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와 이직

by 준작가

“퇴사는 졸업과 같다.”


'퇴사하겠습니다'의 저자 이나가키 에미코가 말했다. 흔히 졸업은 한 단계 높은 계단으로 나아가는 것, 또는 단추를 하나 더 잠그는 것처럼 긍정적인 쉼표로 인식된다. 반면에 퇴사는 직장인으로서의 삶의 종료, 즉 마침표와 비슷하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래서 보통 졸업식은 결혼식처럼 축하하는 자리가 되나 퇴사식은 잘하지도 않지만 하더라도 장례식처럼 엄숙한 편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의 저자 유시민은 '죽음을 의식할 때 하루를 더 값지게 살 수 있다'라고 말했다. 동일 맥락으로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퇴사를 의식할 때 하루를 더 값지게 일 할 수 있다'라고 답할 수 있을까. 나는 '그렇다'라고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다. 저승의 길에 장의사가 필요하듯 퇴사도 지원하는 인사 담당자가 필요하다. 장의사 보다 퇴사 희망자가 새로운 꿈을 향해 강을 건널 수 있게 노를 젓는 사공이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들의 마지막 인연의 실이 끊어지는 것을 볼 것이다. 그와 동시에 그들의 지난 긴 시간 서러움, 복 받침, 억울함 등을 부끄럼 없이 보이는 민낯을 본다.


인사 담당자에게 퇴사 처리는 업무의 일부이고 끝이기보다는 다시 채용이나 전직으로 이어지는 업무의 시작이기도 하다. 그래서 첫 번째 주제는 퇴사의 기술로 정했다.



퇴사의 최종 결정자는 당신이 아니다

흔히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상사와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를 때면 손이 쉽게 닿는 서랍에서 사직서를 꺼낸다. 누구라도 사직서를 갖고 있다면 먼저 눈치를 살피는 게 실상인데 과장이 심한 편이다. 꺼낸 사직서를 상사 책상 위에 제출하고 당당히 회사 건물을 나와 말한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 더럽고 치사해서 정말! ”


쿨하게 집으로 귀가했으나 다시 회사에 나와야 한다. 퇴사가 처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두 계약의 아르바이트와 다르게 회사는 근로자와 쌍방 계약 관계를 맺고 있으므로 그것을 종료하기 위해서는 일방적 통보가 아닌 공식적인 절차가 따르기 마련이다.

조직에서 의사 결정 권한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든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이기에 조직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조건이다. 퇴사는 본인의 선택이지만 부서장과 회사의 의사 결정 사항 중 하나다. 사직서가 보고서로 둔갑하는 순간이다.


퇴사가 흥정의 수단이 될 수 없다.

무엇이든 잘하는 인재와 관리자 커리어만을 중시하는 국내 기업의 인사관리 체제에서는 인력 교체가 용이하다. 관리자가 자리에서 물러날 경우 다음 후보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휴직으로 인해 공석이 발생하면 누군가 그 자리를 채우기 마련이다. 복직해서 돌아왔을 때 원래 있던 포지션이 차서 다른 부서로 발령 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즉, 회사가 당신을 대체할 누군가를 찾는 것은 당신의 자리를 노리는 자가 없더라도 쉬운 편이다.


그렇지 않은 케이스도 물론 존재한다. 당신이 회사에서 중책을 맞고 있거나 독보적인 기술이나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면 회사는 바짓가랑이를 잡아서라도 붙잡고 싶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퇴사가 흥정의 수단이 되는 순간 전보다 불리해지는 점은 변함이 없다. 한마디로 찍히기 마련이다. 좋은 기회를 잃고 2순위로 밀려 날 수 있다. 정기 면담 대상이 될 수 있고 관리자에게 선입견을 줄 수 있으며 부서원들에게 안 좋은 소문도 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얻는 것보다 잃을 가능성이 높다. 퇴사의 카드를 내기 전까지는 밖에서 조용히 집중해서 준비하자.



껍데기는 언제라도 벗겨질 수 있다.

