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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호 Apr 14. 2019

아빠 육아휴직

  "  ,          ."


   .          . 다행스럽게 국내 기업도 직원이 가족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아빠의 육아휴직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일 년 전 회사 남성 동료가 육아휴직을 쓰는 사례를 보았다. 그는 부서원들에게 커피를 돌리고 쿨하게 떠났다. 남성의 육아휴직을 낯설고 어색해하거나 의아해하는 남성분들이 있던 반면, 용기 있는 실천에 박수를 보내는 여성분들도 있었다. 그가 육아휴직을 쓴 사유는 출산 이후 멈춰 있던 아내의 커리어를 다시 시작할 수 있 1년간 본인이 가정 일을 맡기로 한 것이다. 그로부터 6개월 뒤 그의 육아휴직 생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평일 아침, 아내의 출근길을 배웅하고 아침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미드만 멈출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흥미진진하고 갑작스러운 반전의 전개들로부터 중독이라기보다 예찬을 하게 되었다.   단순했으나 아침부터  .  종일 아이와 함께 있다 보니 아빠는 아이의 상태를 보다 잘 이해하고 아이 또한 아빠를 좋아하고 잘 따른다고 했다. 오후가 지날 때쯤 아내와 저녁식사를 위해 된장찌개를 끓이고 반찬을 준비했다. 그때 아내로부터 도착하는 문자,


 '여보, 오늘 저녁에 회식 잡혀서 저녁 먹고 들어갈게.'


 아내가 그렇게 밉고 서운할 수가 없다고 한다. 아내가 퇴근 후 피곤한 내색으로 씻고 침대로 향하면 아내에게 할 말을 종일 아껴왔던 남편은 한 번 더 서운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 경험이 되었다. 1997년 영화 '체인지'를 기억하는가. 극 중 남자와 여자 주인공이 같이 번개를 맞으면서 서로의 몸이 바뀌게 된다. 남자 주인공 대호는 평범하고 화목한 가정의 둘째 아들로 성적은 바닥이고 싸움을 잘하며 학생 밴드 보컬이다. 여자 주인공 은비는 부유한 가정의 외동딸로 성적은 전교 1등에 조용한 성격의 모범생이다. 남과 여라는 신체뿐 아니라 성격이나 성향이 대비되는 캐릭터였다. 그 둘도 서로의 역할을 해보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 경험을 갖게 된다. 마치 역할 극을 통해 심리를 치료하는 것처럼 그동안 갖고 있던 오해가 사라지는 것이다.


 서양 철학자 들뢰즈는 서양 철학을 지배해온 '특정한 원칙을 세워두고 그것으로 판단하는 시선을 만드는 주의'를 거부하였다고 한다. 남성이라서, 여성이라서, 금수저라서, 흙수저라서, 동양인이라서 등 이런 시선이 만드는 오해 앞에서 눈 앞에 있는 사람을 제대로 볼 수 없다. 함께 생활하는 사람을 사회가 만든 틀에 가둔다면 상대와 이해와 소통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육아휴직에 대한  시선은 어떠. 용어 정의는 다음과 같다.

       

 ' 근로자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신청, 사용하는 휴직을 말한다(다음백과)'


 아빠가 육아휴직을 쓰는 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휴직을 사용해도 되는 것을 아는 것이 바로 시작이다. 법적으로 보장된 것이므로 한 자녀에 대해 부모 각각 1년을 사용할 수 있다. 근로기간이 6개월 미만이거나 같은 자녀에 대해 배우자가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육아휴직급여를 받으며 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

 '18년 남성 육아휴직자는 1만 8천여 명, '14년 3천여 명 보다 5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통계청의 '한국의 사회동향' 보고서 또한 '08년 1.2%에 불과한 남성 육아 휴직자가 '18년 13.4%로 10배 증가했다고 한다. '스웨덴 라떼파파'(김건 지음)라는 책에서 한 손에 라떼를, 다른 한 손으로는 유모차 핸들을 끄는 '라떼파파'를 쉽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스웨덴은 육아휴직 수당 신청자 비율이 남성 45%, 여성 55%로 거의 차이가 없다. 부모 대상 육아를 위한 혁신적인 제도가 눈길을 끈다. 출산 후 첫 2주 동안에는 아빠, 엄마가 동시에 사용해야만 하고 이후 사정에 맞추어 부부가 나눠서 사용이 가능하다. 양성 평등을 위해 한쪽이 최대 사용할 수 있는 일자는 총 480일 중 80% 수준이다. 직원들은 두 달 전 육아휴직 시작을 알리기만 하면 회사가 거부할 수 없도록 스웨덴 정부가 이를 시민의 권리로 보장한다고 한다.  


 인구보건복지협회에서 국내 육아휴직 경험 남성을 조사한 결과 육아휴직에 대해 재정적 어려움, 진급 누락 및 인사고과에 부정적인 영향, 직장 동료나 상사들의 눈치 등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개인 휴가를 상사의 눈치를 보며 사용하지 못하는 시대가 지나갔다. 최근 카카오 뱅크는 하루 2시간이나 4시간 필요한 만큼 휴가를 자유롭게 분할 사용할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을 도입했다. 직원들이 휴가를 유연하게 쓸 수 있는 근무시간 관리 시스템을 직접 개발하여 마련해 주었다. 그리고 여성이 육아휴직을 눈치 보며 쓰는 시대가 지나갔다. '19년 아동수당, 양육수당 등 육아를 위한 지원이 늘고 있는 경향이다. 일 년 이상 자리 공백에 대해 회사차원에서 복직, 채용, 전배 등 인력순환 프로세스를 통해 대응하고 있다. 육아휴직 후 복직자가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는 사회, 문화적 변화가   조금씩  고 있는 것이다.


 일 년 전 휴직했었던 그가 사무실로 복귀하였다. 회식을 하더라도 9시가 되기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는 편이다. 육아휴직 경험이 좋은 아빠뿐만 아니라 아내를 조금 더 이해하고 배려하는 좋은 남편을 만들어 주었다. 회사 동료들은 벌써 일 년이 다되었나 놀랄 정도로 바쁘게 일하고 있었. 상황은 일 년 전과 마찬가지다. 그가 없어도 역시  잘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바뀐 것이 있다. 회사 밖에서의 시간을 가족과 더 소중하게 보내고 있다는  마음가짐이다. 그는 휴직 전보다 더 행복하게 보였다.

 

 아빠 휴직이 정착되기까지 스웨덴은 20년의 긴 세월이 걸렸다고 한다. 단순히 시간만 흘러간 것은 아닐 것이다. 그동안 수많은 시행착오가 쌓였을 것이고 좋은 방향 방법들이 마련되었을 것이다. 아빠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짱구 아빠가 인생의 재미를  지킬 수 있게  지원하고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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