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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구의 엄마 Mar 24. 2023

내가 육아 중에 듣기 싫었던 말들

조금 과격한 내용이기도 한데,

이런 상황들이 싫었다.


다 엄마 탓이라고요?!


너무 열심히 키우니까

그렇게 키우니까 힘들다는 말.


육아가 힘들어서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은 이야기가 다시 나에게 화살이 되어서 돌아오는 순간. 내가 아이의 어떤 부분 때문에 힘들다고 할 때 그것이 엄마가 문제인 것으로 귀결될 때가 있다. 그리고 아이의 어떤 행동으로 힘든 상황에 대해서도 내 탓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엄마가 이렇게 해야 한다는 둥.


그래서 점점 더 말을 안 하려고 노력했다. 그럴수록 곪아가는 부분도 있지만, 아이랑 나와의 시간에 집중을 하면 서로 더 잘 조율하면서 엄마도 아이도 편안해지는 시간을 앞당길 수 있다. 엄마도 엄마로서 아이도 아이로서 더 성장할 수 있다. 서로에게 집중할 때.


나는 사실 뭐든지 열심히 하는 사람이다. 일을 할 때도 공부를 할 때도 너무 열심히 한다거나 “시간을 두 배로 쓰는 것 같다.” “헤르미온느 같다.”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육아를 해서 힘들기보다는 나는 무엇을 하든지 힘들다. 열심히 해서. 그런데 나한테 “육아를 너무 열심히 해서... 너의 육아가 힘든 거야. “라고 말을 하면 억울하고 화가 났다. 육아가 힘든 것도 내 탓이라니.


우리 집 가훈은 “최선을 다하자.”이다. 초등학교 때 가훈을 정해 오라고 했을 때 아빠가 정하신 가훈인데, 가끔 이 가훈이 원망스러울 때도 있다. 어떤 인생을 살아도 고달프게 사는 것 같아서. 항상 나도 모르게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 싫을 때가 있어서.


하지만 무엇이든지 열심히 하면 힘들기는 하지만 무언가 좀 다르다. 과정에서도 더 큰 성취감과 행복감을 느끼고 더 큰 실패감과 좌절감도 느낀다. 그래서 좀 더 많이 경험하고 사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좋다. 같은 일을 해도 더 많이 배우고 느끼고 같은 곳에 여행을 가도 더 많이 즐길 수 있다.


아무래도 주변 사람들과 연락을 자주 하지 못하다가 어쩌다 연락이 되는 시점은 주로 내가 행복할 때보다는 좌절감이 클 때이다. 그때는 내가 육아에서 잠시 의도적으로 떨어져서 침착하게 육아 일기를 적거나 스마트폰을 집어 들고 밀려있는 메시지도 확인하는 때이다 보니. 그래서 육아의 힘든 부분 위주로 말하게 된다. 아이가 이래서 나는 요새 힘들다고 투덜대거나.  맞다. 어쩌면 정말 힘든 이유는 열심히 해서일 수도 있다. 적당히 하면 안 힘들 수도 있을 것 같다.


나중에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서 또 가훈을 정하게 되는 날이 오면 우리 집 가훈은 “적당히 살아도 괜찮아. 괜찮아.” 로 해야 할까?


스냅샷일 뿐이에요!!

특정 사건을 말하면서 아이의 이런 행동 때문에 힘들다고 하면 너무 받아줘서 그렇다는 말 (사실 아이는 이랬다 저랬다이고 나도 어떤 때는 다른 방식으로 대처하고 넘어가기도 하지만 특정 맥락에서는 아이의 변덕에 장단을 맞추다가 지치는 시점이 오기 마련인데 말이다.)

밖에서 아이랑 놀고 둘 다 지쳐서 택시를 부르려는데, 애를 옆에 두고 핸드폰을 한다는 말. (평소에 아이 앞에서는 핸드폰 거의 하지 않고 지냈던 나는 정말 억울했다.) 아이가 양말을 신지 않겠다고 해서 날씨가 크게 춥지는 않아서 맨발로 나가면 여기저기서 들리는 아이 걱정. 많이 추운 날 모자는 절대 싫다고 해서 그냥 나갔는데 귀가 빨개지면 여기저기서 들리는 아이 걱정. (이럴 때 참 엄마는 중간에서 난감하다. 또 이런 말을 듣겠구나 싶은 마음으로 문을 나선다. 어떤 날은 이런 말이 듣기 싫어서 아이한테 제발 옷을 따뜻하게 입자거나 모자를 써보자고 짜증을 내는 날도 있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나에게 스냅샷만 보고 한 순간에 나를 아이를 배려하지 않는 엄마로 만들어 버리는 말을 들을 때. 참 억울하고 화가 났다.


전에 내가 돌도 안된 아이랑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데 어떤 엄마가 어린이집에 아이를 등원시키면서 아이와 엄마 사이에 실랑이가 시작되었다. 아이는 놀이터에서 논다고 하고, 엄마는 얼른 어린이집에 가자고 하고. 그러다가 아이는 놀이터 바닥에 누워서 떼를 쓰기 시작했고, 엄마는 그때부터 화를 내기 시작했다. 평소에 꽤 차분한 이미지의 엄마이셨는데, 꽤 심하게 화를 내서 억지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셔서 조금 의아하기는 했었다. 당시 나는 슈퍼 초보 엄마였기도 하고. 왜 저렇게까지 하는 걸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사정이 있겠지 싶었다.


그날 우연히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쳤는데, 나에게 아까 놀라셨지 않냐면서 지금 어린이집에서 수족구가 유행이라서 아이가 어린이집 앞 놀이터 바닥에 아이가 누워있으니까 전염병에 걸릴까 봐 걱정이 돼서 그런 거라고 상황 설명을 하셨다. “그래도 아이한테 그렇게 화내면 안 되는데... 집에 가서 또 반성했어요. “라는 말도 덧붙이셨다. 이 설명을 듣는 순간 바로 이해가 됐다.


걱정이 화로 번지는 순간. 엄마가 좀 과하게 화를 내게 되는 순간에는 걱정이 깔려있는 경우가 많다.


나도 당시에 아이가 혼자 서려고 할 즈음이어서 위험한 순간이 많았고 돌도 안 된 아기한테 걱정이 화가 되어서 심한 말을 한 적도 있었다. 이제는 지속적인 반성과 두터워진 인내심 덕에 걱정이 화로 번지는 일이 줄어들고 있기는 하다. 조금은 더 엄마로서 성숙해졌다. 아마 그분은 지금쯤 더 좋은 엄마가 되어있으실 것이다. 나보다 엄마로서 더 성숙해져 계실 테니.


누군가의 뇌리에는 나도 애한테 너무 소리치는 엄마로 남아있을 것이다. 나는 그 사람한테 변명할 기회조차 없었는데, 나에게 상황을 이해시켜 줄 기회가 있으셨던 저분이 부럽다.


이러한 경험 때문에 나도 스냅샷만 보고 판단하지 않으려고 한다. 아이와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엄마도 참다 참다가 화내고 후회하는 순간도 있을 것이고, 아이에게 심하게 화를 내는 엄마도 대부분의 순간에는 아이를 배려하고 아이를 위한 결정을 하느라 자신은 못 챙기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자꾸 이렇게 생각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래야 주변에 휘둘리지 않고 내 육아에 집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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