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초능력자

당신의 마음을 움직여요

by JOON

내가 어린이였을 때 나는 남들이 갖지 못한 초능력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를테면 요술공주 밍키처럼 요술지팡이를 들고 휘리릭 돌면서 변신할 수도 있고 아기공룡 둘리처럼 '호잇'하고 손가락을 뻗치면 물건을 움직이게 할 수도 있다고 말이다. 나는 내게 주어진 능력이 미처 발휘되지 못하고 묻힐까 봐 부단히 노력했다. 열려있는 방문을 눈에 힘을 주며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닫혀라, 닫혀라...' 주문을 외웠고 식탁 위에 있는 물컵에 힘을 준 두 손을 펼쳐서 '움직여라, 움직여라...' 중얼거렸다. 그리고 길쭉한 막대기만 손에 잡히면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얼마나 빙글빙글 돌아댔던지.

지금도 여전히 그런 공상을 즐기는 철없는 어른이기에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곤 하지만 어딘가에 숨어서 빙글빙글 돌며 '군살 하나 없는 날씬한 여자로 변신하거라!'며 주문을 외지는 않는다. 다만 하얀 종이 위에 엉뚱함을 오롯이 다 쏟아낼 뿐이다. 물리적인 변화는 못 시키지만 사람을 심리적으로 변화시키는 그런 초능력자가 되고 싶다. 요술봉 대신 내 그림들로 말이다.


덧붙임) 밍키와 둘리를 안다면 당신은...... 내 친구!


- 5월 첫째 주 : 어린이가 되고 싶은 어른이가 어린이날을 보내며



keyword
작가의 이전글눈물 없는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