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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구의 엄마 Mar 24. 2023

책 놀이

책을 읽으면 시작되는 무한 역할놀이

아이가 한 단어씩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정말 다양한 책 놀이를 했다. 대부분 아이 책 내용 따라하기 놀이였다. 아이랑 책을 보다가 아이가 놀이를 원하는 제스처를 하거나 “요 놀이 할까?”라고 말하면 시작되는 아무 놀이들이다.


우리 집에는 중장비, 자동차가 등장하는 책이 많다. 그중 하나인 콩알특공대 시리즈. 동생이 중장비 좋아하는 우리 아이가 좋아할 것 같다면서 추천해 준 책이었는데, 역시나 우리 아이가 참 좋아했었다. 콩알특공대 시리즈는 내가 사려고 할 즈음 절판이 돼서 구하기가 힘들어서 중고로 겨우 산 책이다. 아이가 이 책을 정말 좋아하던 시기에는 아이와 내가 각자 다른 중장비로 책을 따라 하면서 작업을 하고 찌꺼기가 생기면 그것을 청소하는 프로세스를 따라 하면서 무한 역할 놀이를 하곤 했다.



건축가들의 하루, 정비사들의 하루라는 책도 수없이 반복해서 보면서 마치 나와 아이가 책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여러 번 상황을 재연하면서 놀았다. 전체적으로 웃음 포인트가 많은 책이다.



건축가들의 하루라는 책 중간에 ‘불도저 기사가 핸드 브레이크를 채우는 것을 깜빡해서 사고가 날 뻔한 장면’이 나온다. 이때 사고뭉치였던 “포스”가 문제를 해결을 하는데, 다른 내용도 모두 재미있지만, 이 부분을 참 좋아했다. 이 장면만 백 번쯤 따라한 것 같다. 집 안에 있는 다양한 도구를 활용해서.



정비사들의 하루라는 책에도 재미있는 내용이 참 많이 나오는데, ‘아이가 실수로 차 지붕과 창문을 닫지 않고 세차 버튼을 눌러서 차가 물에 홀딱 젖는 내용’을 우리 아이가 참 좋아했다. 이 장면도 백 번쯤 따라 했다.



‘꼬마 지게차가 해냈어요.’라는 책도 가볍게 읽기 좋으면서도 내용도 참 좋다. 힘센 친구들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꼬마 지게차의 아이디어로 해결하게 되고, 처음에는 꼬마 지게차를 작다고 무시했던 큰 트럭이 이렇게 말해준다. ”정말 고마워. 넌 작지만 아주 강하고 똑똑하구나. “라고. 우리 아이들에게 해주면 참 좋을만한 말이다. 이 책에서 큰 트럭이 도랑에 빠져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황이 나오고, 모두들 이 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해 노력을 한다. 아이랑 모래 놀이터에 가면 이 상황을 항상 같이 재연하곤 했다.



아이 주도 무한 역할놀이가 참 쉬우면서 어렵다. 그래도 그 당시에 잘 버텨낸 나 자신을 토닥토닥. 엄마는 거들어주기만 하면 되는데, 이거 참 한 번 꽂히면 꽤 긴 기간 동안 반복해서 하기 때문에 어느 날은 좀 지치는 날도 있다. 그래도 잘 참는 편이라 꽤나 몰입해서 같이 잘 놀았다. 지금도 여전히 나와의 역할놀이를 좋아하지만 전보다는 덜하다. 네 돌 즈음이 될 때까지 엄마와의 역할놀이를 너무 원해서 힘들기도 했는데 참 잘했다 싶다. 꼭 책을 읽고 재연하면서 행복한 추억 많이 만들어보시기를 권하고 싶다. 아이 관심사에 부합하는 책을 찾고, 역할놀이로 연결하기. 이것이 내 육아의 큰 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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