요한 사실은 해마의 일부 장소에서만 수용체가 손실되도록 조작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쥐들은 공간학습 과제들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고 LTP 유도도 망가졌다. 가장 최근에는 토네가와의 전 동료였던 조 첸은 역방향 접근방식으로 NMDA 수용체들의 기능을 해마의 특정 지역에서만 향상 시킨 쥐들을 만들었다. LTP 유도가 촉진되었으며 그와 마찬가지로 해마에 의존하는 여러 가지 기억기능들이 좋아졌다. 이 연구들은 세 가지 관계, 즉 해마의 NDMA 수용체, 해마의 LTP, 해마의존적인 기억 간의 관계에 대한 꽤 직접적인 증거를 제공했다. [264p]
- LTP와 해마의존적인 기억이 파괴되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에이블, 메이포드, 칸델과 동료들은 크렙을 인산화하는 단백질 카이네이즈A(PKA)와 칼슘/칼모듈린 카이네이즈(CaMK)를 유전자조작으로 변화시켰을 때, 초기 LTP또는 단기기억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후기 LTP와 장기기억이 손상되는 것을 발견했다.[265p]
- 편도체에 의한 공포조건화와 음식회피학습, 그리고 해마에 의한 관계(공간)학습이 모두 유사한 분자적 변화를 보인다는 사실의 중요성은 무엇인가? 회로들은 분명 여러 면에서 매우 다르다. 예를 들어, 편도체의 공포학습 회로들은 감각계로부터 하나의 시냅스를 받는 대신, 해마에서는 감각게들로부터 들어온 입력들이 여러 단계의 시냅스를 거치게 된다. 아울러 이런 회로들을 활성화할 때 나타나는 결과들도 다르다. 편도체의 공포조건화 회로들을 활성화하면 뇌간과의 연결을 통해 이미 짜여 있는 생리반응을 일으키게 하고, 해마회로가 활성화되면 피질 영역들과의 광범위한 연결들을 통해 다양한 반응을 일으키게 하는 표상들을 만들어 낸다. 따라서 기억의 다른 형태들은 단백질들의 차이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 단백질들이 작용하는 회로들에 의해 구별되는 것이다. [272~273p]
- 또한 기억 저장의 장소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외측편도체에서의 가소성은 분명 관련되어 있다. 그러나 이곳만이 변화가 일어나 오랫동안 유지되는 유일한 장소인지는 더 규명되어야 한다. [274p]
- 내 연구실의 네이더와 샤페가 발견한 것에 의하면, 최근에 회상했던 내용을 다시 기억으로 재저장할 때 편도체에서 단백질이 합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저장소에서 기억을 끄집어낸다면 기억이 기억으로 남아 있기 위해 새로운 단백질들을 합성해야 한다는(복원하거나 제공고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어쩌면 회상하는 뇌는 초기기억을 형성했던 바로 그 뇌가 아닐지도 모른다. 옛 기억이 현재의 뇌에서 의미를 가지려면 업데이트가 되어야 한다. 이 연구결과는 과학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커다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어떤 사람은 전화하여 물어보기를, 전 부인에 대한 기억을 지우기 위해 그녀에 대해 생각하는 동안 단백질 합성을 차단하면 지울 수 있는지 물어 오기도 했다. 이 연구의 실질적인 측면은, 언젠가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정신적 충격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약을 투여하거나 뇌를 교란시켜 그 사람의 정신에서 기억의 지배를 약화시키는 일이 가능해질 거라는 것이다. 우리가 이것을 제안했지만 한 치료사가 매우 좋은 점을 지적했다. 예를들어, 대재앙을 경험한 사람이 있다고 하자. 경험 후 수년이 지나면서 그의 이런 기억은 은연중에 그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인데 그 기억을 지운다는 것이 정체성의 부분적 소실을 의미하지 않을까? 이런 문제는 윤리적 문제와도 깊게 연관을 맺고 있다. [274~275p]
- 군소의 중추신경계는 2만여 개의 뉴런으로 구성되어 있다. 400개에서 1,000개 미안의 뉴런들이 아가미 수축 반사에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이들 중 많은 수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핵심적인 뉴런들은 아가미 덮개 피부에 대한 촉각을 처리하는 감각뉴런과, 아가미 수축을 조절하는 운동 또는 출력 뉴런들이다. 감각뉴런들은 운동뉴런들과 시냅스연결을 만든다. 또한 흥분성과 억제성 중간뉴런들이 감각뉴런 또는 운동뉴런과 시냅스를 만들어 반사작용을 조절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포유류 뇌에 있는 수십억 개의 뉴런들과 비교한다면, 군소의 행동기능에 대한 신경학적 기반을 연구하는 것이 왜 쉬운 일인지 자명해진다.
아가미 수축 반사는 여러 학습 형태를 보인다. 그중의 하나는 습관화인데 아가미 덮개를 반복적으로 자극하면 아가미 수축이 약해진다. 습관화는 비연한성 기억의 한 종류다. 여기서 비연합성은 한 개의 자극만 관여되어 있으며 다른 어떤 자극과도 연합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하낟. 꼬리와 같은 여러 신체 부위에 강한 자극을 주면 습관화는 즉시 역전될 수 있다. 이런 충격을 준 후 아가미 덮개를 자극하면 아가미가 강력히 수축한다. 이것은 또 다른 형태의 비연합성 학습으로 민감화라고 하는데, 단순히 습관화로부터의 회복은 아니다. 왜냐하면 습관화가 일어나지 않은 제2의 다른 피부를 자극해도 아가미 수축은 여전히 향상되기 때문이다. 민감화가 비연합성인 이유는 건드리는 시험자극과 충격자극 사이에 관련성이 없고, 학습 또한 시험자극에 특유하지 않기 때문이다. 동물은 충격 후에 여러 종류의 자극에 대해 민감하게 더 큰 반응을 보인다. 민감화 효과는 어떻게 동물을 훈련하느냐에 따라 짧게 지속될 수도 있고 오래 지속될 수도 있다. 약한 충격을 한 번만 준다면 반사의 변화는 짧게 지속될 것이며 수 시간 내에 사라져 버린다. 반면에 충격을 반복적으로 주면 반사의 변화는 며칠 동안 지속된다. 습관화와 유사하게 민감화도 비연합성 학습인데, 그 이유는 한 개의 자극(충격)이 행동상의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연합성 학습, 즉 고전적 방어나 공포조건화도 아가미 수축 반사에서 일어난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포유류에서 여러 번 이야기 했던 것과 같은 종류의 조건학습이다. 예를 들어 제5장에서 논의했던 암묵적 학습을 살펴보자. 아가미 덮개를 건드릴 때 꼬리에 충격을 가하면, 나중에 아가미 덮개를 건드릴 때 조건화시키기 전보다 더 크게 아가미를 수축한다(그림 6.9). 이 현상이 충겨겡 의한 민감화 기억이 아니라 연합성 학습인 이유는, 촉각과 충격을 동시에 주지 않고 엇갈려 주면 조건화 반응이 더 약해지다는 사실 때문이다. 따라서 두 자극간의 관계가 열쇠다. 이 학습이 연합성인 이유는 또 다른 사실로도 입증된다. 즉 촉각자극을 아가미 덮개의 다른 위치에 주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한 장소에 자극을 줄 때는 충격과 연합시키고 다른 장소에 자극을 줄 때는 충격과 연합시키기 않는 실험을 하면, 연합시킬 때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큰 반응을 유발한다. 조건화와 민감화는 강한 자극에 의해 약한 자극에 대한 반응이 변화한다는 점에서 유사핟. 그러나 이들은 특이성 측면에서 다르다. 연합적 조건화에서는 증폭된 반응이 충격과 연합된 자극에 대해서만 일어나는 반면, 민감화에서는 충격과 관계없는 자극에 대한 반응이 증폭된다. 민감화는 기본적으로 달팽이를 깜짝 놀라게 한 후 다른 자극이 올 때 반응을 잘하게 만들어 주는 반면, 조건화는 강한 자극과 동시에 발생했던 자극에 대해서만 반응하고 다른 새로운 자극에 반응하지 않는다. 고전적 조건화에서는 연합시키지 않는 학습(민감화)을 대조군으로 하여 실험함으로써, 조건화된 반응이 강한 자극 단독에 대한 비연합적 효과가 아니라 강한 자극과 약한 자극 사이의 연합적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277~280p]
- 습관화의 경우 시냅스전 입력에 대한 시냅스후 뉴런의 반응이 약해지며, 아가미 반응이 더 작아진다. 왜냐하면 시냅스전 말단에서 더 작은 양의 글투타메이트가 분비되기 때문이다. 전달물질이 고갈되었던 것이다.
반면에 민감화에서는 꼬리에 충격을 받기 전보다 받고 난 후에 같은 자극에 대한 아가미 반응이 더 커지는데, 그 이유는 감각뉴런에서 더 많은 글루타메이트가 분비되기 때문이다. 꼬리가 충격을 받은 후에 왜 글루타메이트가 더 많이 나왔는지 알기 위해서는, 충격경로가 감각뉴런과 운동뉴런 사이에 형성된 시냅스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충격경로는 감각뉴런의 말단에 시냅스를 형성하고 있다. 이것을 축삭-축삭 시냅스axoaxonic synapse라고 한다. 왜냐하면 충격경로의 축삭말단이 또 다른 축삭의 말단과 시냅스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형태는 우리가 지금껏 보아 온 시냅스 형태, 즉 축삭말단이 수상돌기와 접촉하여 생기는 시냅스와는 다른 경우다. 따라서 꼬리 충격경로는 감각뉴런의 시냅스전 말단에 도달하여 분비되는 신경전달 물질의 양을 증가시킨다. 감각뉴런과 운동뉴런 사이의 전다렝 효율성이 증가한 것은 전적으로 감각뉴런의 말단에서 일어난 변화에 의한 것이므로 이 현상을 시냅스전 촉진이라고 부른다. 시냅스후 뉴런의 활성상태와는 관계없으므로 민감화는 정의상 비(非)헵 가소성의 한 종류다(헵 가소성은 시냅스전 뉴런의 활성과 시냅스후 뉴런의 활성을 동시에 요구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281~285p]
- 충격에 의한 민감화 효과는 반복적로 충격을 가하지 않는 이상 곧 사그라진다. 충격이 반복되면 또 다른 과정이 활성화되면서 민감화 효과는 며칠 지속될 수 있다. 특히 PKA가 특별한 방법으로 활성화되어 세포핵 속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된다. 더 나아가 두 번째 단백질 카이네이즈인 맵 카이네이즈(해마와 편도체 가소성에 관여하는 효소임)가 역시 반복적인 충격에 의해 활성화되어 핵 속으로 들어간다. PKA와 맵 카이네이즈는 우리가 앞서 LTP를 배우면서 안 것처럼 유전자 전사인자인 크렙을 인산화시킨다.
