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은 자신에 맞는 스타일과 사이즈가 있다."
좋은 리더라고 무조건 흉내 내는 것은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부자연스럽고 어색하기 마련이다. 본인 성향과 개성에 맞게 솔직한 옷을 입었을 때 구성원으로부터 공감을 얻고 존경을 받을 수 있다.
최근 일본 전자부품 회사에서 한국인, 태국인 등을 엔지니어로 채용한 사례가 있다. 기본적인 일본 회화만 가능한 사람들을 선발했으나 추가적인 일본어 교육은 하지 않았다. 일본 기업의 철학, 일하는 방식, 지침, 노하우 등 실제 일을 잘하기 위한 스킬을 가르치고 실무 중심 교육을 했다. 입사자들 또한 엔지니어로서 자부심을 갖고 있으므로 현지 일본인들과 기술력으로 경쟁할 생각이었다.
반대로 한국의 보고문화는 남다르다. 한 예로 북유럽 출신 백인 담당자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한국에서 일하는 동안 보고서의 열과 행, 자간 맞추는 것을 리더로부터 요구받았고 마치 수학 공식을 외우지 못해서 혼나는 것처럼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결국 그 담당자는 본인의 나라로 떠났다. PC보다 모바일에 익숙한 세대가 일하는 시대에서 한국의 리더들이 보고서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대기업의 역사를 돌아보면 소규모로 시작하여 단기간 성장을 해냈다. 일하는 방식 또한 짧은 기간 동안 축적된 한국 스타일에 익숙해져 있다. 빠른 성장이 필요한 시기에 적합한 방식으로 한국 경제가 급격히 발전하는 동안 기업들은 학력, 나이, 근속기간으로 직급을 결정하였다(유규창, 2014). 그러다 보니 수직적인 조직구조를 통해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기 적합하였고 일의 흐름은 의사결정자를 중심으로 흘러가게 되었다. 조직의 장은 의사결정을 빨리 내려야 하기 때문에 보고서를 오래 읽을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한 장 짜리 요약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질의가 나오지 않도록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시간과 정성을 쏟았다고 한다.
보고서 작성 스킬은 업종과 직무에 따라 중요도 차이가 있겠으나 보통 자체적으로 부가가치를 낼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상사를 설득하기 위해 표현하는 방법이자 포장하는 커뮤니케이션 기술 중 하나인데 이것이 주류가 된다면 해외 인력이 함께 일하기 어려울 수 있을 것이다.
해외를 품을 수 있는 넉넉한 사이즈의 리더가 외국인 부서원에 대해 말했다.
"좀 지켜봤는데 한글 보고서는 안 쓰게 하려고요."
그 외국인이 한국말은 곧잘 해도 한글로 보고서 쓰는 것은 어려워하는 것을 보고 단점 보완보다 스피드, 순발력 등 장점을 부각하겠다는 얘기였다. 마치 축구, 농구 등 스포츠 감독이 외국인 선수를 기용하고 활용할 때 한국어 쓰는 것을 요구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리더의 판단은 그 외국인의 만족도와 기여도를 동시에 높였다.
이처럼 외국인을 잘 관리하는 '글로벌 리더'의 또 다른 노하우는 무엇이 있을까.
인정하는 마인드를 갖고 있더라.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다. 다른 것은 '맞다' 또는 '틀리다'의 이분법적 문제가 아니다. 다양한 개성과 사고, 가치관을 이해할 때 상대방을 공감할 수 있다. 그리고 적어도 어느 한 분야에서는 같은 편이 될 수 있다. 특히 외국인의 경우 이러한 관심과 포용이 누구보다 그립고 간절할 수 있다.
또한 누구나 일을 함께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부정하지 않는다. 이러한 마인드라면 구성원 앞에서 아닌 척을 할 필요가 없으니 투명하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고 구성원 또한 그 리더의 행동과 태도에서 존중과 신뢰를 받는다고 느낄 것이다.
단점을 고치기보단 장점을 경쟁력으로 살리더라
'코칭'의 사전적 의미는 '개인의 목표를 성취할 수 있도록 자신감과 의욕을 고취시키고 실력과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의미한다. 다시 읽어봐도 부정적인 단어는 찾을 수 없다. 혼내고 잘못을 지적하고 가르쳐야 한다는 수동적인 표현도 없다. 단점을 찾아서 억지로 고치게 하면 발전의 한계는 그것을 고치는 것까지로 고정된다. 그러나 장점을 믿고 맡긴다면 결과물의 발전에 한계란 없다. 리더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다는 자부심은 구성원에게 오너십을 갖게 만들고 사장이 본인 가게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신나게 회사를 다닐 것이다.
올라올 때까지 기다려 주더라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는 말을 어느샌가 잊고 사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지식과 경험을 먼저 갖추었다고 해서 절대 잘난 것이 아니다. 같은 시간을 들였더라도 보다 깊이가 있고 누구나 금방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갖춘 것이 바로 실력이다. 나에게 쉬운 일이라고 후배를 답답해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누구나 성장하는 단계가 있는 법이다. 서두르고 강요한다고 그 단계를 생략할 수는 없다.
김별아 님의 '식구'라는 책 속에는 아이를 통해서 오히려 배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밥을 흘리지 않고 먹고 넘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어른이 모든 것을 경험하거나 아는 것은 아니다. 어른 또한 어린 시절이 있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경험을 하거나 무언가를 배워 성장할 수 있는 존재이다. 당장 편하고자 후배에게 빨리 일어나라고 잔소리하기보다 스스로 일어나 걸어오는 자식을 대견하게 바라보는 눈빛으로 조금 기다려 보는 건 어떨까.
완벽한 사람은 없고 완벽한 리더십도 없다. 옷이 유행을 타 듯이 사람도 잘 맞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한 번에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노하우를 찾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나 한 명씩 한 걸음씩 다가가 보면 그들에게 가까이 서 있는 친근한 리더가 될 수 있다. 그러면 먼저 손을 내밀고 얘기를 시작하는 부서원이 생길 수 있다. 아래부터 위로 소통이 되는 것이다. 얘기를 들어주는 리더보다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리더가 한 발 앞선다. 쌍방향 소통이 되면 서로 솔직하게 표현하고 불편한 분위기도 자동 해소된다. 한 예로 휴일 근무 일정을 정할 때 상사가 묻는다.
"토요일 오전에는 무슨 일이 있어요? "
주말에 출근하라는 얘기로 오해할 수 있겠다. 하지만 리더는 당신의 결정을 존중하고 공감하기 위해 사유를 물었다. 해외와 함께 일하는 시대, 글로벌 리더의 스타일과 사이즈는 당신의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