흔히 회사의 브랜드 가치나 직급을 본인의 사회적 가치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보통 동창회 모임에서 여러 직종의 사람들을 만날 때 다니는 회사에 대한 선입견이 곧 이미지가 되기도 한다. 무슨 일을 하는지 보다 어느 회사에서 일을 하는지 네이밍과 얼마나 높은 직급인지에 관심이 더 높다.


회사가 아무리 잘 나간다고 해서 본인 또한 영영 함께 잘 나가는 것은 아니다. 한 배를 탄 것은 맞으니 배의 주인인 것처럼 일을 하는 것은 추천하겠다. 그러나 결국 언젠가는 내려야 할 배인 것 또한 분명하다. 배에서 내리는 순간 이제 배가 가는 길과 다른 길이 펼쳐질 것이고 배에 탔던 사람 정도로 기억될 것을 잊지 말자. 껍데기는 당신이 아닌 당신이 입은 옷일 뿐이다.


그리고 밖에 세상에 적응이 어려울 수 있다. 타임머신 타고 20년 후 미래인과 만나는 것처럼 늘 보던 회사원들이 아닌 다양한 직업, 성향, 태도를 지닌 자들이 어색하여 함께 어울리기 어려울 수 있다. 특히 회사에서 일반적으로 통하는 상식과 규정을 사회에 적용해 보면 무분별하게 지켜지지 않는 것들이 많다.


하지만 배에 탔던 경험과 지식은 사라지지 않는 법이다. 다른 배를 타거나 비행기도 탈 수 있는 객관적인 근거가 될 수 있고 충분히 활용할 만한 가치가 있다. 그래서 지금 타고 있는 배에서 내릴 때를 가정해보자. 그때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외부에서의 가치를 항상 염두하면서 현명하게 일하고 있다.


퇴사의 주인공은 당신이다.

퇴사는 회사한테는 관계의 마침표일지라도 개인에게는 본인을 돌아보는 쉼표 또는 현재와 다른 커리어로 변경하는 물음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퇴사일을 정할 때 무엇보다 우선순위는 자기 자신이다. 보통 회사 걱정을 하거나 주위 동료에게 미안해서 퇴직일 잡기를 주저하는 경우가 있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를 추천한다. 지금 변화의 앞에서 걱정할 대상은 당신 자신이다. 퇴직일의 결정은 당신이 선택할 권리이다.


또한 퇴사를 결심했더라도 처리가 완료될 때까지 변수가 있을 수 있다. 퇴사 신청을 철회할 수 있고 퇴직일을 연기할 수 있다. 즉, 회사를 나가기 직전까지 직원이 얼마나 기여할지는 회사의 대처에 달려있다.


누구나 시간이 지나면 좋은 기억들을 더 회상한다. 퇴사자 또한 이전 직장을 욕하기보다는 그때의 생활을 그리워할 수 있다. 하루가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는 바쁜 회사 생활 속 어느새 10년, 20년 세월이 흘러 버렸다면 월급과 연봉이 희생과 헌신을 모두 보상할 수는 없을 것이다. 청춘을 바치고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어 준 퇴사자는 충분히 존중받을 회사원이었고 회사를 나가는 순간까지 함께 일하는 동료였다. 인사 담당자로서 그것을 인정해 주는 것은 기본적인 예의다. 퇴직 서류 처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퇴사자 분들께 명함 한 장을 드리는 게 '언제든 필요할 때 연락 달라'는 의미로 따뜻한 메시지가 되기를 바란다.


이직의 정석

이직은 이사, 결혼, 입학과 같이 무거운 주제로 통용된다. 모두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집을 구하는 단계에서 투자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듯 이직하고자 하는 직장이 안정적인 사업을 하는지, 지속 성장할 만한 회사인지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사가 삶의 보금자리를 옮기는 거라면 이직은 삶의 일터를 바꾸는 것으로 역시 신중한 판단과 책임이 따른다. 좋은 직장을 찾았더라도 집, 혼수, 예물, 예식 등 결혼을 위해 준비가 필요하듯 이직도 미리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다. 시험, 면접 등 필수 전형을 통과해야만 학교에 입학하는 것처럼 이직을 위해 넘어야 할 벽들이 있다.