크렙에 의해 활성화되는 유전자들은 새로운 단백질들을 만들어 내고, 이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감각뉴런과 운동뉴런들 사이의 전달을 촉진시킨다. 이 단백질들이 만들어지면 PKA가 지속적으로 활성화되어, PKA에 의한 단기 민감화 효과가 길어지면서 전달물질 분비에 미치는 효과가 지속될 수 있다. 즉 시냅스전 촉진 현상이 지속된다. 그러나 또 다른 중요한 효과도 있다. 단백질들의 일부는 감각 말단을 자극하여 새로운 축삭가지들을 자라나게 하여 운동뉴런과 새로운 시냅스들을 만들어 낸다. 두 세포 사이의 시냅스연결이 많아지면 시냅스전 축삭으로 들어온 하나의 활동전위는 여러 갈래로 나뉘어 동일한 시냅스후 세포를 자극하게 되므로 더 강력한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두 가지 효과(PKA의 지속적인 활성화와 새로운 연결들의 형성)는 서로 합쳐져서 감각과 운동뉴런 사이의 신경전달이 잘 진행되는 현상과 이에 따라 반사반응이 더욱 강해지는 현상이 오래 유지되도록 해준다. [285~286p]
7 정신 3부작
- 당신은 전화번호를 찾고서 다른 데 정신이 팔려 그 번호를 금방 잊어버렸던 경험을 많이 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번호를 작업기어게 넣었기 때문이며, 작업기억이란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할 수 있는 정신의 작업장이다. 새로운 일감이 작업기억에 들어오는 순간 이전 작업내용은 밀려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전화번호를 계속 암송하면서 당신의 주의를 뺏을 수 있는 다른 일들을 무시하지 않는 한 마음속에 남아 있지 못한다. [295p]
- 작업기억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1970년대 초 배들리가 한 선구적인 연구에서 비롯되었다. 단기기억에 대한 자신의 연구를 바탕으로, 그는 두 종류의 인지시스템들로 마음을 서술했다. 즉 특정한 정신 작업들을 위해 할당된 한 세트의 특수시스템과 모든 사고작용에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만능시스템이 그 두 가지다.
특수시스템들은 다시 두 가지로 나뉜다. 언어시스템은 언어 이해에 관련된 시스템처럼 인간 뇌에 주로 존재하며, 비언어시스템은 모든 뇌에 다 존재한다. 비언어적 특수시스템들은 감각시스템들에 의해 요약된다. 각각은 독특한 자극의 종류들(시각, 소리, 냄새 등)의 처리와 관련되어 있다. 언어적 특수시스템과 비언어적 특수시스템은 방금 처리했던 내용을 짧은 순간(수 초) 유지할 수 있는 본연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런 능력은 지각작용을 도와 지금 본 것, 들은 것과 전에 본 것, 들은 것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해준다. 예를 들어, 강의를 들을 때 당신은 각 문장의 주어를 동사가 나타날 때까지 마음속에 잠시 담아 두어야 하며, 대명사가 나오면 그것이 지칭하는 내용을 찾기 위해 앞 문장의 기억을 조사해야만 전체 문장의 뜻을 이해할 수 있다. [296~297p]
- 당신의 작업기억에 있는 정보는 지금 생각하거나 주목하고 있는 내용이다. 작업기억이 일시적이므로, 그 내용들은 계속 새로워진다. 그러나 작업기억은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에 대한 순수한 산물이 아니다. 그것은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과거에 경험했던 것에도 의존한다. 즉 장기기억에도 존재한다. [296~297p]
- 바레트경의 발견은 기억이 속성상 개인적이고, 저마다 퍼스낼러티적이고,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을 뿐만 아니라 작업기억의 일시적인 작업공간으로 불려온 장기기억들이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강조하고 있다. [298p]
- 인간의 인지 능력이 대단한 이유 중의 하나가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인데, 그로 인해 정보를 범주화하거나 나누는 능력을 크게 확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전체적 문화 현상을 이름 하나로 지칭할 수 있다. [299p]
- 작업기억의 개념은 종전에 쓰던 단기기억을 포함한다. 그러나 작업공간workspace이라는 용어가 의미하듯이, 작업기억이란 일시적으로 저장하기 위한 하나의 장소 이상을 말한다. 작업기억은 정신적 일을 의미하기도 한다. 민스키가 말한 것처럼 사고작용이란 정신적 항목들, 즉 비교하고, 대조하고, 판단하고, 예측하는 일들의 묘기다. 작업기억의 집행기능들에 의해 이런 요술들이 이뤄진다. [299p]
- 이런 점에서 집행기능은 컴퓨터에서 문서 작성, 이메일, 달력, 그밖의 여러 프로그램들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윈도우즈 작동시스템이라기보다는 예전의 구식 도스DOS 작동시스템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300p]
- 그러나 집행기능에서도 분담하여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있다. 우리가 본 것처럼 집행기능은 복잡한 작업에서 순서를 정하는 일에 관련되어 있다. 이때 집행기능은 한 번에 한 가지 이상의 일들을 하지만, 이들은 모두 한 가지 공통의 목적에 관련되는 것들이다. 만약 집행기능이 관련 없는 여러 목표들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면, 그 시스템은 분열되기 시작하며 목표들이 서로 배치될 때는 더욱 그러하다.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주기 위한 간단한 방법은 여러 일을 동시에 하게 만드는 것이다. 계획하고, 의사를 결정하는 것과 같은 여러 정신생활의 측면들은 집행기능이 과부하 걸렸을 때 고통받는다. [300~301p]
- 전전두피질은 운동 조절 영역의 앞에 위치해 있는데, 영장류에서 특히 잘 발달되어 있다(어떤 연구자들에 의하면, 이 영역은 영장류가 아닌 동물에는 아예 없다고 한다). 이 영역이 바로 작업기억을 담당하는 장소다(그림 7.1). [302p]
- 전전두피질은 수렴 영역이다. 그것은 여러 특수 시스템들(시각시스템이나 청각시스템처럼)과 연결되어 있어서 외부세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알려 주며, 모인 정보들을 통합하게 해준다. 또한 그것은 장기 외현기억에 가담하는 해마와 기타 피질 영역들과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지금 하고 있는 작업에 적절한 저장된 정보들(사실들, 개인적인 경험들, 도식들)을 불러올 수 있다. 또한 전전두피질은 운동 조절에 관여하는―피질 하부 영역뿐만 아니라 전두피질의 운동 조절 영역들을 포함한―영역들과 연결하여 집행 결정사항을 실제 의지적 행동으로 옮기도록 한다. [303p]
- 피질의 시각 처리는 후두엽(머리의 가장 뒷부분에 있는 피질)에 위치한 일차 시각 영역에서 시작된다. 이 영역은 시각시상으로부터 시각정보를 받아 처리한 후, 다양한 피질 영역들로 출력을 분산하여 보낸다. 운거라이더, 제키, 에센 등을 비롯한 여러 학자들의 연구에 의해 피질에서 시각 처리가 일어나는 경로들이 밝혀졌다. 이 회로들은 매우 복잡하지만, 시각 처리의 큰 두 줄기 경로에 대해 잘 밝혀졌다. 운거라이더와 미쉬킨의 연구에 의해, 이 두 경로가 ‘무엇what'과 ’어디에where'와 관련된 시각경로들로 밝혀졌다. ‘무엇’ 경로는 사물을 인식하는 데 관여하며, ‘어디에’경로는 외부세계에서 그 사물이 다른 자극원들과 상대적으로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지에 대한 정보처리에 관여하는 경로다. ‘무엇’ 경로는 일차 시각피질에서 측두엽피질로 가는 경로이고, ‘어디에’ 경로는 일차 시각피질에서 두정엽피질로 가는 경로다. [304p]
- 하위 처리 장소에서 상위 처리 장소로 정보가 흐르는 것을 인지심리학자들은 상향bottom-up처리 방식이라 하고, 상위에서 하위 장소로 흐르는 것을 하향top-down 처리 방식이라 부른다. 그래서 ‘무엇’ 영역에서 전전두피질로 가는 것은 아래에서 위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고(대상물체의 정체에 대한 정보를 작업공간으로 옮겨 놓는 것), 전전두피질에서 거꾸로 ‘무엇’영역으로 가는 경로는 위에서 아래로 정보를 전달한다(작업공간에 표상되어 있는 사물에 대한 주의집중을 유지하도록 조절하는 집행신호를 보내는 것). 하향식 활동들은 결국 집행기능들을 다른 말로 부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307p]
- 그들도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는데, 위에서 아래로의 하향식 활동에 의해 하위 시각 여역들이 조절된다는 것이다. [310p]
- 집행기능 중 중심적인 측면은 의사-결정이다.[311p]
- 어떤 연구잘들은 두정엽피질의 ‘어디에’ 영역에 있는 회로들이 전전두 세포들처럼 움직임에 대한 계획과 의사결정에 관여한다고 주장한다. 여러 면에서 이들 세포들은 전전두피질의 세포들과 비슷하게 반응한다. 그러나 두정회로들은 다음 움직임에 대한 계획에 관여하는 반면, 전전두회로들은 여러 단계를 미리 계획하는 데 관여한다. 후에 감정과 동기를 알아볼 때, 의사결정에 대한 다른 측면들을 살펴볼 것이다. [312p]
- 그러나 얼 밀러는 전두의 각 영역에는 한 가지 종류에만 배타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수많은 세포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다른 영역들은 서로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 여러 분야의 정보를 통합하기 위해 많은 영역들이 공동으로 작동하며, 독립적인 시스템들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단일한 분산시스템(여러 뇌 영역에 걸쳐 있는 하나의 시스템)을 만들어 일시적 저장을 매개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314p]
