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제일 어려운 두 가지
지난 타국에서 격리로 많은 분들이 응원과 격려를 해주었다. 모든 분께 감사하다.
그런데 마음의 진정성 만큼은 눈곱만큼도 의심하지 않지만, 상당수의 응원이 당시에 크게 마음에 와닿진 않았다.
It doesn't work.
의도는 선하였고 진심이었으나 효과는 없었다는 것이다.
적절한 예일지는 모르겠는데, 생일 선물로 레고 장난감을 원하는 사람에게 책을 사준 것 같달까?
선물의 진심만큼은 다르지 않지만 받는 사람은 집안 어딘가에 그 책을 모셔두고 보지도 않겠지.
이번처럼 일상생활에서야 격려의 말 주고받는 분도 감사하다 하며 지나가면 되는데
이게 professional 한 영역에서 라면 한 번 즈음 생각해 봐야 할 내용인 것 같았다.
뭔 말이냐 하면,
낯선 곳, 말도 통하지 않는 곳, 열악한 곳에서
아파서, 그렇다고 종일 누워만 있을 수도 없이 일도 하면서, 어디 나가지도 못하고, 간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꼼짝없이 갇혀 있는 사람에게.
'이왕 이렇게 된 거, 쉰다 생각하고 마음 편하게 있다 와.'
저 문장 어느 한 곳에도 내 상황에 맞는 격려가 없다.
아 오늘 삼겹살 먹으려고 했는데 다 떨어졌네,
이왕 이렇게 된 거 목살 먹을까?
뭐 이런 정도의 상황은 아니잖아.
비 와서 바깥에 못 나가는 데 쉰다 생각하고 집에 있어?
이런 것과는 전혀 다르잖아.
다시 말하지만 그분들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고 응원에 감사하다.
다만 그 의도가 적절히 효과적이진 않았고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적절하게 상대를 격려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잔 뜻이다. 특히 격려가 정말 많이 필요한데 유난히도 박한 대한민국 직장판에서.
물론 저런 종류의 응원이 먹힐 때도 있다. 어느 한 가지 방법이 늘 옳은 것이 아니고 상황과 상대에 따라 적절한 방법이 다를 것이다.
다만 개인적인 경험과 고찰에 의한 나의 '격려 솔루션' 은
' 너무 마음이 안 좋겠어요.'
' 많이 놀랐겠다. 많이 힘들었겠다.'
와 같이 당신의 상황에 공감한다는 뉘앙스를 전달하고,
('아이고 어떻게 헐' 같은 놀란 반응은 케바케일 것 같은데 나는 지양한다)
그러고는
' 너의 잘못이 아니야.'
'누구에게도 있을 수 있는 일이야. 나도 마찬가지고.'
처럼 이 상황이 당신의 잘못이나 실책이 아님을 알려준다.
(여기서 '나도 겪어봤는데 별거 아냐'라는 굳이 안 해도 될 거 같다. 그걸 듣고 싶어 하진 않을 것 같거든)
마무리는 '나는 너를 응원해' 정도로 해주면 좋겠다.
(운동을 해봐, 음악을 듣거나 명상을 해봐.. 이런 말 안 해줘도 알아서 하거든)
그럼 내가 위의 방법으로 내가 듣고 싶었던 격려의 형식을 조합해 보자.
' 타국에서 코로나 확진이라니 너무 놀랐겠다. 격리도 해야 한다니 너무 힘들겠네.
네가 부주의해서 생긴 일은 아니야. 부디 시간이 빨리 흐르고 크게 아프지만 않게 지나갔으면 좋겠다. 얼른 나아서 해제되어 돌아온다는 소식 기다릴게.'
격려를 해주고 싶을 땐,
상대가 격려가 필요한지 먼저 확인하고
어쭙잖은 대안 제시 같은 거 덜고
또 그 일이 별거 아니야 다 이겨 낼 거야 이런 말 삼가고
내가 너의 곁에 있다는 느낌만 갖게 해줘도 충분하다.
뭘 더 하려고 하지 마세요.
격려 이야기를 하니 사과 이야기도 하고 싶은 게,
직장 생활에서 명료한 지시하기, 올바른 피드백, 건강한 커뮤니케이션 어쩌고저쩌고 교육도 많고 언급도 많은데
강의로 배워봤자 실생활에 적용도 잘 안될뿐더러
많은 걸 생각하면 복잡하기만 하니
두 가지만 잘해도 참 좋은 동료 혹은 상사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
잘 격려해 주는 것과 잘 사과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격려도 잘 못하지만
사과는 더 젬병인 것이 대한민국 직장 사회 같다.
물론 사과를 한다는 것은
본인의 과오를 인정해야 할 수 있는데
대다수 사람들은 본인의 과오를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기도 하지만 특히 직장에서는 더더욱 그런 것 같다.
무엇보다 상사들이.
사과할 이유도 못 느끼고 사과를 하지도 않고 그에 대한 피드백도 잘 못 들으면 자기가 다 맞는 줄 알고 생활하다가
은퇴하면 찾아주는 동료, 후배도 없이 쓸쓸하게 되는 거다.
좋은 사과란 다른 것 없는 것 같다.
무조건 잘못했다 하자.
' 의도와는 다르게'
'나의 행동으로 하여금 마음이 상했다면'
'그럴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이런 말 좀 제발 쓰지 말자.
잘못해서 사과하면서 뭔 전제를 달고 있어.
그리고 '오해가 있는데', '나도 좀 억울한 게' 이런 건 가슴속에 묻고 살아.
꺼내지 마 절대.
마지막으로
'앞으로 잘 할게' 같은 추상적인 말로 마무리하지 말자.
도대체 '잘 하는'게 뭔데.
실패한 사과의 대명사인 장동민 사과. 웃기고 재밌지만 아직도 저 때 이미지가 지워지지 않아.
반면에 노인 폭행 이슈로 인터뷰할 때 변명하지 않겠다며 무조건 자기가 잘못했다던 최민수 이후 산에 들어가 칩거했고 몇 년이 지나 언론의 보도와는 다른 것으로 무혐의 종결. 얼마나 억울했을까. 그런데 그런 말 하나 안 꺼내고 자기가 짊어졌다니. 사과를 받아야 할 사람이었는데.
제일 싫은 건 정치인들 사과. 특히 성비위 사과하면서 그놈의 '본의 아니게 상처를 드려 죄송' 이란 말은 왜 그렇게 많이 쓰는 거냐.
사실 격려와 사과 두 가지 모두 나도 잘 못하는 것들이다.
내가 쓴 것처럼 하고 싶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런데 평소에 저런 주제로 자주 이야기하다
우연한 기회로 다수로부터 단 기간에 격려를 받다 보니
사람마다 그 형식과 방법이 다르고
기대했던 사람에겐 실망하고
의외의 사람에게 감동받기도 하면서
나 자신도 돌아 볼 겸,
우리가 대부분을 보내는 직장에서도 적절히 하고 있는지 같이 고민해 보자는 차원에서 글을 써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