이직의 정석, 이직 잘하는 방법, 이직 준비하는 노하우, 이직의 주의사항 등 이직을 많이 해본 사람들이라면 얘기하기 좋은 주제이다. 이직을 서포트할 수 있는 인사담당 매니저로서 제삼자 관점에서 이직을 위해 고민한 몇 가지를 공유하고 싶다.


이직을 마음먹었을 때 준비하면 이미 늦었다.

회사에서 신규 채용이 필요한 자리는 항상 비어있는 것이 아니다. 먹고 싶은 음식을 먹으러 식당에 갔는데 자리가 없다. 고향에 내려가려고 기차역에 갔으나 만석이다. 영화관에서 보고 싶은 영화가 이미 매진이다. 이처럼 회사는 자리가 차 있을 때 굳이 사람을 더 뽑을 필요가 없다. 더구나 식당, 기차역, 영화관보다 더 어려운 상황은 언제 자리가 비게 될지 타이밍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즉, 회사가 채용을 원하는 시기가 당신이 이직하기 원하는 때와 딱 맞을 확률은 극히 낮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직의 준비는 방학 숙제처럼 몰아서 한꺼번에 할 수 없다. 일기도 며칠 지난 일은 까먹어서 쓸 수 없듯이 당신의 겪은 지식과 경험을 미리미리 정리해 놓아야 이직 시장이라는 실전에 써먹을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이직의 자리는 상대적인 경쟁을 통해 성취하는 것이므로 먼저 준비를 시작할수록 더 유리하다.


이력서는 키우는 나무와 같다.

자서전을 은퇴 이후에 많이 쓰는 이유가 있다. 일하는 동안 뒤 돌아볼 시간 없이 바쁘기 때문에 글을 쓸 여유가 없을 수 있겠다. 그 보다 더 큰 이유는 삶의 추억과 경험은 실시간으로 더해지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서전을 쓰기에는 아직이라고 생각하고 좀 더 앞으로의 인생에 거는 기대가 크기 마련이다. 그러나 당신이 근무한 이력은 기록하지 않으면 잊힐 수 있다. 이력이라는 말이 어색하다면 이력서를 떠올리면 쉽다. 취업을 위해 작성하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또는 학창 시절 생활기록부와 비슷한 것으로 보면 된다. 그동안 어떤 공부를 했고 얼마나 일을 했고 어떻게 경력을 쌓아 왔는지를 기록하는 것이 바로 이력서이다. 즉, 이력서는 오늘과 내일 하루 만에도 내용이 추가될 수 있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해야 하는 문서인 것이다. 그래서 나무처럼 물을 주고 잎을 닦아주고 관심을 가져야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이력 정리를 언제든 쉽고 편하게 지원하는 SNS가 있으니 지금도 늦지 않았다. 땀이 배인 소중한 기억들을 더 잊어버리기 전에 기록을 시작하자.


이력서에는 꼭 할 말이 있다.

이력서를 시험지로 비교해 보자. 채용 후보자들에게 출제된 문제는 동일하고 제출된 시험지는 공정하게 채점될 것이다. 누군가는 높은 점수를 받아 합격할 것이고 어떤 이는 낮은 점수로 불합격 통보를 받는다. 마침 공부했던 문제가 나왔는데 답안지에 답을 적지 못했다면 얼마나 억울할까. 이력서에서 정답으로 통하는 '꼭 할 말'은 객관적인 결과물을 의미한다. 무언가를 노력해서 성취했다면 누구나 쉽게 해석하고 신뢰할 수 있는 명, 수치, 단위 등 객관적인 결과물을 함께 써주는 것이 좋다. 그러면 해당 문장을 'True'로 만들 수 있다. 또 다른 '꼭 할 말' 중 하나는 당신의 차별화되는 포인트를 적는 것이다. 차별화 포인트는 우수하다는 개념과 다르다. 일반적이지 않은 유별난 특징을 말하는 것이다. 문제가 쉬워서 또는 하필 잘하는 후보자들이 많아서 동점자들이 대거 발생했다고 가정하자. 이때 제대로 힘을 발휘되는 것이 바로 엣지(차별화 포인트)이다. 이게 당신을 채용하는 주된 이유는 안되더라도 채용할 만한 이들이 많아서 애매한 상황이라면 유난히 빛나게 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


이력서에는 '할많하않'이 있다.