- 일시적 저장기능들이 어떻게 구성되는가와 관계없이, 집행기능들은 자극 분야에 따라 전전두피질에서 구분된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이 말이 하나의 단일 기능 영역에서 모든 집행기능들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말하는 건 아니다. 집행기능들은 전두피질의 여러 영역들에 걸쳐 퍼져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작업기억에 관여하는 전전두피질의 고전적 영역은 외측전전두피질lateral prefrontal cortex인데 전두피질의 바깥 표면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내측전두피질, 즉 안쪽에 위치한 영역도 작업기억의 기능 영상 연구에서 밝혀졌듯이 활성화되어 있으며 집행기능들을 관상하는 주요 영역 중의 하나다. 이 영역은 전대상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인데 외측전전두 영역, 즉 고전적인 작업기억 영역과 더불어 여러 감각시스템들로부터 입력을 받고 있으며 고전적인 외측 영역과 해부학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따. 더욱이 두 영역은 인지심리학자인 포스너가 전두엽 주의집중 네트워크라고 불렀던 부분이다. 이 네트워크는 선택적 주의집중, 정신적 자원 할당, 의사결정 과정, 수의적 운동 조절, 그리고 (또는) 경쟁하는 자극들 사이의 갈등 해결 등에 관여한다. 작업기억의 집행적 측면들이 외측전두와 전대상anterior cingulate 영역이나 다른 영역들 간의 시냅스연결들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행기능들의 다양한 측면들이 여러 영역들에 걸쳐서 똑같이 분산되어 있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상 특정한 집행기능들이 특정한 위치에 국한되어 있다는 증거들이 있다. 즉 어떤 작업을 수행할 때 집행기능들의 다른 측면들(예를 들어, 자극 또는 반응 선택 대 갈등 해결 대 의사결정)이 전전두피질의 다른 영역들에 다른 정도로 관여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즉 다양한 집행기능들이 자체적으로 계획하고 의사결정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결코 아니다. 대신 다양한 집행기능의 요소들은 전두피질에 있는 여러 영역들 사이와 더 나아가 다른 영역들 사이에 퍼져 있는 상호 연결회로들의 집합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인데, 이 점은 제9장에서 더 자세히 논의할 것이다. [314~315p]
- 당신이 신문을 읽는 것과 같은 어떤 정신작용에 몰입해있다고 가정하자. 당신 주위에서 벌어지는 다른 일들은 무시하게 된다. 그러나 당신 이름을 부르는 소리 같은 무엇인가 의미 있는 일이 뒤에서 일어나면, 그때 당신은 읽는 것을 멈추고 당신을 부른 사람을 돌아볼 것이다. 당신의 의식적 마음은 신문에서 유래되는 시각적 신호 이외의 다른 것들을 무시하지만 당신의 뇌는 그렇지 않다. 다른 감각계들로부터 오는 입력들은 계속 처리되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면 당신의 이름을 불렀을 때 이를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따라서 인지와 의식은 같은 것이 아니다. [320p]
- 집행과정들(감시기능, 자원배분, 작업관리, 갈등해결, 기억회수)의 최종 결과는 작업기억에서 당신의 이름을 의식의 내용으로 표상하는 것이지만,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집행과정들은 무의식적으로 기능한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신경과학의 선구자인 래슐 리가 1950년대 초에 지적한 것처럼, 우리는 처리 과정을 의식할 수 없으며 처리 과정의 결과만을 의식하게 될 뿐이다. 오즈의 마법사처럼 집행과정들은 은막 뒤에서 일한다. [321p]
- 우리는 전전두피질의 작업기억 영역들과 연결된 시각 처리 영역들에서 일어나는 정보처리 과정에는 접근할 수 있지만, 작업기억 영역들과 연결되지 않은 영역들에서 일어나는 정보에는 접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시각피질의 1차 영역은 전전두피질과 연결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거기에서 처리되는 자극의 윤곽과 명암에 대해서는 경험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이후의 처리 과정들은 전전두피질과 연결되어 있으므로 이들 영역들의 산물인 물체의 전반적인 특징 즉 모양, 색, 움직임, 위치 등을 경험할 수 있다. [323~324p]
- 우리는 이런 특징들을 구별하여 찾아내지 않으며, 구성부분들로서가 아니라 대체적으로 일관된 사물의 모습으로서 경험한다. 이런 통합과정이 어떻게 일어나는가에 대한 질문을 결합 문제binding problem라고 한다.
결합은 적어도 부분적으로나마 개별적인 처리 영역들로부터 정보를 통합하는 영역들로 정보가 운송되면서 일어난다. 우리가 살펴본 것처럼 이런 수렴과정은 각각의 감각계 내에서 일어난다. 예를들어, 시각피질 처리의 초기 단계에서는 사물에 대한 기초적인 특징들(윤곽, 밝기)이 처리되고, 후기 단계에서는 보다 복잡한 특징들(‘무엇’, ‘어디에’. 움직임)이 처리된다. 더 나아가 여러 가지 복잡한 특징들은 서로 다른 회로들을 통해 처리되며, 전체 내에서뿐만 아니라 회로들 간의 통합 또는 결합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시각자극들은 분리되어 발생하지 않고 다른 종류의 자극들(소리, 냄새)과 연결된 상황에서 일어나므로 감각형식들 간의 결합도 필요로 한다. 또한 하나의 감각자극에 대한 의식적 경험은 단순히 감각경험만이 아니다. 우리는 대체적으로 자극을 경험할 때 다듬지 않은 감각으로서가 아니라 의미 있는 대상으로서 경험한다. 따라서 자극이 보이고, 들리고, 냄새 나는 방식은 경험과 사실을 포함한 기억 속에 저장된 관련 정보들과 통합되어야 하며, 자극에 대한 감정적이고 동기적인 중요성에 대해 저장된 정보들과도 통합되어야 한다. 전전두 영역들은 감각, 기억, 감정, 동기회로들로부터 수렴하는 입력들을 받고 있으므로 의식적 경험 동안 뇌에서 반드시 일어나야 하는 복잡한 형태의 정보통합(결합)이 일어난다. [324~325p]
- 다른 포유류들도 내측 전전두, 복측전전두피질들을 가지고 있으나 영장류만이 외측전전두피질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영장류에서 작업기억에 관여하는 주요 영역 중 하나가 다른 동물들에게는 없는 것이다. 이 동물들의 인지 능력이 영장류들과는 비교될 수 없다는 사실은, 영장류 인지기능의 독특한 특징들이 외측전전두 영역의 발달과 내측전전두와 복측전전두 영역으로 구성된 기존의 네트워크에 외측전전두가 통합되면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쥐들도 일시적 저장을 할 수 있고 특히 감정과 관련된 정보를 저장할 수 있으며 특정한 자극에 주의를 집중할 수 있지만, 세계를 분류하고 다른 자극과 사건들을 구분하여 사물들의 관련성과 연합성을 실시간으로 만들어 내고 이런 인지적 분석들을 이용해 문제를 풀고 의사를 결정하는 능력에서는 영장류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 [328p]
- 크기 이외에도 사람의 전전두피질은 다른 영장류의 전전두피질과 다른 중요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 즉 언어 사용에 특화된 처리 단위에 접근 가능하다는 것이다. 커다란 크기가 힘을 증가시킬 수 있지만, 언어가 있다는 것은 피질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 이상이다(여기서 말하는 언어란 모든 인간들이 갖고 있는 문법적인 자연언어를 말하는 것이며, 침팬지나 앵무새들이 보여 주는 다른 형태의 의사소통 능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언어는 뇌의 능력을 급변시켜 실시간에 비교, 대조, 차별, 연합이 가능하도록 해주며, 이런 정보를 사고작용과 문제 해법에 이용하도록 해준다. 비언어적 작업기억만 갖고 있는 것과 비언어적 작업기억과 언어적 작업기억 둘 다 가지고 있는 것의 차이는 인지시스템이 작동하는 방식에 엄청난 차이를 일으킨다. [330p]
- 인간의 뇌에 언어가 첨가된 것은 기능의 진화라기보다는 혁명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331p]
- 다시 말해, 우리 정체성에 대한 의식적 자극은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우리의 언어적 해석(표시하고, 분류하고, 설명하는)에 의존한다는 것이 해석시스템 이론의 핵심이다(이것은 제2장에서 논의했던 서술적 또는 구성된 의식자아라는 개념과 관련이 있다). [332p]
8 다시 찾아온 감정적 뇌
- 두 생명체가 같은 행동을 한다고 해서 그들이 꼭 같은 경험을 한다고 볼 수 없다. 사람의 발에 깔리게 될 것을 알아차린 풍뎅이는 사람 역시 같은 상황에서 그러하듯이 밟히기 전에 도망간다.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물체를 손을 뻗어 비껴가게 하도록 사람이 하는 것처럼 로봇을 만들어 재현할 수 있다. 풍뎅이와 로봇은 공포를 느끼는가? 아니면 그들은 방어반응을 단지 표현하는 것뿐인가? 우리가 감정적인 행동을 할 때 느낌을 가진다는 사실이 감정적으로 보이는 모든 행동들이 꼭 느낌을 동반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343p]
