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차 홍보 담당자의 글로벌 PR 고군분투 이야기
해외 매체에 기사를 내기까지 어림잡아 1년은 걸렸던 것 같아요.
스타트업이라 홍보 예산은 거의 없었고, 글로벌 PR 담당자도 따로 없었거든요. 언론 홍보 담당인 제가 일당백 해야 했죠. 처음엔 쉽게 해낼 거라 생각했어요. ‘외신 기자들에게 회사 소개 메일 좀 보내고, 관심 보이는 기자가 나타나면 줌으로 인터뷰하고, 그럼 기사 하나 정도 안 나겠어?’라고 생각했거든요. 오판이었습니다. 엄청 헤맸죠. 오늘은 언 10년 차 언론 홍보 담당자의 글로벌 PR 고군분투 이야기를 담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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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PR 좀 해보신 분들은 아실 거예요. 보도자료 배포하면 어지간해서 최소 1~2개 매체서 기사화가 되죠. 기자님들께 콜드 메일을 보내면 미팅도 곧잘 성사되고요. 회사에 홍보팀 선배가 있다면 친한 기자님 소개받아 네트워크를 넓혀나갈 수도 있죠. 회사와 서비스가 독보적이라면 홍보가 더 수월할 겁니다. 가령, 제가 몸담았던 유니버설 뮤직에서 일할 적엔 우주대스타 테일러 스위프트, 비틀스를 홍보 했으니 손 안 대고 코 푼 적도 많았거든요. 그러니까 언론 홍보는 기본빵을 하는 게 그렇게 막 어렵지는 않다는 말이에요.
근데 글로벌 PR은 국내 PR과는 정말 다르더군요…
시작부터 난항이었어요. 우선 기자의 이메일 주소조차 구할 수가 없었어요 ㅎㅎ 해외 매체는 한국과 달리 기자 이메일 주소를 기사에 적지 않더군요. 왜 이걸 몰랐을까요... 그래서 미디어 리스트 구축은 언감생심이었고요. 약 2달을 헤맵니다.
그래서 해외 매체의 한국 특파원을 만나보기로 했어요. 주변 친한 기자님들께 물어물어 몇 명의 특파원을 소개받았죠. “기자님, 만나요. 포자랩스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라고 연락했더니, “스타트업 소식은 쓰기 어려워요. 특파원은 보통 삼성, 노스 코리아, 오징어게임 아니면 브레이킹 뉴스를 다루거든요”라고 하더군요. 역지사지로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었죠. 결국 특파원을 만나보려 2달을 더 허비합니다.
이후 저는 콜드 메일링을 시도합니다. 해외 매체 기자 이메일 주소를 어찌어찌 구할 수는 있었거든요. 문제는, 한국 스타트업 소식을 다뤄줄 ‘핏이 맞는’ 기자를 찾아야 했고, 어렵게 찾아내도 이메일 주소가 없는 경우가 많았어요. 우당탕 100개의 이메일 주소를 구해 미디어 리스트를 구축하고, 마침내 회사 소개 콜드 메일을 보냈습니다. 답장은 1통도 못 받았고요. 기본빵도 못 하겠는 걸… 이때부터 불안감이 엄습해 오더군요. 화도 났고요. 약 2달을 더 허비합니다.
이후 저는 주변 글로벌 PR 선배들을 만나 조언을 구하기 시작합니다. 제 상황을 조곤조곤 설명했더니 한결같이 “대행사 구해. 대행사 없이 한국에서 글로벌 PR 절대 못 해. 기사 1개 내기도 어려울 걸”이라고 하더군요. 회사의 투자사 PR 팀도 비슷한 조언을 해줬고요. 조언은 감사했지만, 저는 대행사는 함부로 쓰지 말자고 고집을 부렸습니다. 그래서 곧장 대행사를 구하지 않았어요. 대신 국내/국외 홍보 대행사를 만나 해외 매체에 기사를 내려면 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조언을 구해보기로 결심하죠. 또 1달을 허비합니다.
이후 저는 총 20곳의 홍보 대행사와 미팅을 합니다. 대행사 미팅도 난항이었어요. 홍보 대행 문의 메일을 보내도 답장 보내준 곳이 거의 없었거든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스타트업이라 예산도 충분치 않을 테니 수지타산이 안 나올 거라 판단했던 건 아닐까 싶어요.
그치만 대행사 미팅은 정말이지… 결정적이었어요. 정말 많은 것을 배웠거든요. 기자들이 왜 콜드 메일을 열어 보지 않았는지. 출처(Source)의 중요성에 대해서. Thought Leadership이 무엇인지. 보도자료를 기사화하는 효과적인 방법 등 각종 조언을 구할 수 있었거든요. 20곳의 대행사와 미팅을 마치고 결국 대행사를 구하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또 2달여 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후 저는 경영진 설득 과정에 돌입합니다. 최종 3곳의 후보를 추려 각각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그들이 제공하는 어떤 서비스를 사용해, 미국 시장 내 포자랩스의 존재감(publicity)을 어떻게 형성할 것인지를 가늠해 보는 거죠. 마침내 대행사 1곳과 계약하기로 결정하고, 본격적인 글로벌 PR을 시작하게 됩니다.
당시 최종 후보였던 3개 대행사는 요렇습니다.
입사 당시만 해도 외신에 회사가 소개된 적은 없었어요. 이제는 CEO Weekly와 Digital Journal에 각각 회사와 서비스가 소개되었구요. 1월에는 보도자료를 배포해 총 12개 매체서 기사화가 되었고요. 제가 글로벌 PR 하는 방법에 대해 이게 맞다 저게 맞다 할 주제는 아니 됩니다. 스타트업이 글로벌 PR 하려면 무조건 홍보 대행사 사용해야 해, 라고 말하는 글도 아니고요. 다만, 선배 없이 홍보 업무를 하는 보통의 스타트업 홍보 담당자들의 고민과 걱정을 이 글로 조금이나마 해결해 드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 긴 글 적어 봅니다.
글로벌 PR을 해야 하는데, 어디서부터, 무엇을 시작해야 하지? 싶은 홍보 담당자가 있다면 편히 댓글 남겨주세요. 정답을 드릴 수는 없지만, 지난 1년간 헤맨 제 경험을 들려 드릴 수는 있어요. 헤맨 만큼 제 땅이 되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