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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작가 Oct 24. 2021

공과 사는 쫌(1)


"사적인 영역만큼은 내가 알아서.“
 ('사적이다'는 지극히 개인에 관계된 것)


 멘탈 갑. 입사 후 몇 년 되지 않아 들었던 별명이었다. 팀장의 무차별적 공격에도 잘 버티는 게 신기했는지 후배들이 지어준 별명이었다. 그렇다고 후배에게 모범이 되거나 그들의 친구가 되지는 못했다. 불의를 보고도 참기만 해서는 결코 후배를 지킬 수 없었다.  떠올리기 싫었던 기억을 되짚는 이유는 어느덧 십 년이 지나 막상 그 팀장 직급이 되어 보니 악습을 더 이상 방관하고 싶지 않았다. 그때의 괴롭힘과 갑질을 향해 당당하게 하지 말라고 했다면 어땠을까. 이제라도 세상을 바로 보고 싶다.



 


"누가 팀장에게 팀원의 인생을 관리하라고 했는가." 
 

 회사는 비즈니스적 관계를 맺는 무대와 같다. 그러나 몇몇은 공적인 비즈니스를 사적인 영역까지 확대 해석했다.

 "당연한 거 아니야? 팀장이 팀원한테 빨리 결혼해서 정착하라고 하는 거, 그게 사람 관리야."

 기가 막혀서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결혼은 해야만 한다. 할 거면 빨리 하는 게 낫다.'라는 답을 정해 놓고 남의 인생을 너무 쉽게 얘기하는 것 같았다.

 "네가 경험을 안 해서 몰라. 다음 달까지 회사 근처로 이사 와. 못 와? 그럼 언제 올 건데?"

 마치 업무 지시처럼 들렸다. 연애, 결혼, 이사, 부부 관계, 육아, 여행 심지어 여가 생활까지 상급자의 조언이 도를 지나칠 때가 있었다. 쉽게 던진 말 한마디가 강요와 폭언이 될 수 있는데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어. 너는 대답만 하면 돼)는 몰라서 그럴까. 알면서 그런 걸까. 사람마다 가치관과 사는 사정이 다르고 시대도 변했다. 내가 아는 그 답이 언제까지나 정답이 될 순 없다.

 

 

 

 


"라떼 이즈 홀스"

(꼰대가 자주 쓰는 '나 때는 말이야.'를 비꼰 말)

 

 과거에 통했던 방식이 지금도 통할 거라는 가정은 착각일 수 있다. 우체부의 편지를 손꼽아 기다리며 설레었던 시대가 있었다. 내가 좋아했던 영화 '클래식'은 제목처럼 그 시절 러브 스타일을 잘 표현했다. 영화 속 조승우는 친구 이기우를 대신해서 연애편지를 써 준다. 손예진이 편지를 쓴 게 조승우라는 것을 알고 그와 사랑에 빠진다. 손편지는 그 시대에 누릴 수 있는 낭만이었고 아름다운 추억이자 흔한 사랑법이었다. 반면, 같은 영화 속 현재를 사는 조인성은 편지 대신 문자를 주고받았다. 그 또한 그녀에 대한 마음이 진심이었고 역시나 통했다. 그녀의 마음을 사로 잡기 위해 손편지를 쓰거나 그녀의 집 앞에서 기약 없이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그때는 그 때라서 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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