- 이런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감정을 뇌가 어떤 자극의 가치를 결정하거나 계산하는 데 사용되는 처리 과정으로 정의할 수 있다. 감정의 다른 측면들은 이런 계산 결과에 따른다. 첫째, 감정적 반응이 일어난다. 이러한 명백한 신체반응과 이와 관련된 신체 내적인 생리 변화는 감정반응의 초기 단계다. 그 다음에는(최소한 사람에게는) 무언가 중요한 일이 있으며 우리가 그것에 반응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을, 그리고 우리의 뇌가 방금 결정했다는 것을 우리가 깨달으면서 일종의 느낌이 발생한다. 또한 우리가 감정을 일으키는 상황에 놓여 있다면 우리는 종종 행동을 취한다. 즉 우리는 감정을 자극하게 하는 사건에 대처하거나 이를 활용하기 위해 어떤 일들을 한다. 다시 말해, 감정적 행위들은 감정이 우리를 움직여 어떤 일들을 하게 할 때 일어난다. [346p]
- 뇌에 무의식적으로 자극을 제공하는 일이 가능하다. 이것은 여러 방법을 이용해 할 수 있지만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은 역행성 차폐backwards masking 방법이다. 이 방법에서 감정을 자극하는 시각자극이 화면에 매우 짧게 수 밀리세컨드 동안 비춰지고, 곧바로 몇초 동안 중립적인 자극이 계속 비춰진다. 두 번째 자극은 첫 번째 자극을 차단하여(작업기억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함으로써)의식적 자각이 되지 못하도록 한다. 그러나 첫 번째 자극이 감정적 반응을 유발하는 것을 차단하지는 못한다(자극은 여전히 심장박동을 늘리고 손바닥에 땀이나게 한다). 자극은 전혀 자각되지 못하므로(작업기억으로부터 차단되기 때문에), 이러한 반응들은 자극이 의식적 경험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극의 의미에 대한 무의식적 처리 과정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자극이 의식의 세계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단계들을 제거함으로써 차폐 방법은 인간 두뇌가 지니고 있는 의식세계 밖에서 이뤄지는 처리과정들을 드러낸다. [348p]
- 회로를 추적하는 관점에서 볼 때 왜 공포조건화가 그렇게 유용한가? 한 가지 이유는 그것이 간단한 절차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의미 없는 자극, 즉 ‘삐’ 하는 소리 같은 자극을 공포를 유발하는 사건으로 만들려면 피부에 주는 가벼운 충격과 같은 혐오스런 사건과 동시에 몇 번(한 번만 주어도 종종 가능하다)을 발생시키면 쉽게 이뤄질 수 있다. 또한 다양한 변형이 가능한데 충격 또는 다른 많은 종류의 위험한 자극들을 예측하게 해주는 어떤 자극이라도 조건화된 공포자극이 될 수 있다. 또한 학습은 오래 지속되면 영구적일 수도 있다. 사람이나 쥐에게 비슷하게 수행될 수 있으므로, 인간의 공포를 연구하기 위해 쥐의 뇌를 연구하는 것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반응들은 뇌 속에 이미 설계되어 있으며 자동적이다. 위험한 자극 앞에서 얼어붙거나 혈압이 올라가는 것을 따로 배울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뇌가 이런 반응을 보이도록 진화적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배우는 것은 무엇을 두려워할 것인가이지, 어떻게 두려움을 느껴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 아니다. [356~357p]
- 훈련받은 적이 없는 동물에게 소리를 들려주면, 그 소리는 외측핵으로 전달되어 그곳의 뉴런들을 약하게 자극한다. 가바 억제작용에 의해 반응이 억제되며, 소리가 반복되더라도 별다른 일(위험)이 생기지 않으면 세포들은 곧 반응을 멈춘다. 그러나 소리에 이어 충격이 주어지면 약했던 반응이 헵 가소성 규칙에 따라 크게 증폭된다. 소리에 의해 시냅스전 말단에서 글루타메이트가 분비되는 사이에 충격이 시냅스후 세포를 활성화시킨다. 활성화되는 동안 칼슘이 시냅스후 세포로 들어와 일련의 화학반응이 세포 안에서 일어나는데, 여기에는 카이네이즈들과 전사인자들이 관여하며 유전자들을 활성화시켜 시냅스전 뉴런과 시냅스후 뉴런 사이의 관계를 안정화시키는 데 필요한 단백질들을 발현시킨다. 조건화의 결과로 이제 소리는 편도체에서의 강한 흥분을 유발할 수 있게 되어, 조건화가 이뤄지기 전에 비해 편도체 회로들을 효과적으로 활성화시킬 수 있다. 외측핵에 있는 가바 보안장치를 통과할 수 없었던 하나의 자극이 이제는 쉽게 중심핵으로 움직일 수 있어 중심핵에서는 감정반응의 수문이 열리게 된다. [359~360p]
- 따라서 내측전전두피질은 인지와 감정시스템의 중간 접촉면처럼 기능하여 전전두피질에서 일어나는 인지정보 처리에 의해 편도체에서의 감정 처리 과정을 조절하게 해준다. 아울러 편도체에서의 감정 처리 과정도 전전두피질의 의사결정 기능이나 다른 인지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364p]
- 감정적 상황에서 형성된 외현기억들은 특히 생생하고 오래 지속되는데 이런 이유로 섬광기억flashbulb memory이라고도 한다. -중략- 결국 감정이란 기억을 증폭한다. [370~371p]
- 기억이 형성될 때 감정적 각성상태가 적절한 정도라면 기억은 강화된다. 그러나 감정적 각성상태가 너무 강해 스트레스를 유발할 정도가 되면 기억은 오히려 손상된다. [372p]
- 앞 장에서 나는 우리가 즉각적으로 느끼는 의식적 내용, 매 순간 의식하고 있는 사물 등이 작업기억을 차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옳다면 어떤 느낌(어떤 감정을 의식적으로 경험하는 것)은 즉각적인 어떤 감정상태를 구성하면서 작업기억을 차지하고 있는 여러 요소들의 표상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두려워하는 느낌이란 다음에 열거하는 서로 구별되는 종류의 정보들이 작업기억에 의해 통합된 의식의 한 상태를 말한다고 볼 수 있다. (1) 즉각적으로 제시된 자극(예를 들어 당신 앞에 놓인 뱀), (2) 자극에 대한 장기기억(당신이 뱀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과 뱀과 관련된 지난 경험들), (3) 편도체에 의한 감정적 각성, 처음 두 가지는 의식적 지각경험의 어떤 종류에서도 발견되는 요소들이다. 왜냐하면 당장 나타난 자극의 정체를 알아내느 것은 그것의 물리적 형태(시각적 또는 청각적 형태)를 이전의 비슷하거나 같은 자극들에 대한 기억과 비교함으로써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 번째 종류의 정보는 오로지 감정적 경험과정에서만 나타난다. [376p]
- 아래에서 설명하겠지만 편도체는 여러 방법으로 작업기억에 영향을 준다. 첫 번째는 피질 영역에서의 감각 처리 과정을 변화시킨다. 작업기억은 외부세계에 일어나는 정보를 감각 처리 영역들을 통해 알게 되는데, 감각자극을 처리하는 이들 영역에 변화가 생기면 작업기억에 공급하는 재료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편도체는 피질에 있는 감각 처리 영역들과 연결되어 있으므로 편도체 각성은 감각 처리 과정을 변형시킬 수 있다. 애머럴이 지적한 바에 의하면, 감각피질에서 감각 처리 과정 중 마지막 단계에서만 편도체로 연결을 보내는 반면, 편도체에서는 모든 단계들에 연결들을 보내어 신피질의 초기 단계 처리에조차도 영향을 준다. [376~378p]
- 주의집중과 작업기억은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제 7장). 그리고 펠프스의 최근 연구에 의하면, 편도체의 손상은 주의집중을 방해한다. 정상적인 경우 우리가 하나의 자극에 주의를 기울이면 다른 자극들은 무시된다. 이것을 선택적 주의집중이라고 하며, 우리가 한 가지 작업에 몰두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두 번째 자극이 감정적으로 중요한 자극이면 선택과정에 침범하여 작업기억 속으로 끼어든다. 그런데 편도체가 손상되면 이런 일이 안 일어난다. 다시 말해, 편도체는 암묵적으로 처리되는(집중되지 않은) 감정적 자극들을 작업기억과 의식속으로 보내는 통로의 역할을 수행한다. [379~380p]
- 편도체의 영역들에는 공포회로뿐만 아니라 사랑회로도 있다. 그러나 두 회로는 구별되어 있다. 편도체 내에서도 사랑과 관련된 영역은 내핵과 후핵medical and posterior nuclei이고, 공포와 관련된 영역은 외핵과 중심핵lateral and central nuclei이다. 모든 감정을 총괄하는 하나의 회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감정시스템에 따라 다른 종류의 회로들이 있는 것이다. 동시에 공포회로와 사랑회로들처럼 서로 다른 감정회로들이 상호작용한다. [387~388p]
9 잃어버린 세계
- '동기화motivation'는 여러 방식으로 정의될 수 있다. 내가 사용하려는 정의는, 우리가 소망하고 그 때문에 우리가 노력하는 소득 또는 우리가 무서워하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고 벗어나고 회피하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 것 등과 같이 목표를 향해 우리를 인도하는 신경활동을 지칭하고자 한다. 목표들은 행위를 만들고, 특정한 자극처럼(예를 들어 특별한 소비상품과 같이) 구체적이며, 신념이나 개념(예를 들어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신념, 또는 자유는 죽음과 바꿀 수 있다는 개념)처럼 추상적이다.
또한 목표 대상물을 인센티브incentive라고 부른다. 어떤 것들은 선천적인 동기화 요소(음식, 물, 고통스런 자극)인 반면, 다른 것들은 경험을 통해 동기화의 특성을 지니게 된다. 후자의 경우를 이차 인센테브second incentive라고 부른다. 이런 동기화들은 연합에 의해 (고전적 조건화에서처럼 낮은 수치의 자극이 높은 수치의 자극과 연합되어 나타날 때), 관찰학습에 의해(한 자극이 다른 사람들에 미치는 방식들을 봄으로써), 언어를 통해(무엇이 좋고 나쁘다는 말을 듣고 나서), 또는 순전히 상상의 힘에 의해 생긴다.