'할많하않'('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를 줄여 이르는 말) 또한 이력서 작성 시 무척이나 중요한 고려 요소이다. 당신을 투명하게 오픈하고 자신감 있게 표현하는 것은 좋은 태도이다. 하지만 회사에 맞지 않을 사람처럼 오해를 일으킬 만한 표현과 문장은 조심하는 것이 좋다. 이력서는 문서이기 때문에 만나서 얘기하는 것보다 의미 전달 중 오류나 왜곡 가능성이 높다. 메시지보다 전화 목소리가, 표정이나 제스처를 직접 보며 대화하는 것이 정확하게 소통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력서는 보통 이모티콘은커녕 일상적인 대화 표현도 할 수 없는 '다나까' 형식의 문체를 쓰므로 표현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거나 중의적인 단어는 조심해서 쓰는 것이 좋다. 또한 부연 설명이 꼭 필요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은 내용들은 자세하게 순화해서 작성하는 것이 좋다.


인맥은 시간이 지나며 누적된다.

이직을 위한 인맥은 이력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대학원에 입학하거나 어학 학원에 다니면서 인맥을 쌓아갈 수 있다. 온라인 카페나 정기모임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SNS를 활용해서 메일이나 메시지를 보내는 것 또한 인맥을 넓히는 방법이 되겠다. 하지만 일주일 또는 한 달만에 새로운 관계를 넓혀 가는데 한계가 있다. 소개팅 상대와 처음부터 갈비를 뜯을 수 없듯이 사람과의 관계는 순서와 단계를 거치는 시간이 필요하다. 서치펌 헤드헌터들이 길 가다 우연히 당신을 발견하고 적합한 이직 자리를 제안할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연락하는 부동산 중개인 분들이 많을수록 집을 보러 오라는 전화도 많이 받는 것처럼 당신의 원하는 자리를 찾고 싶다면 헤드헌터들에게 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 이력서를 만들어 올리고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며 기다려 보자. 일 년 만에 수년간 받아보지 못하던 오퍼를 매달 받게 되는 매직을 경험할 수 있다.



합격의 이유는 하나, 떨어지는 이유는 백만 가지

누구나 서류나 면접전형에서 떨어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고는 왜?라는 물음표가 한 동안 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드물게 이유를 알려주는 회사도 있겠으나 대부분은 가족이나 친구들과 상황을 공유하며 어려운 수수께끼를 풀다 대충 결론을 내고 잊기 마련이다. 인사를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조언하자면, '당신이 불합격한 이유는 무엇이다'라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점쟁이도 모른다. 음악 경연 프로그램에서 유명 가수 또는 대표가 A가 합격하고 B가 불합격한 이유를 설명한다. 다 들어보면 합격한 이유를 이해했는가. 그러면 B가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 A가 합격한 이유대로 하면 과연 B가 합격할까. 반대로 A가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 B가 불합격한 이유대로 하면 A는 불합격할까. 결과는 그대로일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고려할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 많은 변수 중 당신의 탓이 아닐 수 있는 것도 많다. 채용할 자리와 핏이 너무 잘 맞는 다른 후보자가 있을 경우 당신은 불합격할 수 있다. 채용할 자리와 당신의 핏이 전혀 맛지 않는데 더 안 맞는 후보자들만 지원했다. 이때 회사가 채용이 워낙 급한 상황이라면 당신을 합격시키는 케이스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발전적인 방향에서 반성하고 보완하는 것은 적극 권장하겠으나 합격했다고 자만하거나 불합격했다고 자책하는 것은 진심으로 말리고 싶다. 특히 떨어졌다고 자신감을 잃고 눈을 낮추거나 포기하는 취준생이 있다면 이 말을 전하고 싶다.


"나의 강점을 내가 알 때 다른 사람한테도 알려 줄 수 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내가 느낄 때 다른 사람도 내가 그것을 얼마나 하고 싶어 하는지 느낄 수 있다."


'다른 사람'이 가족, 친구라면 응원을 받을 것이고 지원한 회사나 면접관이면 합격 통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취업이나 이직을 준비하는 모두를 응원하며 잘 될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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