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상사, 동기, 후배한테 똑같이 잘해요."
이 말은 새로운 발상인 듯 충격적이었다. 그 사람의 행동을 곰곰이 떠올리다 몇 초만에 몸이 찌릿해졌다. 그 사람은 정말 그렇게 행동하고 있었다.
SNS의 영상, 이미지 등 개방적 커뮤니케이션 환경은 쌍방향 소통 문화의 정착을 도왔다. 조직 구성원을 이끄는 능력인 리더십 측면에서 Top-Down 방식의 지시형 리더십보다 경청, 배려를 행하는 '서번트 리더십'이 보다 주목받고 있다. Hunter는 섬김의 리더십이 공동체의 목표 달성에 집중하도록 영향력을 발휘하는 기술인 동시에 신뢰를 형성하는 인격이라고 했다(Hunter, 2006). 이처럼 리더십의 변화는 아래에서 위 보다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행동에 주목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사, 동기, 후배에게 똑같이 잘하고 있는가를 물어보면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아마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누군가와 첫 대면이라면 나이, 기수, 학교를 따지고 존댓말과 반말을 결정한다. 직급이 자신보다 높을수록 어려운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거나 자신보다 낮으면 편하게 말을 놓기도 한다.
자신의 부서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온다고 가정해 보자. 어떤 정보가 가장 궁금할까. 그 사람의 성별, 외모, 성격 등이 알고 싶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정보가 가장 신경 쓰일까. 그 사람의 직급, 나이, 경력처럼 자신보다 센지 약한지를 재고 싶을 것이다. 본인보다 위라면 눈치를 보면서 말을 아낄 것이고 아래라면 먼저 말 걸고 있는 모습이 괜히 자연스러운 것 같다. 이게 당연한 모습일까.
만약 윗사람이 성과를 평가하는 절대적인 권력자이고 그 사람의 주관적 평가가 일등과 꼴찌를 가른다면 평가 권한이 당신을 윽박지르거나 위협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것으로 구성원의 시간을 컨트롤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면 개인비서나 노예에 대한 정의를 오해하고 있음에 분명하다. 그런 사람은 보통 상사에게만 잘하는 타입이며 후배들도 상사에게만 집중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본인이 위라고 생각하고 막 대하는 그 순간 아래와의 관계는 크게 틀어지기 마련이다. 서로 사이에 한쪽 힘으로는 허물기 어려운 벽이 생긴다. 상황에 따라 위아래의 봉인은 언젠가 풀릴 수 있겠으나 그때 다시 관계를 개선하기는 이미 틀렸을 것이다. 그렇다면 위와 아래를 시작부터 만들지 않으면 어떨까. 만약 위와 아래에 대하는 행동이 일치한다면 주위 사람들이 그 행동을 보고 당신이라는 사람에 대해 헷갈리지 않고 신뢰감을 쌓을 수 있다.
혹시 위아래에 똑같이 잘하는 리더를 주위에서 본 적 있는가. 가정, 학교, 회사, 사무실, 국회, 뉴스에도 잘 찾아볼 수가 없다. 우리가 좋은 리더가 되기 어려운 이유는 닮고 싶은 리더가 주위에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하는 동안 운이 좋게도 그런 사람을 만났고 그 행동을 소개하고 싶다.
후배와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더라
담을 쌓는다는 표현이 있다. 너와 나는 다른 층에 있다는 것을 강조할수록 서로 같은 층에서 만나기가 어려운 법이다. 동기가 편한 이유는 같이 일을 시작해서 비슷한 상황을 공감할 수 있고 서로 이익을 따지지 않고 의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후배는 어떠한가. 비슷한 상황이 아닌가. 서로 이익을 따져야 하는가. 서로 의지하기에는 무엇이 부족한 것이 있던가. 아마 똑같은 환경에서 고생하고 있을 것이다. 직급이 낮아서 궂은일은 더 많을 수도 있다. 만약, 부서원들이 모두 동기라고 가정해 보자. 일하는 사람 간의 관계에 대한 부담은 줄지 않을까. 친구들과 함께 일하는 것처럼 즐거움은 두 배로, 어려움은 절반으로 나누는 관계가 형성될지도 모른다. 당신의 선배가 당신을 동기만큼 존중해 준다면 충분히 좋아할 만하다. 그게 바로 후배가 선배를 따르는 이유 중 하나다.
상사에게 솔직하게 대하더라
선배에게 평가를 받고 있다는 인식은 마음 안에 있는 용기를 꽁꽁 숨기게 한다. 말을 해도 소용이 없기 때문에 아예 말 문이 막히는 경우도 많다. 한국 기업에 편한 상사보다는 불편한 상사가 많은 것은 현실이다. 그 현실이 조직 내 직급 간 소통을 단절하는 이유이다. '솔직하게 대하더라'의 의미는 상사에게 표현을 하라는 것이다. 권위를 중요시하는 독불장군식 상사라면 둘만 있을 때 표현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외향적인 상사라면 동료와 함께 있을 때 실시간으로 표현하고, 연구와 분석을 좋아하는 내성적인 상사라면 먼저 찾아가서 표현하는 것을 추천한다. 표현은 먼저 의견과 생각을 전달하는 것부터 그에 대한 상사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당신의 의견을 윗사람에게 자주 전달하는 가교 역할을 하는 리더가 있다면 당신은 그 선배를 좋은 리더로 인정하지 않을까.
선·후배에게 관심의 균형을 유지하더라
과도한 친절을 바라는 상사라면 그것을 맞춰 줄 필요는 있겠으나 그 상사가 다른 부서로 가더라도 그렇게 대할 것인가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그 상사 또는 후배와 오랜 관계를 위해서는 균형 있는 태도가 중요하다. 후배도 마찬가지다. 후배에게 관심이 없는 것은 문제가 되지만 지나친 관심도 부담스럽다. 후배한테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인 '잔소리'를 해야만 직성이 풀린다면 좀 참아보면 어떨까. 꼰대에게 막내시절은 좋은 기억만 남아 있는 한 장의 추억일지도 모른다. 그것을 후배가 사는 세상에 대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시절의 노하우가 지금도 먹힐 거라는 착각은 향수로 간직하고 후배와 함께 앞을 보자. 그래야 후배가 당신을 닮아 앞을 볼 수 있다.
상사, 동기, 후배에게 똑같이 잘하는 것, 리더와 춤을 추고 싶게 하는 전제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