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설 유치원, 일반 유치원, 놀이학교, 어린이집, 영어유치원
아이가 병설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데, 정말 만족스럽다. 아이가 아이답게 자랄 수 있도록 많은 부분에서 신경써 주시는 것이 느껴지는 곳이다.
어쩌면 내가 운이 좋은 것일 수도 있다.
모든 병설 유치원이 이렇게 좋지는 않을 수도 있으니까.
나도 병설 유치원을 선택하기 전에 시행착오를 겪었다. 다행히도 빠른 의사 결정으로 아이는 일 년 넘게 스스로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유치원에 잘 다니고 있다.
내가 병설 유치원에 보내기 전에 병설 유치원에 대해 잘못 생각했던 부분과 병설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기 전에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적어보려고 한다.
유치원에 보내기 전에 동네 엄마들과도 대화를 거의 안 해보고, 처음학교로에 유치원 지원하기 전에 후다닥 지역 맘까페에서 유치원에 대한 후기를 몇 개 살펴보고, 설명회를 두 곳 다녀왔다.
나의 당시 유아 교육기관에 대한 지식은 유치원에는 일반 유치원, 병설 유치원, 영어 유치원이 있고, 놀이학교, 어린이집도 유치원과 유사하게 운영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아는 정도였다.
나는 일단 영어 유치원은 전혀 보낼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이미 어린이집을 안 보낸 가장 큰 이유가 낮잠 시간이었기 때문에 낮잠을 자는 어린이집은 제외시켰다. 유치원처럼 운영되는 놀이학교의 경우에는 어쩌면 하루하루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해 보였지만, 비싼 원비와 교사 자격증 없이도 선생님이 될 수 있다는 찜찜한 사실 때문에 후보에서 제외시켰다.
놀이학교, 영어 유치원의 경우, 공인된 교사 자격증 없이도 선생님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걸려서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았다. 물론 아이를 돌보는 것에 관심이 있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택하겠지만,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 마음만으로 되는 것이 아닌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유아 교육을 전공하고, 유치원 정교사 자격증을 따고, 유치원에서 나름대로의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이 아이를 대하는 태도나 말투는 적당히 아이를 좋아해서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택하는 사람들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생각이 있었다. 오래 전에 동화 구연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한 분은 유아 교육을 전공하신 분이었고, 한 분은 나처럼 평범한 엄마였다가 아이 책 읽어주는 것이 좋아서 동화 구연을 공부해서 선생님이 되신 분이었다. 두 분 다 아이에 대한 사랑어린 눈길, 즐겁게 해주고 싶은 마음은 느껴졌지만, 무언가 다르다는 것이 느껴졌다. 나만 느낀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내가 이 이야기를 아이를 키우고 있는 친구에게 하자, 정말 그렇다고 했었다. 유아 교육을 전공한 사람은 확실히 다르다고.
그렇게 남은 후보는 집 주변 일반 유치원과 병설 유치원.
그 다음 고려한 것은 기관 생활이 거의 처음이나 마찬가지인 우리 아이가 다녔을 때 가장 잘 안착할 수 있는 기관이었다. 그리고 집에서 통학하기에 편한 곳이었다. 멀지 않고, 통학 차량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나는 당시에 아이 중심으로 모든 생각을 했기 때문에 아이가 잘 적응할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95% 정도였고, 통학차량 여부 등은 5% 정도 고려했던 것 같다. (통학차량 여부를 5% 정도 고려한 것도 남편이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해서였다. 남편은 내가 너무 아이를 위한 결정을 내려서 고생을 하는 것 같아 나를 위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해주려고 노력했던 사람이다.)
일반 유치원
일반-A 유치원 : 엄마 선호도가 가장 높은 유치원인 것 같았음. 설명회를 딱 한 번 개최했는데, 사람이 많았음. 설명하시는 선생님도 올해는 총 정원을 늘려서 원하시는 분들은 모두 들어오실 수 있을 것이라고 하시는 등 매우 자신감있는 모습을 보이셨음. 활동을 많이 해서 아이들이 지루할 것 같지 않았음. 특히, 체육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려고 노력하는 부분이 좋아 보였음. 유치원이 어느 정도 규모도 있고, 몇 십년 동안 운영되고 있는 곳이라 전통도 있는 느낌이었음. 한 반에 학생 수가 20~22명 수준이라 마음에 걸렸음. 집에서 가장 멀지만, 통학 차량이 다니고, 혹시 버스를 놓쳐도 데려다 줄 수는 있는 거리임.
