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심리 똑같아요, 다 거기서 거기예요

by 사랑주니

지난주에 염색하러 미용실에 갔다.

늘 가는 곳인데,

무슨 말이 그렇게 길었을까.

돌아오는 길에도 그 말을 생각했다.



그때 읽고 있던 책이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 이었다.

단어 하나하나가 참 정교하다.

날카롭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마음으로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그런 문장들이 있었다.

더 오래 붙들고 읽었다.



미용실 원장님이 무심히 던진 한마디가

이상하게 책 속 내용과 닮아 있었다.

내가 의도적으로

책 이야기를 꺼낸 건 아니었다.

이분이 그 책을 읽었을 리도 없는데,

말의 결이 비슷했다.

어쩌면 이렇게 똑같은 말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책 쓰셔야겠는데요?"

내가 웃으며 그렇게 말하자,


"사람 심리는 다 똑같잖아요.

결국 다 거기서 거기예요."

원장님의 말씀이다.

맞는 말이었다.

마음을 탁 치고 지나갔다.



웃으며 하신 말이었지만,

그 말을 듣고도 웃지 못했다.

어쩐지 그분 입에서는 가볍지 않았다.

다 겪은 얼굴로 내려놓듯 말했다.



나는 아직도 사람을 잘 모르겠는데,

왜일까.

나이가 더 많음에도,

그만큼 겪어내지 못했기 때문일까.

그 날은 내가 읽은 책도,

살아온 해수도 조금 작게 느껴졌다.



_a7fce4ee-a254-41e9-bd04-80e409dae526.jpg




그분은 20대 때부터 미용 일을 시작했다.

적어도 20년은 넘게

하루에도 여러 번 사람과 마주한 삶.



삶의 민낯을 듣고,

감정을 읽고, 표정을 바라봤을 것이다.

누구는 상처를 얘기하고,

누구는 거짓을 말하고,

또 어떤 날은 진실한 대화도 있었겠지.

얼마나 많은 인간 군상을 접했을까.



책에서 어렵게 풀어낸 개념들이

그분의 입에서는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내가 책에서 한 줄을 끄집어내면,

"아 그거, 몇 년 전에 뉴스에 나왔던

그 사건, 그 심리 얘기 아닌가요?"

하고 바로 이어받는다.



나는 문장으로

사람을 이해하려 하고 있었고,

그분은 사람을 통해

문장을 이미 살아내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쉽게 얻어졌을 리 없다.

상처 받았을 거다.

억울한 말에 밤잠 설친 날도 있었을 테고,

좋은 사람을 보내고 허탈한 날도 있었겠지.

그 모든 시간 끝에

오늘의 저 말이 나왔을 거다.



경험은,

정말 깊은 언어구나.

사람을 오래 겪은 사람에게는

말에 묻어나는 감각이 있다.

그냥 나오는 말이 아니다.

삶을 통과한 말일테지.



언젠가 책 한 권과 마주해도

낯설지 않게 읽어낼 수 있구나.

내가 읽은 책이 얇게 느껴졌다.



활자는 그대로인데,

머릿속에 오래 맴도는 건

그분의 말이었다.



생각보다 우리 곁엔

시간이 만들어낸 말의 무게가

숨어 있기도 하다.



종이보다 사람이 먼저 아닐까.




작가의 이전글오늘 당신은, 어디에서 숨을 쉬고 싶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