내가 여기서 설명하려고 하는 동기화에 대한 견해는, 인센티브가 동기화를 만드는 것은 감정시스템들을 활성화시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폭발물에 대한 얼어붙는 반응은 감정시스템의 활성화를 반영하는 것인 반면, 얼어붙은 뒤 몇 초 후에 도망치는 것은 감정시스템의 활성화로 야기된 동기화 발생의 결과를 반영한다. [392~393p]
- 도구적 조건화는 자극-반응 학습stimulus-response learning이라고 부른다. 도구적 조건화는 파블로프의 고전적 조건화와는 대조되는데, 동물이 무엇을 하든지 관계없이 고전적 조건화에서는 보상 또는 처벌자극이 일어난다. 형성되는 연합이 보상 또는 처벌자극과 반응 사이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보상 또는 처벌을 일으키고 예측하게 하는 자극과 중립적인 자극 사이에서 일어난다. 따라서 파블로프식 조건화는 자극-자극 학습stimulus-stimulus learning이라고 한다. [397p]
- 습득되는 욕구라는 개념은 욕구이론에 많은 유연성을 제공했는데, 대부분의 인간 행동은 고통 또는 필수영양분의 고갈에 의해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돈은 자체적인 고유의 가치가 없으며, 돈의 가치는 오로지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그 가치를 상호 인정할 때 가치가 발생한다. 유사한 논리로, 찬사의 말이나 비방하는 단어들도 천성적으로 동기화를 자극하지 않으며 서로 그 뜻을 공유하기 때문에 그 효력이 나타난다. [398p]
- 뇌는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계속 살아남도록 하는 데 이용되는 많은 시스템들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나는 이 중 많은 것들의 특징을 파악하여 '감정시스템'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왔다. 그러나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우리가 그 시스템에 붙이는 표시가 아니라 시스템이 수행하는 기능이다. 여기에는 포식자와 여러 위험요소, 성적 배우자, 적절한 음식과 음료, 안전한 거처 등을 검색하여 반응하는 시스템들이 포함된다. 이 시스템들을 활성화하는 자극(인센티브)이 이런 반응을 일으키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이미 결정된 인자 때문이거나 각 개인이 과거에 학습한 결과 때문이다. 뇌가 비조건화된 또는 조건화된 인센티브에 의해 활성화될 때, 사람을 포함한 동물들은 도구적 반응들을 수행하도록 동기화된다. 감정적으로 점화된 이러한 도구적 반응들은 그들의 목표로서 그들의 동기인 유기체가 처해 있는 뇌 상태의 변화이자 감정상태의 변화를 의미한다. [399~400p]
- 그 정확한 장소는 몰랐지만 올즈, 피터 밀너와 여러 연구자들은 후속 연구들을 통해 자기-자극이 일어나는 많은 장소돌을 찾아내었으며, 그 중 가장 강력한 곳이 시상하부에 있었다. 이 장소들이 그렇게 효과적이었던 이유는, 시상하부가 뇌의 보상센터라기보다는 거대한 신경다발이 시상하부를 거쳐 지나가기 때문이다. 이 경로를 내측전뇌다발medial forebrain bundle이라 부르며,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사실상 보상효과의 진원지다. [405~406p]
- 뇌자극 연구의 가장 큰 수확은 아마도 내측전뇌다발 자극이 보상작용을 하는 이유를 설명한 것이다. 이 경로가 시상하부 영역에서 자극되면, 전뇌에서 뇌간으로 가는 섬유들이 활성화된다. 이 섬유들의 주요 목적지는 도파민을 만드는 뉴런들인데, 이들은 뇌간의 한 영역인 복측피개야ventral tegmental area에 있다. 이 세포들은 다시 전뇌로 축삭을 보낸다. 결국 도파민 세포들이 내측전뇌다발에서 오는 입력에 의해 활성화될 때 그들은 전뇌의 여러 곳에 도파민을 분비한다.
도파민은 보상작용에 중요한 인자로 간주되어 왔다. 도파민이 관여하지 않는 보상조건들도 있지만, 우리가 아는 보상에 관한 지식의 대부분은 도파민의 역할에 관한 것이다. [407p]
- 처음에는 뇌자극 보상이 쾌락센터를 활성화시키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도파민은 쾌락의 화학물질로 여겨졌다. 그러나 우리가 본 것처럼 뇌자극 보상에 대한 쾌락주의적(주관적 즐거움)견해는 옳지 않으며, 보상에 대한 도파민의 역할에 대한 쾌락주의적 해석 역시 옳지 않다. 예를 들어 도파민을 차단하면 달콤한 보상에 의해 동기화되는 도구작업 반응이 방해받지만, 획득한 맛있는 음식을 실제로 소비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동물은 음식물을 소비할 때 그 보상을 여전히 '좋아한다.' 따라서 도파민은 완료 행동 반응(먹고, 마시고, 성행위 하는 것)보다는 기대되는 행동(음식, 음료, 성적 대상을 찾는 것)에 좀더 관련되어 있다. 그러나 배고프거나 목마른 것은 유쾌한 일이 아니다. 쾌락은, 그것이 경험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기대하는 동안이 아니라 행동이 완료되는 단계에서 나타난다. 반면 도파민은 행동이 완료되는 단계가 아니라 기대하는 단계에서만 나타나는 것이므로, 그것의 효과는 (최소한 일차적 욕구상태의 경우에) 쾌락으로서 설명할 수 없다. [408p]
- 조건화된 인센티브는 이차 강화제이며 그 인센티브를 획득하는 반응에 강한 흔적을 남긴다. 경우에 따라 동물은 일차 인센티브를 얻지 못하더라도 조건화된 인센티브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가 보았듯이 소리가 충격을 예고한다는 사실을 학습한 후에 동물들은 소리를 멈추게 하려는 행동들을 취한다. 유사한 논리로, 소리가 더 이상 음식으로 이어지지 않을지라도(멀리 떨어져 있는 연인의 사진을 바라보는 것과 유사한 상황) 동물들은 어떤 맛있는 음식을 예고했던 소리를 켜기 위해 레버 누르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우리는 조건화된 인센티브가 반응을 강화하는 방식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진 않다. 그러나 LTP가 측좌핵회로에서 일어나며, 시냅스 변화가 일어나는 데 도파민이 필수적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설득력 있는 가설은 도파민이 활동성 있는 시냅스전 세포와 시냅스후 세포 사이에 헵 가소성을 촉진시킨다는 것으로서, 그에 따라 인센티브를 처리하고 반응을 조절하는 측좌핵 경로들 사이의 전달을 강화시킨다는 것이다. [414p]
- 감정적 습관이 잘 학습되고 나면 그것을 표현하는 데 관여하는 뇌 시스템은 더 단순해진다. 예를 들어 편도체는 회로에서 떨어져 나간다. 특정한 위험을 성공적으로 피하는 방법을 습득한 후에는 공포가 더 이상 각성되지 않으므로, 당신은 더 이상 편도체가 필요 없다. [415p]
- 우리가 택한 방법은 습관학습과 관련된다. 그러나 우리는 실제 생활에서 항상 습관에 의지하는 것은 아니며, 새로운 습관을 배울 시간이 항상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욕구에 의해서만 추진되거나, 인센티브에 의해 당겨지거나, 강화요인에 의해서만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실로 매우 복잡한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에 물리적-사회적 환경은 매 순간 변하고 있으며, 당장의 필요성과 과거의 경험을 종합하여 가장 적절한 행동을 예측한다. 우리는 생각하고 사유하고 평가하는 능력을 사용한다. 즉 우리는 결정을 내린다. [417p]
- 최근 뉴욕 대학교의 글림처에 의해 수행된 연구결과는 눈동자 움직임을 조절하는 의사결정 과정에는 두정엽피질의 특정한 영역이 관여한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이 영역은 '어디에' 경로의 일부분인데 외측전전두피질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오래 전부터 안구운동 조절에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되어 왔다. 글림처는 복잡한 수학적 분석을 통해 두정엽 뉴런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한다고 주장해 많으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이 세포들은 주어진 자극에 대한 정보와 과거에 경험한 것에 비추어 보아 특저앟ㄴ 시도를 했을 때 예상되는 보상의 정도를 종합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종류의 분석을 전전두피질의 세포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두정엽피질과 전전두피질 세포들이 관여하는 정도가 다른지를 밝히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또한 전전두회로 내에서도 차이가 있는지도 중요한 주제다. 내측 영역 또는 안와 영역은 감정정보가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때 관여하고, 외측전전두 영역은 감정정보가 인지정보보다 덜 중요할 때 관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420p]
- 이 이로느이 열쇠는 작업자아working self의 개념인데, 그것은 우리가 누구였으며(과거 자아), 우리는 어떻게 되기를 원하고, 또 어떻게 되는 것을 원치 않는지(미래 자아)를 반영하는 우리 정체성에 대한 진행적 구성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자아를 정적이고 영구적인 실체로 보았던 에이들러 같은 예전의 자아이론가들과 달리, 칸토르와 마르쿠스는 자아를 여러 상황에서 변화할 수 있는 역동적인 구성으로 보았다. 예를 들어 우리는 집에 있을 때와 직장에 있을 때 서로 다른 목표들을 갖는데, 각 상황에서의 작업자아는 그러한 차이를 반영한다. 어떤 사람의 작업자아는 어느 한 순간에 일어날 수 있는 가능한 자아-개념의 전체 영역 속에 있는 한 가지 작은 집합이다. 생각하고 의식이 있는 사람은 이 작은 집합을 특정한 순간에 이용할 수 있으며, 부분적으로는 기억과 기대에 의해, 그리고 부분적으로는 닥친 상황에 따라 결정한다. 이런 작업자아의 특징들은 사람이 어떻게 안정적인 동기와 변하기 쉬운 동기를 모두 가질 수 있는지, 그리고 때로는 동기들이 상충하고 조화되지 않는지를 설명해 준다. 작업자아는 정신기능의 중추다. 그것은 지각, 주의, 사고, 기억 회상, 저장에 영향을 주면서 행동을 지시한다. [422~423p]
- 일반적으로 습관학습은 암묵적 형태의 학습으로 간주된다. 습관들은 일차 또는 이차 강화인자들을 접하거나 다른 이들의 성공과 실패를 관찰할 수 있는 사회적 상황 속에서 형성된다고 스트라우스가 지적했다. 자아-의식 동기화에 대한 사회심리학의 강조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행동에 대한 많은 연구들이 인간 동기화의 암묵적이고 무의식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바그의 '자동동기automotive'와 윌슨의 숨겨진 자아에 대한 이론이 흥미롭다. 그러나 습관시스템을 암묵적으로 학습하더라도, 현재 진행되는 상황에 작업기억이 주목하는 조건하에서 동기화 습관이 학습될 때, 습관학습의 결과는 명시적으로 표상될 수 있고 의식적으로 알 수 있으며, 그 이후에 일단 확립되고 나면 마음의 깊숙한 곳으로 보내진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425p]
10 시냅스 질환
- 1960녀대 초에 여러 정신적 상태에 따라 이에 맞는 특정한 화학적 코드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즐거움, 공포, 공격성에 대한 분자들이 제안되었다), 지금 보면 이런 개념은 너무 단순하다. 정신적 상태들은 단일 분자 또는 분자들의 혼합으로 표상되는 것이 아니다. 앞서 보아 왔듯이 정신상태라는 것은 시냅스로 연결된 신경회로들 간에서, 그리고 신경회로 내에서 정보처리의 복잡한 패턴에 의해 설명되기 때문이다. 화학물지리들은 시냅스전달에 참여하고 시냅스전달의 조절과 변형에도 관여하지만, 정신상태를 결정하는 것은 관여하는 화학물질들보다는 회로에서의 전달 패턴이다. [431p]
- 또한 심리학적 문제들은 뇌 하드웨어의 기능이상이라기보다는 삶의 경험에 뿌리박혀 있으며, 뇌회로를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보다는 환자를 도와서 잠재해 있는 문제와 화해할 수 있도록 치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책에서 그동안 줄곧 해온 논의들을 볼 때, 오직 시냅스 회로에 기억으로 저장될 때에만 삶의 경험들이 우리에게 지속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자명하다. 심리적 치료 요법도 사실은 학습경험이므로 그 역시 시냅스연결에 변화를 수반한다. 뇌회로와 심리적 경험들은 다른 것이 아니라 같은 것을 달리 표현하는 방식일 뿐이다. [432p]