일반-B 유치원 : 일반-A 유치원에 비해 인기가 없는 것 같았음. 일반-A 유치원에 비해 원아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느껴졌음. 일반-A 유치원은 내가 등록하지 않아도 아쉬울 것이 없어 보였지만, 일반-B 유치원은 한 명이라도 더 왔으면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음. 이 곳도 활동을 많이 해서 아이들이 지루할 것 같지 않았음. 활동적인 측면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꼬박꼬박 숲놀이터를 가는 것이 마음에 들었음. 교구 등에는 투자는 많이 하는 것 같으나, 일반-A 유치원에 비해 유치원 규모 자체가 작고, 건물 초기 공사가 잘못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음. 다만 이렇게 외적인 측면에서 부족한 것을 원에서도 인지하고는 있어서 선생님들께서 아이들을 좀 더 세심하게 케어해주시려고 하는 느낌이 들었음. 총 학생 수가 더 적은 편이라 어쩌면 기관 생활을 많이 하지 않은 우리 아이가 좀 더 세심한 케어를 받을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음. 통학 차량이 다니고, 혹시 버스를 놓쳐도 부담없이 데려다 줄 수는 있는 거리임.
병설 유치원
병설-A 유치원 : 정보가 거의 없었음. 데려다 줄 수는 있는 거리이지만, 아이랑 함께 걸으면 2배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20분 정도 생각해야 함.
병설-B 유치원 : 정보가 거의 없었음. 산책하다가 한 두번 유치원 운동장에서 놀았던 적이 있었음. 아이가 뛰어노는 것을 좋아했는데, 운동장이 넓어서 좋은 것 같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었음. 병설-A 유치원보다는 조금 가깝지만, 아이랑 함께 걷는 것을 고려할 때 유치원 정문까지 가려면 10~15분 거리에 있음.
병설 유치원은 정보가 거의 없었고, 남편이 통학 차량이 없는 병설 유치원은 내가 힘들어서 안된다고 해서 알아볼 생각도 안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이를 데려다 주고 데리고 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하면서. 사실 이 불편함을 뛰어넘을 장점을 찾지도 못했기 때문에 남편의 의견을 바로 수용했다. 내가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워낙 없었다. 맘까페에도 정보가 거의 없었고, 내가 유치원을 고민하던 2021년 가을에도 코로나때문에 설명회 등도 진행하지 않았었다. 코로나 때문에 설명회도 조심스러워 하는 유치원에 아이와 함께 직접 방문해서 알아보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타 교육 기관도 코로나 때문에 조심스럽게 설명회를 진행했지만, 병설 유치원은 공교육 기관이라 코로나에 가장 보수적으로 대응하는 느낌이었다. 나중에 알았는데, 내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병설-A 유치원에서는 동영상으로 유치원 홍보 영상을 만들어서 홈페이지에 게시를 해 놓으셨다. 정말 관심있게 찾아보지 않으면 찾기 어려운 영상이었다. 2022년부터는 병설유치원도 설명회를 시작했다.) 그리고 우연히 “병설 유치원에 가면 초등학교 형님들이 먹는 ‘매운 고등어 조림’ 같은 것도 먹어야 하고, 급식실에 가서 식판을 들고 음식을 받고 먹는 것도 혼자 해내야 하는데, 5살 아이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고, 이 외에도 수업 진행 방식도 좀 딱딱하고 지켜야할 규칙도 많은 편이라 기관이 처음인 아이에게는 힘들 수 있다.”는 글을 봤었다. 이 글이 나에게는 “헉” 하고 다가왔었다. 병설유치원이 실제로 어떤 교육 지향점을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던 나에게 이 글은 병설 유치원에 대한 편견을 심어주었고 의사 결정 과정에서 병설 유치원이라는 옵션을 아주 가볍게 제거해 주었었다. (나중에 실제로 병설 유치원에 혼자 상담을 가고 완전 반대여서 또 한 번 놀라는 일이 생겼지만 말이다. 아마 나와 같은 편견을 가지고 있는 엄마들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아니다. 이 부분은 유치원을 옮긴 과정에 대한 글에서 자세히 이야기할 예정이다.)
