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사람에게 상처 받고 괴로워 울어도 늘 마음을 활짝 열어놔야 하는 까닭

by 핵추남

사람의 얼굴엔 그의 영혼이 묻어 나는 듯하다.

생김새가 잘나고 못나고 혹은 아름답고 추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풍기는 이미지와 느낌 같은 것 말이다

(이것만으론 부족한 듯 하지만 일단 대충 이해가 간다면 수긍하고 넘어가자 )


이는 나이가 들면서 더욱 확연하고 분명해지는데, 모양새만 공들여 예쁘게 갖추어 내민, 아름다운 얼굴의 거짓된 상냥함은 20대 후반이 넘어가면서부터는 통하지 않는다

말인 즐, 약발이 다 한다는 것.

하여, 그 나이대가 넘어간 사람들과의 만남은 조금 더 편할 수 있다.


한눈에도 금방 그이가 살아온 대강의 인생 스토리가 보이기 때문이다

얼굴 근육들이 조금씩 뒤틀리며 매 순간순간 내비치는 표정 속에서 감춰진 내면의 속성 – 비굴함 온화함 사악함 인자함 상냥함 따스함 – 들이 그대로 투사되고 그것을 읽기 위해선 그저 조금의 관심을 기울이고 그의 얼굴을 관찰하면 되는 것이다.

나는 언젠가 신문 지면을 통해 활짝 웃는 김미화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부드럽고, 따듯하고 사람내음이 물큰 나는 그녀의 모습은 심지어 이뻐 보이기까지 했다. (본인 안목은 꽤 까다로움에도..)

내가 기억하는 그녀는 결코 이런 아름다움 따위와 어울리지 않았던 족속인 듯한데도, 눈 앞의 사진이 나의 반론을 무참히 짓이겼기에 그저 닥치고 가만히… 세월과 시간이 다시 조각해 놓은 그녀의 얼굴 모습을 보며.. 탄성을 자아낼 뿐이었다.

내가 그녀를 처음 보았던 게 언제 였을까? 그래 쓰리랑 부부라는 코미디였을 것이다.


그 시절, ‘음메 기살어~~!’ 라는 멘트 하나로 방송 3사를 모두 정복한 그녀는 꽤 잘 나가던 여자 코미디언이었다. 그리고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나는 그 당시 코미디언의 정석처럼 여겨졌던 (심형래나 임하룡을 떠올려 보면 그리 어렵지 않게 그 시절 코미디의 주류가 무엇인지 가늠될 것이다) 우스꽝스럽고 추한 모습이 그녀에게 맞춤옷처럼 꼭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더랬다.

김미화1.jpg

후에 혐오스러운 모습에 학벌이라곤 상고 졸업장이 전부인 그녀가, 서울대를 나온 말끔하고 훤화게 잘 생긴 남편과 결혼하여 시어머니 사랑을 듬뿍 받고 깨가 쏟아지게 행복하게 산다는 등의 소문을 들었을 때 세상은 참 요지경이군~ 저 얼굴을 하고 복도 많네~ 라며 억수로 재수 좋은 여자쯤으로 여겼다. 그도 그럴 것이 이것은 모순도 지독한 모순 아닌가.

그랬던 그녀가

십수 년이 지나고 나서 이렇듯 예쁘게 변하였는데..

그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미화.jpg

하여 인터넷을 뒤적뒤적하여 그녀의 삶을 살펴본 결과, 이는 필연적이고도 값진 삶의 선물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그녀 이름 앞에 붙은 숱하게 많은 봉사단체 장 타이틀과 보이게 혹은 보이지 않게 쌓아온 그녀의 선행들은 내 상상력을 초월한 것이어서….

나는 도대체 저 짝달막하고 비리비리해 보이는 아줌마의 두 주먹 속에 무슨 힘이 숨어 있길래 이토록 많은 일들을 하고 다닌 건지 또다시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결론을 짓자면,

스스로의 얼굴에 섣불리 난도질하지 말고 착하고 바르고 아름답게 살아가자는 거다.

결국 사랑은 받을 때 보다 베풀어 줄 대 더욱 우리를 기쁘게 한다는 조금 흔해빠진 이 말은

어쩌면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비.밀.을 세상 사람들 모두가 아는 게 아니꼽고 속 뒤틀린 어느 나쁜 녀석이 우리에게 쳐놓은 덫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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