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키의 ‘크’는......
요즘 부쩍 한자 공부에 재미를 붙인 열두 살 원이와 미술 수업을 하는 중이었는데, 원이가 대뜸 나에게 물었다. “이모, 크로키의 ‘크’는 무슨 ‘크’에요?” 무슨 소리인지 몰라서 아이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더니, 원이가 다시 되물었다. “빠를 ‘크’에요?”
세상에나. 리틀 JOON이잖아. 옛날 일이 생각나서 한참을 정신없이 웃었다. 내가 중학생 때였던 것 같다. 한문 시간이었는데 선생님께서 새로운 한자를 알려주시면 학생들은 그 한자가 들어간 단어를 이야기해야 했다. 그때 선생님께서 던져주신 한자는 안을 포(抱). 알다시피 포옹, 포부 등이 올바른 답이다. 그러나 자신감 넘치게 내 입에서 튀어나온 단어는
“포-즈!”
3초간의 정적, 그리고 기가 차신 선생님의 표정.
원아, 괜찮아. 외국어 몰라도 잘 살아갈 수 있어. 우리 하던 대로 미술 공부 열심히 하자.
- 3월 둘째 주 토요일 : 원이랑 미술 수업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