일반-A 유치원과 일반-B 유치원은 설명회를 해서 조용히 다녀왔는데, 한 시간 정도 진행되는 설명회에서는 좋은 이야기만 나열하기 때문에 둘 다 좋아보였다. 맘까페를 찾아봤을 때 일반-A 유치원에 대한 후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대기표를 받아서 기다렸다가 보낼 정도인지 대기표 번호가 몇 번이면 이 유치원에 갈 수 있는지 문의하는 글도 많았다. 우리 아파트에서도 일반-A 유치원에 많이 다니는 분위기 같아 보였다. 남편도 나도 통학 차량을 본 적이 있고, 아이들이 많이 타고 내렸다. 엄마들과 교류가 없었던 나는 일반-A 유치원이 이렇게 대세라면 나도 그냥 1지망은 이 곳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유치원이 무슨 차이가 있으려나 싶었다. 그냥 사람이 몰리는 데는 이유가 있겠지. 어느정도 엄마들이 만족했나보다 싶은 생각에 정말 쉽게 결정해 버렸다.
글로 적으니까 길지만, 일반-A 유치원을 결정하는데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맘까페 한 시간정도 살펴보고, 설명회 다녀오고, 잠시 고민해보고 바로 결정했으니까.
얼마 뒤, 처음학교로 지원 결과가 발표됐다. 일반-A 유치원에 대기 번호 없이 합격했다. 그냥 이렇게 일반-A 유치원에 가게 되는구나 싶었다. 유치원에 갈 날이 다가올수록 불안해지는 것들이 좀 있었지만. 아이 혼자 화장실 가서 소변보기 등. 우리 아이는 집에서 기저귀, 팬티를 안 입고 지내면서 소변을 가리고 있는 중이었다. 외부에 나갈 일도 많이 없었기 때문에 정말 기본적인 부분부터 단체 생활이 걱정됐다. 그래서 집에서 팬티를 입혀서 스스로 팬티를 내리고 쉬를 하는 연습을 하게 하려고 했지만, 팬티 입는 것부터 거부를 했다. 아이에게 팬티는 외출할 때만 입는 것이었으니까.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스스로 그 행동을 해야 할 당위성이 납득이 안됐을 수도 있다. '어린이집에 꾸준히 다닌 아이였다면 이런 부분으로 고민하지는 않았을 텐데... 참 어렵다.' 라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여러 번 팬티 권유를 하고 거부를 하는 과정에서 화를 낸 적도 있었다. 소변을 가리는 것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기다려 주면서 좋게 좋게 넘어가면서 했는데, 팬티를 입히는 것에서 어려움을 겪고 때로는 화를 내면서 결국은 이렇게 화를 내게 되는구나 싶었다. 화를 내게 된 이유는 곧 유치원에 간다는 압박감 때문이었는데, 그래서 나 스스로 당시에도 유치원조차 보내는 것이 고민이 된 적도 있었다. 여전히 코로나는 매우 심한 상황이었고, 아이가 유치원에 가게 된다면 괴로운 코로나 검사도 일주일에 두 번은 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 이렇게까지 해서 기관에 보내야 하나 싶었다. 나는 이미 프로 가정보육러였으니까. 세 돌이 지나면서 전보다는 조금씩 괜찮아 지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어떤 유치원을 보낼 것인지 고민하는 것보다 근본적인 고민을 더 많이 했던 것 같다. 유치원에 보낼지 말지에 대해. 유치원에 보내기 직전인 2월에 내 마음의 갈등이 심해져서 내가 심리적으로 불안정해지고, 아이의 기관 생활이 걱정이 되서 아주 사소한 생활 습관을 함께 해보는 과정에서 아이가 잘 따라주지 않을 때 평소보다 잦은 화를 냈었다. 그래서 또 더 고민하게 되고. 본격적으로 기관에 보내려고 하니, 주객전도가 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이게 맞나 싶었다.
그래도 이제 기관을 보내긴 해야겠다 싶었다. 세 돌이 지나면서부터는 교우 관계 형성까지는 아니어도 또래 아이들을 규칙적으로 만나는 일이 필요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엄마와 둘이 쌓을 수 있는 것들은 대부분 쌓은 느낌적 느낌. 그래서 주기적인 코로나 검사 등의 불편함, 코로나 감염의 위험, 이런저런 단체 생활에 대한 걱정은 꾹꾹 눌러놓고 3월 2일부터 유치원에 보냈다.
아이가 처음 갔던 유치원은 앞서 처음학교로에서 합격 통지를 받은 일반-A 유치원 이었다. 이 유치원은 3일 가고 그만 뒀다. 그리고 바로 병설-A 유치원으로 옮겼다. 나와 우리 아이가 정말 사랑하는 유치원으로.
이러한 결정 과정에서 유치원 첫 등원 전후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이 부분은 다음 글에서 자세히 적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