- 어떤 시냅스는 화학적이고 다른 어떤 것들은 전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학적 전달이 시냅스적 의사소통에 더 지배적인 형태로 인정되었으며, 에클스도 여기에 뒤늦게 참여했다. [434p]
- 제 8장에서 본 바와 같이 스트레스가 일어나는 상황에서는 코르티솔 농도가 혈액에서 높아진다. 이것은 스트레스를 받는 동안 편도체와 뇌의 여러 영역들이 시상하부 뉴런들을 자극하여 뇌하수체로 호르몬을 분비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 호르몬을 CRF라고 하는데, 이 호르몬은 뇌하수체에서 ACTH 호르몬을 분비하게 하고, ACTH는 혈액을 타고 다니다 부신에서 코르티솔을 분비하게 한다. 코르티솔은 혈액을 통해 모든 기관과 조직에 수송된다(침샘에도 도달하기 때문에 타액에서 호르몬 측정이 가능하다). 뇌에서 코르티솔은 여러 영역 중 해마의 수용체들과 결합한다. 해마 수용체들이 호르몬과 충분히 결합하면, 시상하부로 신호를 보내어 CRF를 더 이상 만들지 말라는 명령을 내린다. 이런 방식으로 해마는 편도체에 의해 촉발된 스트레스 반응을 조절하여 코르티솔의 분비를 안전한 범위 내에서 이뤄지게 해준다. [457~458p]
- 단기적으로 볼 때 스트레스 반응은 위험에 대처하여 신체의 자원들을 동원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심하고 지속되면 결과적으로 심각한 상황이 된다. 심장혈관계가 위태로워지고, 근육이 약해지며, 위궤양이 나타나고, 감염에 약해진다. 그러나 이런 일들을 스트레스 반응을 차단하는 해마가 잘 작동하고 있을 때는 일어나지 않는다. 제 8장에서 논의했듯이, 지속적이고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는 동안에는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해마의 능력이 ‘약해진다’.[458p]
- 사폴스키, 메케웬의 연구에 의해 스트레스가 해마를 손상시켜 수상돌기가 위축되고 세포 사멸이 일어난다는 것이 알려졌다. 당연하게도 외현기억, 즉 서술기억처럼 해마에 의존적인 기능들이 심각하게 타격을 받는다. 스트레스 호르몬은 해마를 직접 손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주요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고갈시켜 중요한 순간에 작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한다. 결과적으로 신경활동이 커질 때(예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을 때) 증가하는 흥분성 전달물질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된다. 특히 해마 세포들은 포도당이 고갈된 상태에서는 시냅스에서 분비되는 글루타메이트에 대해 독성 반응을 일으킨다. [458p]
- 스트레스 전문가인 사폴스키가 말한 것처럼, 야생 상태의 동물은 30년 동안 사자들을 피해 도망 다닐 필요가 없지만, 사라들은 30년 동안 주택융자 대출금과 여러 장기적인 문제들에 시달려야 한다.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을 포함한 여러 질병에 걸릴 위험성을 증가시키는 것이 바로 장기적인 항상성 파괴, 즉 인간 스트레스의 잔인성이다. [460p]
- 따라서 항우울증 치료는 가소성을 증가시켜 뇌가 더욱 적응적이 되도록 하고, 과도한 코르티솔로 인해 초래된 위험한 상황을 잘 극복할 수 있게 해준다. 치료 자체가 직접적인 경험을 대신하게 해주지는 못하지만(새로운 기억을 만들지 않는다), 새로운 기억 형성이 촉진될 수 있는 상태로 뇌를 만들어 주기 때문에 우울증 환자들은 우울증으로 인해 갇힌 형태를 벗어나 새로운 정신적 상태와 행동들을 학습하게 된다. [462p]
- 심리학적 견지에서 보면 중격과 해마는 혐오스런 자극 즉 통증, 벌, 실패, 보상손실을 일으키는 자극, 또는 새로움과 불확실성을 초래하는 자극을 검출하고 반응하는 네트워크인 뇌의 행동억제장치를 구성한다고 여겨졌다. 행동억제장치가 활성화될 때 진행 중인 행동은 억제되고(예를 들어 얼어붙는 행위가 일어남), 동물은 각성되며, 주의력이 높아지고 경계하게 된다. 항불안 약물을 투여하면 혐오스런 자극에 의한 중격-해마의 각성과 경계활동이 일어나는 것이 차단되고, 이 영역들을 제거하면 혐오자극에 의한 각성과 경계가 사라지므로 불안이 감소하게 된다. [471p]
- 결국 정신분열증은 유전적 요인이 강하다. 유전적 용어로 말하자면, 일란성 쌍둥이 간에는 50%가량 일치한다. 그러나 보기에 따라서 반이 채워져 있는 컵으로 볼 수도 있고 반이 비어 있는 컵으로 볼 수도 있다. -50%의 불일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유전자로 정신분열증을 완전히 “설명할 수 있다면,” 그 일치도는 100%가 되어야 한다. 일란성 쌍둥이 간의 불일치는 여러 요인들에 기인한다. 그 한 이유는 유전자 발현이 ‘후성적epigenetic' 현상이라는 것이다. 유전자 발현은 유전자와 환경인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에 의존한다. [487p]
- 경험은 종종 유전자에 대한 대조로 간주된다. 그러나 ‘경험’은 다양한 의미와 끝없는 암시들을 가진 복잡한 개념이다. 결과적으로, 경험의 역할은 유전자의 역할을 이해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경험이 어떻게 뇌를 변화시키는지에 대해 더 넓게 이해할수록, 그것이 어떻게 정신질환에 기여하는지를 더 잘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보았듯이 경험들은 뇌에 영향을 미쳐 학습 동안 하나 또는 여러 시스템들에서 시냅스 변화로서 저장되는데, 이것이 바로 시냅스 가소성 또는 학습과 기억에 대한 연구가 왜 중요한지를 보여 준다. [490p]
11 당신은 누구인가?
- 뇌도 병렬컴퓨터의 일종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그러나 뇌는 재고가 있어서 언제나 살 수 있는 기계와는 다르게 기능한다. 뇌는 서로 독립적으로(최소한 어느 정도는)작동하는 연산 처리 장치들(신경시스템들)로 조직되어 있다. 이 시스템들의 각각은 특정한 임무를 부여받았으므로, 여러 형태의 작업들이 뇌에서 동시에 병렬적으로 처리 될 수 있다. 이런 구조 때문에 당신은 길을 걸어가면서 껌을 씹고, 목적지를 찾아가면서 기쁜 감정을 느끼고, 당신의 친구가 준 전화번호를 기억해 내는 일을 모두 동시에 할 수 있다. 그와 동시에 당신은 제대로 서 있고, 혈압은 정상치를 유지하고 당신이 하는 활동들에 필요한 만큼 산소를 공급받기 위해 호흡률도 적절히 유지할 수 있다. 연결기계(병렬컴퓨터)들은 뇌처럼 특별한 일들을 각각 수행하는 여러 그룹의 연산장치들로 나뉠 수 있다. 각각의 작업은 모든 연산장치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처리하는 것에 비해 약간 비효율적으로 수행될지라도, 여러 가지 작업들을 동시에 처리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더 효율적으로 기계를 사용하는 셈이다. 반대의 논리로 본다면, 적은 수의 신경시스템이 뇌의 전체 능력을 쓸 수 있다면 이 시스템들은 더 강력하게 작동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하루하루 제대로 생존하기 위해 수많은 다른 일들을 해야 하므로(먹고, 자고, 걷고, 위험과 고통을 피하고, 듣고, 보고, 냄새를 맡고, 맛을 보고, 말하고, 생각하는 일 등등), 적은 수의 뇌 시스템들은 비록 자신이 맡은 특수 작업에 더 능숙할지라도 이런 일들은 모두 다 처리하기 어렵다. [494~495p]
- 뇌의 진화에서 뇌는 그 시점에 이미 포화상태였다. 따라서 새로운 기능 세트를 추가하려면 뇌 크기를 확대하든지 아니면 기존의 기능을 삭제하여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사실, 두 가지 모두 일어난 것처럼 보인다. 인간의 뇌는 다른 동물의 뇌에 비해 더 크며(전체 크기의 비율로 볼 때), 재조직화가 일어난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어, 공간 관계를 지각하는 신경 메커니즘은 다른 영장류의 경우 양쪽 반구에 둘 다 존재한다. 그러나 사람의 경우에는 오른쪽 뇌에 주로 존재한다. 이것은 인간의 시냅스 영역에 언어 침공이 일어나면서 왼쪽 뇌에 있던 공간지각이 밀려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495~496p]
- 감정을 각성시키는 자극이 있을 때, 그와 동시에 존재한 다른 자극들은 감정을 각성시킬 수 있는 특질을 획득한다(고전적 조건화). 그리고 감정적으로 원하는 자극에 다다르게 하는 행동이나 해롭고 불쾌한 자극들로부터 당신을 보호하는 행동들이 학습된다(도구적 조건화). 다른 모든 형태의 학습들처럼 감정적 연합들은 그 자극들을 처리하는 뇌 시스템의 시냅스 변화에 의해 이뤄진다. 뇌의 가소적인 감정 처리 장치의 예로는 위험을 탐지하고 반응하는 시스템, 음식을 찾고 소비하는 시스템, 배우자를 찾고 사랑하는 시스템 등이 있다. [497p]
- 자아를 지탱해 주는 것을 조사하기 전에, 먼저 부분 작업이 얼마나 연약한지 살펴보자. 결론은 간단하다. 기능들은 연결들에 의존한다. 즉 연결을 끊으면 기능을 잃게 된다. 이것은 시스템들 간의 상호작용뿐만 아니라(측두엽의 어떤 부분에 손상이 일어나면 시각 대상에 대한 정보가 전전두피질로 가지 못하기 때문에, 그 자극이 작업기억에 들어가지 못하며 사고작용과 의사결정의 토대로 이용되지 못한다) 단일 시스템의 기능에도 적용된다(시각시상을 파괴하면 눈에서 오는 정보가 피질로 전해지지 못하기 때문에, 피질에서 시각 세계를 지각하지 못하게 된다) [499p]
- 뇌손상 효과가 꼭 단절 증상들로 해석되지는 않지만, 뇌가 손상되면 단절이 반드시 일어난다. 예를 들어, 복측 또는 안와피질에서 일어나는 전전두피질의 손상은 퍼스낼러티를 급격히 변화시킨다는 것이 19세기부터 알려져 왔다. [501p]
- 뇌는 대부분 자아를 전체적으로 잘 유지한다. 그러나 연결이 변화하면 퍼스낼러티도 변할 수 있다. 자아가 매우 연약한 실체라는 것은 우리를 당황하게 만든다. 자아가 연결을 변화시키는 경험들에 의해 분해될 수 있다면, 아마도 그것은 연결을 개설하거나 변화시키거나 새롭게 하는 경험들에 의해 재조립될 수도 있을 것이다. 신경과학 분야의 한 가지 흥미로운 도전은 어떻게 뇌를 조작하여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가 스스로 또는 치료사의 도움으로 시냅스들을 다시 제자리에 복원시키는지 그 방법을 이해하는 것이다. [502~503p]
여러 신경시스템들에서 일어나는 시냅스 가소성이 자아 본성을 조립하고 유지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조율되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곧바로 뛰어들려한다. 내 생각에는 이것이 일어나는 방식을 7가지 원칙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제1원칙_ 다른 시스템들이 다른 세상을 경험한다
- 같은 국가의 다른 거리에서 사는 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본 적도 없지만 비슷한 환경영향(비슷한 기후, 지리, 신화와 전설, 정치·역사, 현정치상황, 사회기관들) 속에 살기 떄문에 같은 문화를 공유하므로, 뇌에서도 각 시스템들 사이에 문화의 공유가 일어난다. [504p]
- 각 처리 과정이 질적으로 다른 정보들을 처리한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같은 사건들을 경험하고 있으므로 세계에 대해 그들의 표상에서 중복 정도가 여전히 강하다. 한 경험의 소리, 시각, 냄새 등을 각 시스템 관점에서 보면 정보의 서로 다른 조각들이지만, 뇌와 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같은 경험을 이루는 부분들이다. [506p]
제2원칙_동조는 병렬 가소성을 조율한다
- 실제 뇌에서 신경 네트워크들은 격리된 채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시냅스전달 과정을 통해 다른 네트워크들과 소통한다. 예를 들어, 둥그스름한 붉은 덩어리가 아니라 사과를 보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하위 시스템들에 의해 처리된 자극의 여러 특징들이 통합되어야 한다. 제7장에서 본 것처럼 이것이 일어나는 과정을 이해하는 데 생기는 문제를 ‘결합 문제’라고 부른다. 이 문제에 대한 한 가지 인기 있는 해답은 뉴런 동조 개념이다. 동조(동시)발화와 결합이 일어나는 것은 의식을 설명하기 위해 제안되었다(제7장). 그러나 여기서 우리의 관심은 영역들을 가로질러 가소성을 조율하기 위해 연결되어 있는 다른 영역들에 있는 세포들 사이에 동조발화하는 능력에 있다.
