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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구의 엄마 Mar 27. 2023

나를 움직이게 하는 무언가

어쩌면 나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ChatGPT와 어느 정도 관련이 있는 기술 연구 분야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었다. 박사 과정에 진학하기 전에는 기술 관련 컨설팅 회사의 컨설턴트로 일한 적이 있다. 그전에는 아이폰과 앱 스토어가 막 활성화 될 즈음 앱 생태계와 관련된 주제로 논문을 썼었다.


석사 논문 덕에 컨설팅 회사에 가서도 아이폰과 앱을 활용해 비즈니스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일을 했었기 때문에 꽤 재미있는 일들을 많이 했었다. 당시에는 이런저런 자잘한 불만들이 있었지만, 육아를 하고 내 커리어를 돌이켜보니, 참 운 좋게 잘 풀렸던 것 같다.


내가 석사를 졸업하고 취업하려고 했었던 2010년에도 이미 채용 시장은 힘들었기 때문에 꽤 많은 회사에서 탈락을 하기도 했었는데, 마지막 순간에 컨설팅 회사에 운 좋게 갔었다. 회사에서 내가 속한 팀도 참 좋은 팀이었다. 나에 대해 좋게 봐주시는 분들도 참 많았다. 회사에서 그런 사람들과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을 주제로 리서치하고,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도 참 운이 좋은 일이었는데,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참 힘든 회사 생활을 하기도 했었다. 주말도 없었고, 잠도 너무 부족한 삶이었으니까.


그래도 막상 주어진 일들을 잘 해내고 싶은 욕심도 많았고, 그 일들이 대부분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일들이었다. 사실 퇴사를 결정하고, 박사과정에 진학한 가장 큰 이유는 나의 성격이 다양한 사람을 상대하는 일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일보다는 사람에 치여서 그만두는 결정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당시에는 막연히 박사과정을 밟고 조금은 폐쇄된 네트워크에서 연구하면서 살고 싶었다. 그 과정에서 결혼도 하고, 임신을 하고, 코로나가 닥치면서 내 커리어는 약 5년간 단절되어 있는 상태이다. 남편과 얼마 전에 우스갯소리로 대화를 나눴는데, Chat GPT 덕분에 저 멀리 가있던 커리어가 다시 손에 잡힐락 말락 하는 것 같다고 했다. 내가 만약 육아를 하지 않고 박사과정을 진지하게 밟아서 지금쯤 박사 학위를 받았다면 Chat GPT의 등장으로 조금은 보잘것없는 연구를 하고 졸업을 했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제 조금은 학계에서 연구되는 것들, 매일 쏟아지는 생성형 AI 기술들에 대해 관심을 두고 살펴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시간이 생겼기 때문에 이것들을 활용해서 시의적절한 연구를 하면 학위를 받는 쪽으로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고, 사업을 해볼 수도 있을 것 같고, 파트타임 일자리를 노려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런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요즘, 기분이 매우 좋다. 몇 년간 열심히 연구하느라 고생하셨을 전 세계 수많은 연구자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요즘 마치 아이폰과 앱 생태계가 형성되던 초기와 비슷한 느낌이 나서 갑자기 과거 회상을 해보게 되었다. 회사에 처음 들어갔을 당시 모바일 App을 어떤 식으로 활용해야 할지 고민하는 회사들이 많았었다. 이제는 ChatGPT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면 좋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기가 온 것 같다. 처음에는 잠깐 이러다 말겠지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전개되는 양상을 보니, 꽤 확산이 많이 될 것 같다. 지금은 기존 API간 연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단계인데, 조금 있으면 기존 서비스와 ChatGPT의 장점을 적절히 활용한 특화 서비스가 나올 것일테니. 마음이 좀 앞서기도 한다. 이런저런 아이디어도 꿈틀대고. 전보다는 손이 덜 가지만 여전히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은 상태이고, 앞으로도 많이 줄이기는 어려울 것 같아 시간의 제약은 생겼고, 에너지도 전만큼 쏟을 수 없지만... 꼭 뭐라도 해야겠다. 꼭 뭐라도 하려고 일부러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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