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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핵추남 Mar 21. 2024

나는 F형 회사원입니다 (9)

내가 필요했던 한 마디

그냥 한마디 공감의 말이 필요했어.


오늘 눈뜨자마자 무슨 용기가 났는지.

그녀에게 전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남편을 통해서 회사에 쉬겠다고 통보한 상태였고,

그 후에 지난 4년 반을 함께 일한 그녀에게 1주일이 넘게 연락 한번 하지 않았었다.

한 번은 만나서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을 할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고 숨을 쉬기 힘들었다.


근데 오늘은 연락해야 될 것 같았다.

짧은 대화를 했지만, 그 감정이 무엇이든 간에 그렇게 말없이 회사를 가지 않게 된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공감언어는 사용하지 않았다.

스트레스받지 마라, 휴직이나 병가 프로세스 처리할 담당자 알아봐 주겠다. 편하게 쉬어라 어차피 남는 사람들이 짊어질 몫이다.

그 말 끝에 '전화할 용기 내줘서 고마워요'


내가 회사에서 듣는 수많은 이야기들 중에 당연히 칭찬은 없다.

뭘 못했다. 해야 된다/하지 말아야 한다, 신경 쓰지 마라, 익숙해져야 한다.


Ok, 수고했어요.

이 말이 그나마 내가 들을 수 있는 칭찬이다.

(물론 '이건 잘했고'라고 칭찬받을 때가 있는데 항상 그 뒤에 붙는 말이 많아서.. 이것도 칭찬으로 쳐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괜찮아요? 많이 힘들죠? 잠깐 바람 쐬고 와요.

아프면 좀 쉬어요, 잘했어요.

그와 그녀에게는 듣기 힘든 말이다.


근데.. 나는 저 말 한마디면 달릴 힘이 났었는데.

내가 이 조직에서 1인분의 일을 충분히 하고 있고, 구성원으로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만 받았어도 됐는데..

그들은 자기 자신 1번, 사업(일) 2번, 회사가 3번이었다.  


물론 본인을 1번으로 생각하는 게 나쁜 게 아니다.

당연히 본인이 중요해야 한다.

근데, 본인만 생각하는 것은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전화를 끊고 나서 남편은

용기 낸 나한테 멋있다고 해줬고,

친한 내 동료도 큰일 했다고 격려해 줬다.


이런 것을 매일 해달라는 게 아니다.

적어도 누군가가 힘들어 보일 땐,

이런 말들이 그 사람이 무너지지 않도록 잠시나마

기댈 구석이 되어준다는 거다.

특히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회사의 리더라면,

정글 같은 회사 생활에서 몇 배는 더 큰 버팀목이 될 것이다.



지난주 아내의 동료들과의 저녁자리가 있었다.

누군가를 만나고 싶지만 만날 힘이 없는 아내를 위해

집 앞까지 고기를 사주러 온 그녀들.

술 한잔 할 수도 있으니 안전망으로서 아내는 내게 동행을 권했고, 마침 소고기가 먹고 싶었고 그녀들을 이미 여러 차례 보았기에 남편은 망설임 없이 동참했다.

유학파 그녀, S대 그녀. 석박사까지 마친 그녀들은

누구보다 일에 진심이었다. 그런데 육아의 책임감, 여성직장인으로서의 애로사항, 10년이 흘렀지만 변화가 없는 조직문화에 힘들어한다.

대한민국 10대 대기업이 이렇다면 다른 곳은 어떨까?


남편에게 9년을 거래한 업체의 상무에게 연락이 왔다.

구매팀의 상무님인 그는 작년 말 암선고를 받고 항암투병 중이다. 치료를 받고 산책을 하다 남편이 생각나서 전화를 했단다. 이런저런 일상이야기를 하다 아내의 지금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다 듣고 난 후 상무님은,

‘너무 잘하셨다. 옆에서 많이 살펴주시라. 나도 가끔 치료가 잘되어 완치되고 나서 복직할 생각할 생각 하면 숨이 막힌다. ‘

라고 하셨다.

항암치료를 하는 사람마저 복직할 생각에 힘들단다.

남편은 자신이 너무 부정적 사례들만 접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다가 수많은 직장인들이 말없이 괜찮은 척 그렇게 속인 곯아가는 거였구나를 깨닫는다.


오늘은 남편이 멘토로 삼는 신수정 님의 글을 덧 붙인다.


-quote-

" 힘들었겠다" "그랬구나" - 공감을 만드는 마법의 표현


1. 얼마전, 한 여성 리더와 대화했다. 그녀가 직원시절, 매우 어려운 IT프로젝트를 참여했다. 매일 밤늦게 퇴근하고 이슈들이 해결되지 않았다. 그런데 프로젝트 책임자는 돕기는 커녕 거친 언어로 그녀를 괴롭혔다. 이에 불안과 번아웃 직전까지 갔다고 한다.


2. 너무 힘든 상황일때, 마침 회사의 심리상담소를 발견하고 들어갔다고 한다. 거기서 3번의 미팅을 가졌는데 그때마다 상담시간 내내 펑펑 울기만 했다고 한다. 상담사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은 하나도 나지 않지만 이후 마음이 진정되고 회복되었다고 한다.


3. 힘들고 멘탈이 약해질때 제일 필요한 것 중 하나는 누군가의 "공감"이라고 한다. 그런데 한 정신과의사는 이런 말을 한다. "공감을 받고 싶은 사람은 많으나 줄수있는 사람은 적다. 왜냐하면 삶에서 제대로된 공감을 받아본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대개의 남자들은 이 부분에 너무너무 서툴다. 나 또한 정말 그러하다.  


4. 공감이란 일단 감정을 달래고 보듬어주는 것이다. 누군가 힘든 감정으로 왔을때 먼저 그 감정을 달래주어야 이후 합리적인 솔루션이 이해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합리적이고 바른 말을 해도 소용없다는 것이다.


5. 공감을 표현하는 마법의 말은? 무엇일까? "그랬구나!"라고 한다.


6. 마음 다침은 교통사고와 같다고 한다. 예를들어, 교통사고를 당해 고통을 부르짖으며 병원에 실려오는 친구에게 "왜 다쳤나?" "어디서?" 등의 원인분석을 하거나 "아파도 참아" "여기있는 사람 다 아파" 위와 같이 이야기하는 것은 공감이 아니다

그러면 어떤 표현이 공감의 표현인가? "힘들지"


7. 커리어로 고민하여 상담하는 후배에게 "자격증 따면 되지", 힘든 애인이나 상사 때문에 상담하는 친구에게 "헤어져" 같은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은 성급하다. 이런 이들에게 고통받는 이도 떠나게 된 후 두려움이나 함께한 미련 등의 감정이 복합되어 있어 이 감정이 해결되지 않으면 혼란 속에 있을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충분히 공감을 받아서 마음이 편해졌을때 다른 방식으로도 행복할수 있겠다는 희망이 보일때 비로소 행동할수 있다고 한다.


8. " 힘들었겠다" "그랫구나" 이 표현을 기억하고 사용해보자.

-unqu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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