싱어는 영역들(특히 시각계)을 가로질러 가소성을 통합하는 하나의 수단으로서 동조를 주장했다. 그의 기본적인 아이디어를 간단히 말하면, 각 영역들에 있는 세포들이 동조하여, 즉 동시에 활동전위를 발화할 때 서로 연결되어 있는 서로 다른 영역들을 가로질러 정보처리가 조율된다. 예를 들어, 금방 본 물체에 대한 색과 형태는 특별한 형태와 특별한 색깔을 처리하는 세포들이 동시에 활동하기 때문에 같이 출현한다. 색 영역과 형태 영역에 있는 세포들 사이의 시냅스 상호연결에 의해, 헵 가소성이 일어난다(왜냐하면 외부의 시각자극에 의해 그들이 활성화되는 같은 시간에 세포들이 서로를 활성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다라서 헵 가소성은 활동하는 세포들을 동시에 결합시킬 수 있으므로, 다음번에 같거나 유사한 자극이 일어나면 같은 세포들 사이의 연결들이 활성화될 것이다(그림 11.). 동조발화가 헵 가소성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의식적 지각에 대립하는 것으로서)명백하다. 사실 입력들이 (거의) 동시에 활성화된다는 것으로 헵 가소성을 설명할 수 있다(제6장). [507~508p]
- 우리가 사과를 지각할 때 그것은 단지 형태, 모습, 즉 기타 시각적인 사물의 특징들만을 통합하여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이런 특징들을 그 사물, 그리고 그 사물과 관련된 경험에 대한 기억으로 저장된 정보들 및 지금 이 순간, 과거, 그리고 미래에서의 그 사물의 중요성이 모두 통합하여 이뤄진다. [508~510p]
제3원칙_ 병렬 가소성은 조정시스템들에 의해서도 조율된다
- 조절물질을 만드는 세포들은 주로 뇌간에 위치해 있지만 그들의 축삭들은 뇌 전체에 퍼져 있다. 결과적으로 이 세포들이 활성화되면 많은 뇌 영역들이 영향을 받는다. 조절물질들의 광범위한 활동은 무언가 중요한 사건이 일어났음을 널리 알리는 데 유용하지만, 일어난 일이 정확히 무엇인지 그 정체를 밝히는 데는 덜 적합하다. 조정(조절물질) 시스템은 조그만 도시의 한가운데 있는 소방서에서 들리는 화재경보와 같은 기능을 한다. 이 화재경보 소리에 의해 도시의 모든 소방경비대원들이 소방서에 집결하게 되는데 이때 어느 집에서 불이났다는 것을 알리지는 않는다. 이런 정보는 그 후에 다른 방법에 의해 알게 되는데, 뇌도 마찬가지로 어떤 일 때문에 각성이 일어났는지를 다른 방법에 의해 추후에 정확히 결정해야 한다. [511p]
- 조절물질들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는, (글루타메이트나 가바 같은 전달물질과 비교해볼 때) 일단 분비되면 오래 작용한다는 것이다. 글루타메이트나 가바의 주요 작용은 수 밀리세컨드 동안 지속되지만, 조절물질들은 수 초 동안 지속된다. 모든 뇌 시스템들이 정확히 똑같은 속도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할 때(어떤 시스템은 더 먼 거리의 시냅스와 더 많은 연결들로 되어 있으며, 일반적으로 처리 과정이 복잡할수록 더 많은 연결들이 관여되어 있으므로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다), 조절물질의 작용 시간이 긴 것은 처리 장치들의 넓은 범위에, 즉 한 사건을 처리하는 간단하고 단순한 것에서부터 복잡하고 가장 오래 걸리는 것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줄 수 있어 한 경험을 구성하는 여러 측면들로부터 추출하는 정보들과는 독립적으로 학습이 진행되도록 해준다. [513p]
- 모든 조절물질들이 똑같은 효과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어떤 것은 가소성을 향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억제한다). 그리고 같은 조절물질이라도 그것이 작용하는 시냅스후 수용체의 종류에 따라 다른 효과를 줄 수 있다. 또한 한 조절물질과 수용체 사이의 상호작용은 회로에 있는 세포들의 종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세로토닌이 한 수용체와 결합할 때 억제를 만들 수도 있고, 또 다른 수용체와 결합할 때 흥분을 일으킬 수도 있다. 그러나 최종적인 효과는(그것이 흥분을 유발할 것인지, 또는 억제를 유발할 것인지는) 세로토닌 수용체가 위치해 있는 뉴런의 종류에 의해 결정된다. 예를 들어, 세로토닌은 편도체 투사세포들의 활동을 억제한다(에 세포는 편도체의 한 영역에서 다른 영역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흥분성 세포다). 그러나 이런 억제작용은 가바 세포에 있는 흥분성 세로토닌 수용체를 통해서 일어난다. 따라서 세로토닌은 가바 억제성 세포들을 흥분시키고 이들은 편도체 투사세포들을 억제한다. 세로토닌과 그 수용체 간의 상호작용 결과가 흥분성이지만 전체 회로에서의 결과는 억제성이다. [514p]
제4원칙_ 수렴지대들이 병렬 가소성을 통합한다
- 사람과 영장류에서 자아-조립에 관여하는 또 다른 중요한 메커니즘은 수렴지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영역에서 다양한 시스템들로부터 오는 정보들이 통합될 수 있다. 그림 11.5는 두 가지 독립적인 처리 단위들을 보여 주고 있는데, 그들의 출력들이 제3의 수렴지대에서 만나고 있다. 많은 동물들은 조절물질들과 동조발화에 의해 동시에 학습할 수 있는 다중적이고 독립적인 학습시스템들을 가지고 있지만, 몇몇 동물들만이 피질에 수렴지대들을 갖고 있다. 한 포유동물 종의 인지적 복잡성은 그들의 피질에 있는 수렴지대가 얼마나 많은가와 밀접히 관계 있다. 사람은 원숭이보다 더 많이 갖고 있으며, 원숭이는 쥐보다 더 많이 갖고 있다. 하나의 수렴지대로 입력되는 두 지역에서 동시에 가소성이 일어난다고 할 때, 가소성은 수렴지대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왜냐하면 가소성이 각 지역에서 형성되는 순간에 일어나는 높은 활동들은 수렴지역으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또한 동조와 조절물질들도 수렴지대에 영향을 미쳐 시스템들을 가로질러 정보들을 통합하는 능력을 더욱 증가시킨다. [515~517p]
- 수렴은 시스템들 사이에서 일어나기 전에 시스템 내에서 일어난다. 시각피질의 ‘무엇’ 흐름에서의 사물 인식의 경우가 한 예다(제7장). 다른 피질 시스템들처럼 사물 인식 시스템은 위계적으로 조직화되어 있다. 나중 단계들은 초기 단계들에 의존하고 정보 표상은 단계를 거치면서 더 복잡해진다. 예를 들어 초기 단계에서 각 세포들은 자극의 작은 부분에 대한 윤곽, 가장자리 등에 주로 반응한다. 많은 세포들은 가로질러 자극의 모습을 구성하는 모든 윤곽들이 표상된다. 다음 단계에서 세포들은 초기 단계의 세포들로부터 수렴적인 입력들을 받는다. 한 사물의 다른 부분들을 표상하는 세포들로부터 입력을 받아, 제2단계에 있는 각 세포는 그 사물의 더 큰 부분을 표상한다. 이런 식의 수렴이 계층을 따라 계속되며, 마지막 단계에 있는 개별적인 세포들이 전체 사물의 대부분을 표상한다. 이들 후자 세포들은 한때 ‘할머니 세포’라고 정겹게 불리었는데, 이들은 당신의 할머니의 얼굴처럼 복잡한 자극을 표상하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는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할머니 세포가 존재한다고 더 이상 믿지 않지만, 앙상블이라 불리는 시냅스로 연결된 세포들의 작은 세트들이 처리 계층에 있는 낮은 수준들로부터 수렴적인 입력들을 받아들여 얼굴들, 복잡한 장면들, 그리고 지각이 되는 다른 사물들을 표상한다고 많은 과학자들은 믿고 있다. 이런 차이는 한때, ‘교황pontifical' 세포들(사물들의 방식에 대해 최종 결정을 혼자 내리는)과 ’추기경cardinal' 세포들(작은 그룹을 일을 처리하는) 사이의 차이로 묘사되었다. 단일 세포들이 놀라운 능력들을 갖고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단일 세포들보다는 앙상블들이 정신적·행동적 기능들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고 믿고 있다. [517~518p]
- 발견된 주요한 수렴지대들의 몇몇을 보면, 후두정엽, 부해마 영역, 전전두피질 영역들이다. 다양한 종류의 정보들을 통합할 수 있는 이 영역들의 능력은 왜 이들이 뇌의 가장 복잡한 인지기능들에 관여하고 있는지를 잘 설명해 준다. 우리가 보았듯이 전전두피질의 영역들은 작업기억 기능에 관여하고 있으며, 이것은 사고, 계획, 의사결정 등의 많은 측면들의 바탕이 된다. 후두정엽 영역은 영장류에서 공간 움직임의 인지적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인간의 경우 좌반구에서는 언어 이해에 핵심적으로 관여하며 우반구에서는 공간 인지에 관여한다. 비피질 영역들은 내측두엽 기억시스템의 한 부분이다(제5장). 이들은 피질의 감각 영역들과 해마 사이의 핵심적 연결들을 만들고, 그에 따라 장기적 외현기억들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외적인 자극들 간의 관계들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원료들을 해마로 제공한다. 해마 역시 수렴지대다. 다양한 감각시스템들로부터 입력 자체들을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수렴지대들로부터 입력들을 받기 때문에 일종의 초-수렴지대가 된다. [518~519p]
