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널 얼마나 사랑했는데 나에게 이래'라는 폭력
'스토킹의 추억' 이라니...
'스토킹'이란 단어에 '추억'이란 수사가 붙다니
아이러닉한 제목이다.
범죄자에게나 '추억'이 되지
피해자에겐 지우고싶은 기억일텐데.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이 얼마나 멋진 제목이었는지)
지난해 10월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었다.
2021년이 되어서야 겨우.....
그런데도 여전히 같은 범죄는 빈번하고 신고 건수는 증가한다고 한다.
법률을 보니,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행위를 ‘①상대방 의사에 반하여 ②정당한 이유 없이 ③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 대하여 ④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 ⑤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스토킹행위에 해당하려면 다섯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하며, 이를 지속하거나 반복하면 스토킹범죄로 간주한다. 특히 각 목의 행위를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등 5개 유형으로 한정했다. ' - 경향신문 기사 발췌
라고 한다.
아마 이 법을 만든 사람들은 스토킹의 위협을 받아본 적이 없거나 받을 가능성이 없는 사람들인 것 같다.
누군가 이성에게 반해 그의 집 앞까지 따라갔다가 말 걸기를 주저하여 그 앞을 몇 번이나 서성이며 그가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나오면 숨는....따위가
'순애보'로 취급되던 시절이 있었다.
부정할 수 없던 과거이고 절대 현재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현재진행형인듯싶기도 하다.
나 또한 약 20년 전, '누군가가 강의에서 만나 자꾸 제가 오는 곳을 찾아오고 따라서 동아리도 가입하고 숨 막히고 불편하다'라는 고민에 아마도
'그 친구를 좀 이해해 봐.' 혹은 ' 이젠 받아주지 그래.' 따위의 답을 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때였기에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핑계일 잘못이었다.
나도 스토킹을 당한 적이 있는데
(스토킹처벌법의 정의에 의하면 아닐 수도 있겠다)
20대 초반의 시절이다.
여름방학기간에 특정 목적으로 한 달 정도 제한된 공간에서 생활하는 캠프였다.
한 마디로 그녀에게 찍힌 거다.
내가 이동할 때마다 근처 어딘가에 있다.
식사를 하면 옆에 사람을 비키고 내 옆에 앉는다.
보기 싫어서 클래스에 가지 않으면 수십 통의 부재중 전화가 와있다.
싫다는 표현도 먹히지 않는다. 마니또 게임을 했는데 내 원래 상대와 자기를 바꿔친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어 며칠이 지나자 불만과 짜증은 공포로 바뀌게 된다.
이 사람을 나에게서 떨어뜨릴 방법은 다른 먹잇감을 주는 거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나보다 어리고 이쁘장한 친구를 소개했고
이후 언제 그랬냐는 듯 나에게의 관심은 거두고 그 친구를 괴롭힌다.
너무 미안했지만... 그제서야 살 것 같았다.
아마 이런 스토킹을 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내가 이렇게 너를 아끼고 사랑하는데 너는 어떻게 나한테 이렇니'란
생각이 가득할 것 같다고 추정된다.
상대를 생각하지 않고 본인만 생각하는 무한한 이기심.
그 이기심의 보상을 상대에게 채근하는 무배려.
원하는 보상을 받지 못했을 때 터져버리는 비이성적 행동.
굉장히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이다.
(스토킹까진 아니라도 일상에서 누군가에게, 자식에게 부모에게 혹은 친구에게 저런 생각을 했다 라면 어서 반성하자)
그래서 스토킹이란 것이 너무도 무서운 거다.
그래서 엄중하게 처벌해야 하는 거다.
그래서 함부로 범인에게 '순애보' 따위의 서사를 주어선 안되는 거다.
문득 20년 전의 기억이 떠올랐고
온몸이 쭈뼛할 정도로 소스라쳤다.
20년이 흘렀는데도... 내가 남자였는데도...
특별하다고 할 상해나 물질적 피해가 없었는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