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했던 시절, 사실은 멈춰있었다
"언니, 저도 불면증 심각하거든요.
언니 책 보면서 저랑 비슷하다는
생각 많이 들었어요.
맞아! 맞아! 하며 읽었어요.
언니 책 읽을 때는
당장 언니처럼 시작할 줄 알았죠.
그때 뿐이었어요.
어제도 쇼츠에 빠져서 새벽에 잠들었어요.
물론 잠을 설쳤죠.
아침에 골골 댔어요.
학교가는 아이를 잘 챙겨주지 못해
미안한데도, 잘 안돼요.
언니가 정말 부러워요."
"넌 잠을 못자더라도 아직 견딜만 하구나.
네 불면증과 내 불면증이 다른 거 아닐까?
넌 아직 마음의 여유가 있는거 같아.
그래서 시작은 안 해도 아직은 괜찮다는
마음이 있는거야.
난 절박했어.
다시는 잠을 못 자는 세상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거든.
그 세상에선 숨을 쉴 수 없었어.
하루가, 내 삶이 송두리째 휘청였으니까.
그 전엔 나도
잠을 못 자도 감당할 수 있었어.
오십년 동안 남들처럼 살았던 거겠지.
그땐, 다녔던 회사 일과 함께 몰아쳐서
더 그랬을 거야.
그러니까 날 부러워하지 말고,
아직은 괜찮은 너에게 감사했으면 해.
난 그런 네가 부럽다."
네 이야기를 듣다보니,
문득 나도 예전엔 그랬다는 걸 떠올렸어.
한동안은 세상이 참 평온하게 느껴졌거든.
하루하루가 무난히 지나가던 시절.
별일이랄게 없었지.
지금 생각하면,
그건 평온이 아니라 안일함이었어.
스스로를 세우려 하지 않았고,
주어진 환경에 기대 살았지.
독립하려는 마음도 부족했어.
삶은 그런 나를
버틸 수 없는 시간으로 데려갔어.
누군가에겐 별일 아닐 수 있겠지만,
내겐 내면에 균열이 생기는 큰 파도였지.
각자의 위기는 다르게 찾아오니까.
다른 시간, 다른 모습으로 오겠지.
어떤 분은 그러려니 하며
슬기롭게 잘 넘어가고,
어떤 사람은 그 순간을 지나며
완전히 달라지기도 해.
나처럼.
가치를 위협 받을 때,
내면이 부서지는 걸 느낄 때,
우린 결국 달라질 수밖에 없나 봐.
그 부서짐 속에서 나는
이전과는 다른 나를 만났어.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내 안에 있었지만 미처 몰랐던 나.
변화는 그렇게 온다.
그 전엔 알면서도 잘 안 되지.
시간이 남았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하니까.
예전의 나처럼.
이렇게 말하고 싶어.
책이든, 운동이든, 글쓰기든,
작은 공부 하나라도,
지금 할 수 있다면
꾸준히 해보라고.
직장에서의 공부가
내 삶을 만들었고,
그게 지금의 토대가 됐어.
돌아보면, 그 시간이
이 땅을 더 비옥하게 만들어줬더라고.
열심히 일했던 내가,
업무를 배우며 몸을 던졌던 내가
지금은 기특해.
시작하는 지금은 잘 모를 수도 있어.
정말 이게 도움이 되는 건지.
경험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
열정은 나를 지탱해주는 힘이 되더라.
우리의 삶은,
쓸모없는 게 없더라.
무심코 기억했던 이야기 하나가
어느 날, 내 자산이 되기도 하니까.
삶이 조금 흔들리고 있나요?
하나라도 작게 시작해보면 어때요.
그게 당신을
다시 당신에게 데려다줄 거예요.
나와 비슷한 시간을 건너는 누군가에게
이 이야기가 작은 위로이자
시작이 되길 바라며.
당신 안의 아직 괜찮은 마음이
길을 잃지 않기를 함께 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