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엄마 살자고 택한 아이 책 읽게 만드는 방법
꼭 책 안 봐도 되기는 하는데, 그냥 엄마가 괜히 아이가 책 좀 봤으면 하는 날이 있다. 그냥 그런 시기가 있다. 무한 반복 역할놀이에 지치고, 난장판 놀이에 지치고, 미디어를 너무 찾아서 그 꼴이 보기 싫고 그런 날.
그럴 때 나는 이렇게 했다.
이 책 재미있겠다! 엄마 이거 읽어야지!
아이 책을 꺼내서 소리 내어 읽기 시작한다. 그러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내 옆으로 온다.
셋 중 하나다.
가만히 같이 보기 시작하거나.
좋아하는 책을 찾아와서 읽자고 하거나.
책 읽지 말고, 하던 거 하자고 하거나.
어쨌든 흐름은 한 번 끊었기 때문에 분위기 전환이 된다. 아마 아이는 이렇게 생각할지도.
‘엄마는 책이 그렇게 좋은가.’
이 방법은 내가 생각할 때 읽을만한 가치가 있고 재미있는 책인데 아이가 안 보는 책이 있을 때 사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렇게 아이와 함께 새로운 책의 매력을 함께 찾아보는 것이다.
아이가 꼭 읽었으면 하는데 안 보는 것 같아서 이 방법을 택한 경우라면 평소보다 더 재미있게 읽어주는 것이 포인트이다.
대충 절반은 성공한다. 아이가 보지 않았던 책을 읽어보니 나도 별로 재미가 없을 때도 있어서 이런 식으로 한 두 번 읽고 말기도 한다. 정말 재미있는 책은 보통 표지부터 아이가 좋아하기 때문에.
나는 아이 책이 진심으로 좋은 사람이다. 조금 재미가 없어도 조금 들여다보면 작가가 이 책을 쓴 의도도 보이고, 그것을 아이랑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책 한 권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정성이 들어갔을까 싶고. (출판업과 전혀 상관없지만, 그림책 한 권이 완성되기까지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는 것은 알고 있다. 사실 아이 책을 너무 좋아하다 보니, 언젠가 그림책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기는 하다. 그림책 아이디어는 노트에 몇 십 개 정도 적어놓기도 했다.)
혹시 엄마가 이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면 아이에게도 책 읽기를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아이 책꽂이에 꽂혀있는 책을 꺼내서 읽었는데 재미가 없다면 아이도 재미없을지도 모른다. 아이도 엄마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열심히 찾아보거나 아이와 책 읽기 말고 다른 방식으로 즐겁게 보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육아 중 아이 책이나 육아서를 읽는 것은 지붕이나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할 수 있게 해주는 느낌이었다. 매일 반복되는 아이와의 하루하루에 지쳤을 때 잠시 쉬어갈 수 있게 해 주는 무언가. 그래서 아이에게 “엄마 잠깐 엄마 책 좀 볼게.”라고 말하고 육아서를 보거나, 정말 화가 나서 감정 조절이 안 될 때 조용히 방구석에 앉아 책을 보기도 했다.
엄마 잠깐 엄마 책 좀 볼게.
여러 이유에서 화가 났을 때 아이에게 화내기 직전에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 이렇게 흐름을 끊을 때가 있다. 아이가 어릴 때는 이런 식으로 육아서를 봤었다. 육아 중 마음 다스리기 용으로 참 좋다.
아이가 무슨 책 보냐고 물어보면
“엄마 책이긴 한데, 아이 책이기도 해.”
“이 책에 아기에게 잘해주는 방법이 적혀 있거든. “
이렇게 대답하곤 했다.
“엄마 화 안 내려고 책 보는 거야.”
라고 솔직하게 말아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엄마는 ’ 책을 보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사람이구나. 책을 보면서 쉬는 사람이구나.‘ 하는 인식을 자연스럽게 심어줬던 것 같다. 사실 아이랑 하루종일 같이 있으면서 세돌 전까지 TV도 거의 안 보고, 스마트폰도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살기 위해서 택한 방법이기도 했다. 이제는 같이 TV도 보고, 게임도 하지만.
화가 나면 아무 말 없이 책을 본다
이미 화를 심하게 내고 아이를 계속 보고 있으면 계속 화가 나고, 같이 잘 놀 자신이 없고, 눈물이 날 것 같을 때 조금 멀리 떨어져서 방구석에서 책을 본다. 아이 책을 보기도 하고, 내 책을 보기도 하고. 그냥 손에 잡히는 것 아무거나 읽는다.
내가 책을 읽고 있으면 아이는 금세 내 무릎에 앉는다. 같이 보자고. 미안하다면서.
이미 감정이 좋지 않은 상태라 즐겁게 읽어줄 힘은 없고 조곤조곤 읽어준다. 그렇게 한 두권 영혼 없이 읽다 보면 내 기분도 좀 나아진다. 잠시 뒤, 아이와 나는 평소처럼 즐겁게 책을 읽는다.
혹은 일부러 영어책을 택해 큰 소리로 읽기도 한다. 나의 화를 영어 액센트 뒤에 감추면서 자연스럽게 풀기 위해. Maisy 보드북 중 한 권을 의도치 않게 과장해서 다섯 번 정도 반복해서 읽어준 기억도 있다.
이렇게 저렇게 아이와 나는 책으로 자연스럽게 화해를 하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