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대화가 주는 위로
가벼운 대화도 좋다.
그 순간은 고민이 사라졌다.
몇 달에 한 번 만나는 모임이 있다.
만나면 별다른 대화를 하는 건 아니다.
안부를 묻고 일상을 나눈다.
솔직히 말하자면,
글을 쓰고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수다 가득한 자리가 점점 지루해졌다.
대화 내용이 재미없게 느껴졌다.
이웃님들 만났을 때 전해지는
뜨거운 에너지가 없달까.
공감이 사라진 느낌이었다.
대화 분위기에 스며들지 못했다.
현생의 만남이 줄어들었다.
지난주 오랜만에 모임에 나갔다.
가기 전 우려와는 달리 즐거웠다.
주고 받은 이야기는 예전과 비슷했다.
"제주에 새로운 카페가 생겼대."
"거기 사장이 누구더라."
"인테리어가 어떻더라."
"요즘 핫한 동네는 어딘지 알아?"
"중국인 관광객이 늘었다며?"
"민폐 손님이 또 있었다더라.”"
(제주엔 모르는 카페만 늘어난다.)
"주니네 아들은 전역하는구나
울 아들은 아직 군대 안갔어.
공익요원으로 가려는데,
관공서 신청했다가 밀려서
벌써 3년째 기다리는 중이야."
(공익요원은 그렇구나, 처음 알았다.)
"중2 딸이 수학여행 가서
전화 한 통 없더라. 서운했지 뭐야."
그날 모임 장소는 이러쿵 저러쿵,
음식은 어쨌다 저쨌다.
그런 대화들이었다.
그날은 관찰하듯 들었다.
누구는 이렇구나, 이분은 그렇구나 하면서.
흥미로웠다.
각자 달랐다.
어느새, 나도 그 대화 속에 들어가 있었다.
맞장구치며 깔깔 웃으며.
함께 어울려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간간히 내 미라클 모닝을 물었다.
"대단하다", "부지런하다",
"나는 절대 못해", "한 번 해볼까?"
흘러가는 이야기들이라는 걸 안다.
그래도 가볍게 건네는 안부가 반가웠다.
일반인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그동안 비현실에 있다가
현실 세계에 마실 다녀온 기분이랄까.
지난주는 엎친 데 덮친 격인 날들이었다.
몇 가지 사건이 연이어 터졌고,
심리적으로도 혼란스러웠다.
갈피를 못 잡고 흔들렸다.
그날, 그 안에 있는 동안에는
그런 복잡함이 모두 잊혔다.
세상 고민없이 웃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따뜻함을 나눴다.
머릿속이 말끔히 비어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다시 고민이 떠올랐지만 가벼워져 있었다.
그 만남 덕분이었다.
복잡한 생각을
잠시라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자기계발에 힘쓰는 우리.
꼭 그래야만 하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
그 삶을 놀이하듯 즐길 수 있다면 좋다.
꾸역꾸역, 겨우겨우 나아가고 있다면
방향이 맞는지 돌아봐야 한다.
가끔은 아무 생각 없어도 좋다.
단순한 대화도 무용하다 할 수만은 없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일상.
그들과 어울리는 반가운 시간.
그것도 힐링이 되고,
빠듯한 루틴 속에 숨 쉴 틈이 되어준다.
각자의 삶에서 뜨거우면
그것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잘 살고 있다.
서로의 역할에 충실한 사람들과
함께한 시간은 언제나 좋았음을.
다시금 깨닫는다.
내 주변엔 좋은 사람들이 가득했음을.
가벼운 대화로 에너지를 받은 날이었다.
말이 가벼워도
마음이 가볍지는 않더라고요.
그 순간, 우리는 서로에게
쉬어가는 바람이었습니다.
뜨거운 삶을 살아내는 모두에게,
가벼운 수다 한 줌이면 충분했어요.
당신 주변의 소소한 대화들이
마음을 가볍게 해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