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꾸준히 할 줄 알았지?
동생네가 가지고 있던 실내 자전거가 있는데 사용을 자주 안 한다길래 그럴 거면 이번에 이사하는 김에 우리 집으로 보내라고 했다. 물론 우리 부모님은 노발대발하시며 강력 거부를 하셨지만 어디 내가 그 의지를 굽히겠는가. 사실 엄마가 격한 거부 반응을 보이시는 것이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니다. 돈 주고 산 러닝머신은 결국 돈 내고 버렸고 산지 얼마 안 된 스텝퍼는 회사 동료에게 주었으며 짐볼은 집에서 굴리며 장난치다가 화분을 깨 먹어서 욕을 한 바가지 먹었다. (그 뒤로 몇 년 후에 허리 운동 핑계로 짐볼을 또 샀는데 화분을 깰까 봐 작은 방에 고이 모셔두고 있다.) 어디 그뿐이더냐. 트위스트런은 담요를 접어 차곡차곡 올려놓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고 덜덜이 진동운동기구는 내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쌓아놓는 선반으로 애용 중이며 폼롤러는 조카 장난감으로 용도를 바꾸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를 것이다! 자전거가 온 첫 주에는 이틀에 한 번씩 드라마를 보며 한 시간 정도 탔는데 땀도 나고 다리도 후들거려서 운동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정말 좋았다. 그런데...... 거기까지였다. 곰곰이 생각해봤다. 왜 나는 자전거를 자주 타지 않는가? 아, 자전거가 거실에 있어서 그렇구나. 내 방으로 옮기자. 하지만 이것도 아니었다. 아, 안장이 높아서 불편했나? 낮춰보자. 역시나 아니었다. 여전히 자전거에 올라타지 않았다. 의지 문제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쓸데없는 핑곗거리를 찾는 내가 너무 한심해서 아주 소심한 목표를 세우고 지키기로 했다.
자전거 타기 목표 : ①안장에 먼지 앉기 전에 올라타자. ②올라타면 5분이라도 페달을 밟자.
- 3월 첫째 주 토요일 : 자전거를 탈까 말까 생각만 10분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