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남았고, 글은 흩어졌다

by 사랑주니


그 순간에 해야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특히 글쓰기가 그렇더라고요.



어젯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여러 감정이 한꺼번에 몰려왔어요.

글자들이 둥둥 떠다녔네요.

어마어마한 글을 쓸 것만 같았죠.



글을 이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하마터면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놓칠 뻔 했으니까요.



만남에 집중하느라

핸드폰을 거의 열지 않았어요.

만남을 끝내고 지하철 안에서

단톡방을 확인했을 땐,

두두두두

여러 방에 수백 개의 메시지가

쌓여 있었죠.



미라클 주니 방 멤버님들의 대화를

먼저 벽타기 했죠. 헉헉.

다른 방들도 서둘러 보고,

책쓰기 코칭하는 분과 초고 관련

대화를 나누고,

블로그도 들어가보고... 하는 사이.



앗, 이런.

공항역을 두 역이나 지나쳤더라고요.

나름 귀를 활짝 열어두고

놓치지 않으려 했거든요.

다른 역은 다 들렸어요.

유독 그 중요한 멘트,

“공항역 도착”만 안 들렸어요.



헉, 어쩌지?

황급히 내려서 반대편으로 옮겨탔습니다.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흐르고

지하철은 참 느리게만 느껴졌어요.

동동거리며

시계와 바깥을 번갈아 볼 뿐이었어요.

'아까는 빨리 가던 지하철이

왜 이렇게 느리게 움직이지?'



머리속은 점점 하얘지고,

마음은 더 초초해지고,

화장실까지 급해졌어요.



공항역에 도착하자마자 뛰어!

매일 달리기를 한다고 해도 아직은 초보.

전광석화처럼은 마음일 뿐.



비행기 출발 7시 30분.

공항 도착 7시 10분.

검색대 통과 7시 15분.

화장실 7시 17분.

게이트 도착 7시 18분.

탑승 완료 7시 20분.

잠시 후 문이 닫혔습니다.

휴, 정말 다행이었어요.



승무원의 안내 멘트를 들으며

잠들었더라고요.

착륙 예정이라는 말에 깼을 땐

비몽사몽. 멍했네요.



비행기에서 주는 음료를 마셨어요.

속이 조금 답답했거든요.

마시고 나니 차가운 주스더군요.

종이컵 반 잔 정도였는데, 원샷!

그걸 마신 후부터

몸이 으슬으슬 추워졌습니다.



무사히 도착해 걸어 나오는데

만남의 여운이 가득 밀려왔어요.

'아까부터 느꼈던 이 감정들.

첫 문장을 그렇게 쓰면 좋겠다.

지하철에서 감성이 가득했을 때

초안이라도 남겨뒀어야 했는데

집에 가서 대충이라도 적어둬야겠다.'



집에서 마중 나와주신 덕분에

편하게 돌아왔습니다.

딸과 몇 마디 나누고 나니

벌써 밤 10시가 다 되어가더군요.

새벽 방에 굿나잇 인사 남기고,

블로그에 마지막 포스팅 올리고,

씻고 누웠죠.

감기 기운이 더 올라왔어요.

기절하듯 잠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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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초안을 쓰지 못했어요.

어제 날아다니던 문장들이 사라졌습니다.

마음과 함께 신나서 춤까지 추던

문장들이었는데.

글을 쓰려 했다는 마음만,

초안이라도 쓰려 했다는 계획만

기억으로 남았어요.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아요.

좋은 감정을 잘 쓰고 싶은 마음에

쉽게 시작되지 않네요.



시간은 흐르고,

이러다 다른 글도 막힐 것 같았죠.

지금 심정을 꺼내 봅니다.



사라진 문장들은 아쉽지만

마음은 여전히 남아 있으니

흐름이 다시 열릴 때,

그때는 놓치지 않고

그 결 그대로 옮겨보겠습니다.



지금 떠오르는 감정이 있다면

한 줄로라도 남겨보세요

완성된 글보다

당신 마음의 흔적이 먼저예요.

그 결을 가만히 붙들어야 합니다.



당신의 즐거운 글쓰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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