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데 날씨가 왜이래 진짜

비오는 추석, GWMYU 지표를 통한 내 기분에 대한 항변

by 준마이

올해 내내 기분이 썩 좋지 않았던 거 같다. 생각보다 좋은 일도 꽤 있었고 생각보다 좋지 않은 일도 꽤 있었다. 그러나 이 정도로 기분이 자주 안 좋을 이유는 없었다.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내 플레이리스트는 점점 차분하고 조용한 음악으로 채워졌으며 따릉이를 타고 다녔던 날들이 뭔가 줄어드는 기분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하늘을 올려다 봤는데 하늘이 우중충한 게 아닌가? 여기서부터 내 합리적 의심이 시작되기 시작했다. '비겁하지만, 혹시 날씨 때문인가...?'. 내가 하늘을 올려다봤던 그 날은 한 주 내내 치이다가 간신히 얻은 주말이었다. 그런데 구름이 잔뜩 껴있고 습하기까지 하니, 모든게 원망스러웠다.

미국을 다녀온 친구가 '너는 왜 미국으로 돌아가고싶니'라고 했는데 '웃기게도 날씨때문이다' 라고 했던 그 대화가 문득 떠올랐다. '드디어 주말이다!' 라며 신나게 쉬려고 했는데 날씨까지 내 마음같지 않으니, 나는 매우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특히 2025년은, 그런 날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몹시 억울해진 나는 내 주장이 사실인지 살펴봐야만 했다. 지금부터의 글은 GWMYU 지표를 통해 (Gloomy Wheater that Makes You Unhappy, 출처: 방금 만들어냄) 나의 좋지 않은 기분을 설명하는 과정이다.



GWMYU 지표

쉬는날인데 비가 온 비율을 살펴보아, 올해에 유독 쉴 때 기분이 좋지 않았던 비합리적인 원인을 분석한다.


집계 일자

2020년 ~ 2025년

(모든 년도의 1월 1일부터 10월 11일까지 기간만 집계)


지표

비온 날 / 쉬는 날


분모: 쉬는 날 (전체 휴일 일수)

주말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 (국가, 대체 포함)

개인적으로 연차를 사용한 날짜 제외


분자: 비온 날 (휴일인데 비가 온 일수)

강수일은 서울 전체 구로 한정한다.

해당 일자 서울시 전체 '구' 중 1개의 일별 강수량이 0.0mm 를 초과한 날은 '비가 온 날'로 정의한다.

해당 기준으로 습도, 바람, 기온은 고려하지 않고 단순 '비가 온 날'만 집계한다.


데이터 전처리 및 측정 방법

1. 서울시 전체 구 중 강수량이 0을 초과한 구가 한 개라도 있을 경우 경우 비온날로 체크한다.

2. 구별 데이터를 서울시 전체로 묶고, 이후 일별로 묶어 테이블1을 만든다.

3. 주말 or 공휴일일 경우 '쉬는날'로 표기한 테이블2를 만든다.

4. 테이블1과 테이블 2를 합친 뒤, '쉬는날' AND '비온날'일 경우를 집계한다.


데이터 출처:

서울시 강수량 현황 정보(https://data.seoul.go.kr/dataList/OA-22140/S/1/datasetView.do)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 (https://data.kma.go.kr/stcs/grnd/grndRnList.do?pgmNo=69)


분석 결과

2025년 10월 11일까지 쉬는날에 비가 온 일자는 총 40일이며, 비율로는 41.2%로지난 5년 동기간 평균 40%보다 1.2%높다. 단, 1표준편차 범위인 2.73%의 절반 수준이다.


결론:
쉬는날에 유독 비가 온 날이 많았다고 하기엔...애매한 것 같다.



혼자 결과를 보고선 정말 이 표정을 지었다. "IMPOSSIBRU"
...?
그럴리가 없어.





어딘가 분해진 나는 추가 분석을 진행했다. 아니,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GWMYU 지표 고도화를 위한 추가 분석

날씨가 '우중충'했던 날 (일조량이나 구름이 많이 껴있던 날)을 다시 살펴본다.

이를 위해 일조, 일사 값을 추가로 살펴본다. 분명 날씨 탓이다.


집계 일자 (동일)

2020년 ~ 2025년

(모든 년도의 1월 1일부터 10월 11일까지 기간만 집계)


지표 (수정)

흐린날 or 비온 날 / 쉬는 날


분자: 흐린날 or 비온 날

추가 집계값: 일조율 (일조시간 ÷ 가능일조시간) × 100)

일조율이란 하루 중 햇빛이 비친 비율을 말하며, 이를 통해 '흐린날'을 추가해 살펴본다.

2019년 발간된 기상청의 <기후통계지침> 기준으로, ‘일조율 20% 미만’은 별도 계급으로 관리된다.

해당 구간을 분석 편의상 '흐린 날'로 분류한다.


데이터 출처: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https://data.kma.go.kr/climate/RankState/selectRankStatisticsDivisionList.do?pgmNo=179)


분석 결과:

2025년 10월 11일까지 쉬는날에 비가 오거나 흐렸던 일자는 총 46일이며, 비율로는 47.4%로지난 5년 동기간 평균 44.8%보다 2.6%높다. 이는 1표준편차 범위인 3%에 근사한 수준이다.


분석 결론


2025년의 10월 11일까지의 휴일 흐림&강수 일수는
지난 5년 집계기간 중 최대치에 유사한 수준이므로
유난히 올해 휴일에 기운이 없었던 이유는 날씨 탓이다.
절대 나의 잘못이 아니라고, 아니라니깐? 아무튼 아님.


영웅아 호걸아 이 분석이 맞다


총평

2025년 GWMYU 지표는 5년간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는 47.4%이기에 흐리고 비가 왔던 날씨가 기분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사람마다 2025년을 보내는 방식은 다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굉장히 즐거운 한 해였을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겐 굉장히 괴로운 한 해였을지도 모른다. 혹시 올해가 유난히 힘들게 느껴지는 분들이 있다면, 너무 골머리를 앓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정말 간단하게도, 이 모든건 날씨 때문이었다(!) 쉬는 날의 무려 47%가 흐리거나 비가 왔으니, 따지고보면 쉬는 날의 반절은 날씨가 좋지 않았던 것이다. 기분 좋게 쉬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울 여지가 많을 수 밖에 없다.

재미로 쓴 글이고, 실제로 쓰면서 재밌었다. 합리적으로 날씨를 원망할 수 있다는 점에 큰 행복을 느끼며 오늘은 두다리를 뻗고 자려고 한다. 글을 쓰는 이 시점에 내일은 월요일이다. 일주일이 넘는 연휴를 떠나보낸게 아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의 힘든 것들에 대한 타당하고 반박 불가능한(?) 이유를 찾았기 때문에 나는 오늘 코를 골며 폭신한 침대에서 잠에 들며 내일을 마주하려고 한다.


+ 추가로 2025년의 휴일들이 연속됐던 경우가 몇 번 있었어서, 체감되는 억울함이 배가 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의문이 들었다. 이 부분은 나중에 추가로 파악해 하단에 추가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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