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사람이다
뉴질랜드의 총리가 사퇴했단다.
스캔들도 비위도 무능력 때문도 아니다.
에너지가 고갈되어 서란다.
‘최연소’,’여성’이라는 정치인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는
타이틀을 달고 그간 그 수식어들이 빛바래지 않도록
훌륭하게 일을 한 그녀는 최고의 자리에서 다른 이유가 아닌 인간으로서 쉼이 필요한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난다.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직장인으로서 삶을 시작하면서 늘 이런 이야기를 했다.
‘나는 10년 차가 되면 안식년을 가질 거야. 사람은 기계가 아니야. 하물며 기계도 멈추지 않고 계속 쓰면 고장 나.’
그 기간보다 4년이 더 흘렀다.
코로나로 블립된 3년을 봐준다 해도 1년이 초과됐다.
당시에는 신선했던 내 주장을 실행에 옮기는 사람들이
요새는 왕왕 보인다.
정작 지금의 나는 이것저것 핑계를 대면서 나 자신에게
쉴 시간을 주지 않았다.
멈춰야 비로소 보인다고, long run을 하고 싶다면
멈출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나를 다시 바라보고
더 나아갈 방향도 다시 보고 내 주위도 돌아볼 수 있다.
그렇게 쉬었다 가도 괜찮다.
큰일 인양 주위에서 더 걱정하고 본인도 불안하겠지만
실로 그리 큰일은 나지 않는다.
굳이 ‘경쟁’의 단어를 빌리자면 쉬면서 원기를 회복했기에
남들보다 더 속력을 내어 앞지를 수도 있다.
만약 삶에 남들과 동일한 결승점이 있다면 거북이처럼
꾸준히 쉬지 않고 천천히라도 가는 게 맞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결승점이 없는 현실이라면 멈추고 쉬었던 토끼가 금방 거북이를 따라잡았으리라.
그리고 사실 그 ‘결승점’ 이란 것도 개인마다 다르다.
누가 먼저 1억 벌기, 먼저 아이 낳기, 먼저 직장 갖기
인생이 그런 게임은 아니잖은가.
사실 ‘죽음’ 외에는 딱히 삶에 결승점이랄 것도 없다.
게다가 누구나 그 종점을 가능한 늦추고 싶은 욕망이라면,
잠시 멈추고 열도 식히고 에너지도 충천하는 시간은
선택이라기 보다 필수일 거다.
누구보다 리더십이 뛰어나단 평가를 받던 유능한
저신다 아던 총리는 이렇게 말했다.
‘나도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