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은 유럽으로 오면서 관광의 목적보다는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곳들을 돌아다녀보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느끼고 그러고 싶었다. 그래서 택한 곳이 영국. 영국 그것도 Durham이라는 곳 (영국 최북부 쪽에 위치하며 스코틀랜드와 근접해있다. 축구를 좋아하는 팬은 알만한 뉴캐슬 근처에 있다)을 가기로 결정. 물론 다른 친누님이 대학원 유학 중에 있었기 때문에 방문하는 주요 이유이기도 했지만. Durham은 해리포터 영화 촬영 장소로도 유명한 곳이며 영국에서는 꽤나 알아주는 명문 학교이기도 했다. 정말로 영국 학생들, 그중에서도 포쉬 한 있는 집 자식들은 진짜 옷을 폴로 화보에나 나올법한 식으로 밖에 안 입더라 가방도 안 들고 손에 책을 꼭 쥔 채로. 보통은 영국을 방문하면 런던으로 가겠지만 난 히드로 공항에서 바로 뉴캐슬 행 비행기로 트랜짓 한 후 뉴캐슬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Durham으로 들어갔다. 첫인상은 '여기서 어떻게 살지? 무지 지루하겠네. 엄청 시골이다.' 그때만 해도 단 하루라도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지루하고 할 것도 없고 말도 안 통하고, 아! 북부 쪽 사람들 사투리는 정말 못 알아듣겠더라 물론 그때는 영어도 못하기는 했지만. 그래서 많은 것을 느끼기 위해 관광지가 아닌 곳을 가기로 마음을 먹고 스코틀랜드 접경 지역으로 출발. 그곳에는 로마인들이 영국을 점령하였을 시 영국인들의 침략을 막기 위해 쌓아두었던 성벽(?) 같은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었다.
HISTORY OF HADRIAN’S WALL (자세한 설명은 링크 참조)
자연과 바람을 느끼면서 예전 시대는 어땠는지 상상해보니 지루하지도 않고 나름 재미있었던 것 같다. 역사, 세계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흔한 관광지 방문이 아니어서인지 소중한 경험이었다.
다음으로 방문했던 곳은 St. James Park stadium. 축구가 너무나도 유명한 영국의 프리미어리그에 속한 뉴캐슬 유나이티드라는 팀의 구장이었다. 시즌은 보통 5월에 끝나기 때문에 필자가 방문했던 7월에는 정규시즌이 없으나 시즌이 개막하기 전에 선수들의 경기 감각이나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위해 다른 팀을 초청하여 Pre-season 매치를 한다. 프리시즌 경기는 정규경기에 비해 값이 많이 저렴한 편이니 부담 없이 축구경기를 관람하고자 한다면 매우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마침 이탈리아의 명문팀인 유벤투스와 뉴캐슬의 경기가 있어서 표를 예매한 후 기차를 타고 방문하였다. 그래도 나름 겁도 없는 편이고 한데 뉴캐슬이 3:0으로 지고 난 후 팬들이 경기장 밖에서 병을 깨고 난동을 피우고 하니 처음 겪는 광경에 얼른 자리를 빠져나왔다. 프리시즌이다 보니 경기는 박진감이 없었지만 영국이라는 나라에 와서 축구경기를 직관했다는 생각에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2개월이라는 시간을 영국에서 국내여행만, 그것도 유명하지도 않은 이름도 모를 곳을 돌아다니면서 안 되는 영어로 손짓 발짓해가며 영국인들과 나눈 얘기, 문화, 그들의 사고방식 등을 느끼면서 처음에 내가 느꼈던 '왜 이런 나라가 선진국일까에서 아 이래서 선진국인가 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사람마다 느끼고 생각하는 부분이 다르겠지만. 처음으로 겪어본 서양, 영어권 국가에서의 경험은 내가 다른 꿈을 꾸게 해주기 시작했다. 친구들처럼, 내 또래의 다른 이들처럼 해야 한국 사회에서 뒤처지지 않고 취직도 하고 승진도 하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갖고 할 텐데라는 불안함 마음이 한편에 있었지만 그들과 함께 경쟁도 해보고 싶고 영국인들이 가진 장점이 있다면 그것을 보고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커졌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영국인들이 가진 장점이라기보다는 그들의 시스템이 부러운 것 같다. 물론 그 시스템 조차도 영국인들이 구축한 것이긴 하다마는.
하지만, 다시 현실로 돌아갈 시간이 찾아왔다. 여름방학이라는 시간을 활용해 찾아왔기 때문에 다시 돌아가야 할 시간. 나 역시 스펙에 대한 불안감으로 어학연수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생각해보면 궁극적으로 어학연수는 필요 없다는 것이 개인적인 소견이다) 한국에 돌아가 어학연수를 떠날 계획 및 준비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다시 영국이라는 곳을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