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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초록이들

무럭무럭 키워줄게

by JOON

요즘 아침 루틴 중에서 중요한 일이 한 가지가 추가되었다. 바로 우리 초록이들 살펴보러 창가 쪽으로 달려가는 일.

어느 날 점심 식사로 바질 페스토, 토마토, 베이컨 등등을 넣고 콜드 파스타를 해 먹는데 뭔가 싱싱한 야채가 부족한 느낌이 들어서 루꼴라를 넉넉하게 주문하기로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가격이 만만치 않더라. 주문할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내가 직접 키워보기로 했다. 그래서 바로 양철 키친가든 텃밭세트 - 루꼴라 두 개, 방울토마토 한 개, 앉은뱅이 방울토마토 한 개, 노랑 대추 방울토마토 한 개 - 이렇게 총 다섯 개의 화분을 주문했다.

화분에 흙을 담고 연필로 콕콕 홈을 얕게 파준 다음 씨를 뿌리고 다시 흙을 살포시 덮은 후 물을 적당히 주며 며칠을 기다렸다. 설명서에 쓰여있기를, 발아기간이 약 10일이라고 해서 더 애가 탔다. 언제 싹이 트려나...... 혹시 내가 잘못 심어서 죽은 거 아닌가......

그런데 고맙게도, 감격스럽게도 이틀 만에 루꼴라 싹이 빼꼼히 나왔다. 연약하고 작디작은 싹이 무거운 흙을 뚫고 세상 밖으로 나와주었다. 다들 이 맛에 식물을 키우나 보다. 나를 긴장하게 했던 토마토들도 일주일 만에 싹이 나왔다. 고마운 귀염둥이 초록이들. 처음에는 잡아먹겠다는 불순한 의도(?)로 키우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나에게 큰 기쁨을 안겨주니 나중에 커서 어떻게 뜯어먹을 수 있을까 싶다. 일단 무럭무럭 자라 다오. 내가 매일 아침마다 예쁜 말만 들려줄게.


- 5월 둘째 주 : 오전 9시, 물 주며 사랑 주며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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