- 해마와 같은 수렴지대에서 완전히 독립적인 감각표상들이 기억표상들로 종합되어, 초기 과정에 관여했던 개별적인 시스템들을 초월하는 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서로 다른 시스템들을 한 경험의 개별적인 측면들에 대한 독립적인 기억들을 형성하는 반면 수렴지대에서, 또는 수렴지대에 의해 형성되는 기억들은 다면적이다. 이 기억들은 여러 다른 시스템들로부터 추출된 정보를 포함한다. 이런 기억들은 유기체가 겪는 전체적인 경험을 반영하는 것이지, 다른 시스템들에 의해 기록된 경험의 부분 조각들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부분 조각들은 원료들이므로 수렴지대에서 형성된 기억과 하위 연결들에서 형성된 기억 사이에는 일종의 경험의 단일성이 있다. 그리고 해마 및 다른 수렴지대들은 중대한 각성의 상태 동안 조정(조절물질) 시스템들에 의해 입력들을 받기 때문에, 이들 네트워크에서의 가소성은 뇌의 여기저기에 있는 다른 시스템들에서 일어나는 가소성과 조율된다. [519p]
제5원칙_ 하향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사고들이 병렬 가소성을 조율한다
- 올바른 줄을 당겨(적절한 축삭들을 활성시킴으로써), 작업기억은 그것과 연결된 지역의 교통신호를 지시하고, 그것이 관여하고 있는 현재의 작업에 적절한 자극들의 처리를 더욱 향상시키고 다른 자극들의 처리를 억제시킨다.
하나의 사고에 의해 뇌가 어떤 명령들을 내리는 과정을 하향적 원인작용이라고 한다. 우리가 어떤 의지를 수행할 때마다 하향적 원인작용이 일어난다. 만약 사고들이 한 현상이고 뇌 활동들이 별개의 또 다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면, 하향적 원인작용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사고작용을 뇌 활동의 한 형태로 보더라도 그것은 여전히 어려운 문제지만, 이 경우에는 해결의 실마리가 더 뚜렷이 보인다.
만약 어떤 사고가 뇌세포들의 특정한 네트워크 안에서 벌어지는 시냅스전달의 패턴에 의해 형태가 부여된다면(물론 당연히 그렇겠지만), 하나의 사고인 뇌 활동은 지각, 동기화, 운동 등에 관여하는 다른 뇌 시스템들의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거기에는 한 가지 연결이 더 필요하다. 하나의 사고가 하나의 네트워크에서 일어나는 신경활동의 패턴이라면, 그것은 다른 네트워크를 활동하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네트워크가 변화하도록, 다시 말해 가소적이 되도록 할 수 있다. [520~521p]
제6원칙_ 감정적 상태들이 뇌의 자원들을 독점한다
- 감정들도 역시 뇌 활동을 조직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병렬 가소성을 조율하는 조절물질들의 기능을 논의할 때 이 점을 잠깐 논의한 적이 있었다. 감정적 자극들은 조정(조절물질) 시스템들을 활성화하는 강력한 것들이다. 그러나 감정의 영향은 조정시스템들을 활성화시키는 것 이상으로 광범위한 효과가 있으며, 위험을 감지했을 때 편도체가 다른 시스템들에 다양한 경로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그림 11.6).
위협적인 자극이 있을 때 편도체는 피질의 감각 영역과 연결된 경로를 통해 직접적인 되먹임 신호를 보내, 자극세계의 위급한 측면들에 초점을 계속 유지하도록 한다. 편도체의 되먹임은 사고작용과 외현기억 형성에 관여하는 다른 피질 영역들에도 신호를 보내 어떤 사고들은 생각하도록 자극하고 한 상황에 대한 어떤 기억들을 형성하도록 자극한다. 또한 편도체는 각성 네트워크들에도 연결들을 보내어 조절물질들을 뇌 전체 분비하도록 해준다. 따라서 외부세계를 처리하고, 세계에 대해 생각하고, 그것에 대한 기억들을 형성하고, 편도체로부터 되먹임을 받아들이는 데 활동적으로 관여하는 시냅스들이 더욱 활성화된다. 그리고 이들 활동적인 시냅스들에서 가소성이 촉진된다. 동조적으로 발화하는 서로 다른 영역들에 있는 활동적인 세포들과 시스템들 사이의 상호연결들 역시 유도된 가소성에 의해 연결된다. 동시에 편도체에 의해 조절되는 신체적 반응들이 발현되며, 이것들은 뇌에게 추가적인 되먹임을 제공한다. 이 되먹임은 감정의 ‘느껴짐’ 반응의 일부인 신체적 감각들이 형태로서뿐만 아니라, 시냅스 활도에 더욱 영향을 주면서 조절물질보다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는 호르몬의 형태로서 주어진다. 끝으로 감정적 각성이 뇌를 널리 파고들어 그 자체를 영속화시킨다. [523~524p]
- 감정적 상태의 각성은 뇌의 많은 인지적 재능을 그 상태에 집중하게 할 뿐만 아니라 다른 감정시스템들을 차단한다. 결과적으로 학습은 시스템들을 가로질러 매우 특정한 방식으로 조율됨으로써, 발생한 학습은 그야말로 현 감정상황에 적절하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증한다. [524~525p]
- 감정시스템들이 학습을 조율하기 때문에, 한 어린이가 경험하는 감정 폭이 넓을수록 발달하는 자아의 감정 폭도 더 넓어질 것이다. 어린이 학대가 왜 그렇게 좋지 않은지 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초기 감정 경험의 상당 부분이 긍정적인 시스템들이 아니라 공포시스템의 활성화에 의한 것이라면, 감정적 상태에 의해 조율되는 병렬 학습과정들로부터 구성되기 시작하는 특징적인 퍼스낼러티는 애정과 낙관이 아니라 부정과 절만으로 특징지어진 퍼스낼러티가 될 것이다. [525p]
제7원칙_ 자아의 암묵적·명시적 측면들은 중복되어 있지만 완전히 중복되지는 않는다
- 종종 명시적으로 학습되는 것들은 암묵시스템들에 의해, 특히 감정적 시스템들에 의해 초점이 맞추어지는 것들이 아니다. 피질과 독립적으로 학습하는 편도체의 능력을 다시 상기해 보라(제8장). 왜 그런가에 대해서는 많은 이유들이 있지만, 가장 분명한 이유는 인간 뇌의 진화적 현 단계에서 인지시스템들과 감정적 시스템들 간의 연결이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태는 갓 진화한 인지적 능력들이 우리 뇌에 완전히 통합되지 않은 대가로 지불하는 비용의 일부다. 이것은 또한 다른 영장류들에도 해당되는 문제이지만, 사람에게서 특히 심한 이유는 우리의 뇌, 특히 피질이 자연언어 기능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광범위하게 재배선되었기 때문이다. [525~526p]
- 그렇다면 결국 자아란 명시적으로 기능하는 시스템들과 암묵적으로 기능하는 시스템들 모두에 의해 유지된다. 외현시스템들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 그리고 어떻게 행동할지를 의지적으로 명령한다. 그러나 우리가 그렇게 할 때 부분적으로만 효과적인데, 그 이유는 우리가 다른 시스템들에 의한 학습을 조율하는 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감정적 시스템들에 대해 불완적한 의식적 접근밖에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정시스템들은 그들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항상 활동하는 것은 아니며 다른 뇌 시스템들이 학습하고 저장하는 것에 대해 가끔 일시적인 영향밖에 미치지 못한다. 더 나아가 여러 가지 독립적인 감정시스템들이 있기 때문에, 어느 한 시스템의 일시적인 영향은 그 자체로는 자아발달에 미치는 감정적 영향 중 한 요소일 뿐이다. [527p]
당신은 당신의 시냅스들이다
- 시냅스연결은 우리 모두에게서 대부분의 시간 동안 자아를 한데 뭉쳐 놓는다. 그러나 가끔 사고들, 감정들, 동기화들이 풀어진다. 정신 3부작이 무너지면 자아는 붕괴되고 정신건강이 침해된다. 정신분열증에서처럼 사고들이 감정들, 동기화들과 극단적으로 분리되어 있으면, 퍼스낼리티는 사실상 급격하게 변화한다. -중략-
자아가 시냅스적인 것은 저주일 수도 있다. 그리 어렵지 않게 떨어져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축복이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언제나 새로운 연결들이 만들어지기 위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당신의 시냅스들이다. 그들이 당신의 정체성이다. [52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