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글을 썼습니다.
엄청난 글이었어요.
어떤 글이냐고요?
꿈에 글감이 뻥튀기처럼 튀어 올랐어요.
잡히면 바로 글로 펼쳐지더라고요.
어찌나 마음에 드는 글들이 나타나는지
그 느낌을 놓칠 수가 없었죠.
'꿈이라지만 생생한데.
이 글감들, 이 글들을 어떻게 하지?'
꿈에서조차 마음이 급하더라고요.
억지로 눈을 뜨고,
그 자리에서 바로 글을 썼습니다.
폰으로도 쓰고,
노트북으로도 쓰고,
손이 멈추지 않더군요.
꿈속의 글들이 현실에 펼쳐졌어요.
마치 글과 손이 춤을 추는 듯했지요.
나중엔 졸음 와서 녹음하면서까지 썼네요.
'내일 새벽 글은 이걸로 해야겠다.
새벽 글은 존대어를 사용하는데
이 글은 다 평어체잖아.
문장을 조금 정리하면 되지.
그래도 초고를 이렇게 미리 썼으니
내일 새벽은 시간 여유 있겠는걸.
밤중에 깼어도 다행이다.
이 정도로 기록해두면 되겠지.
내일 아침에 마무리하자.'
어느 정도 글이 나오고
마음 편히 잠들었어요.
대체 어떤 글이길래 그랬을까요?
새벽 4시.
알람이 울리고 늘 같은 움직임.
미라클 주니 방에 굿모닝 인사.
블로그 잠시 들르고,
누운 채로 스트레칭 영상을 켜고 시작.
"안녕하세요. 건강 지킴이...
밤새 뻣뻣해진 몸을 천천히..."
영상 속 안내에 따라 몸을 풀었어요.
무겁던 눈이 서서히 떠지고
몽롱하던 몸과 마음이 깨어났지요.
'오늘 일정은... 아침에 그걸 하고...
약속이... 새벽 글을 먼저 쓰고...
어?
뭐지?
어젯밤 뭐 했는데... 뭐였지?'
순간 정신이 혼미해졌습니다.
밤에 뭘 한거 같은데 가물가물하고
확 떠오르지 않았어요.
다른 날보다 몸은 피곤하고
눈도 어렵고 떠지는 걸 보면
분명 편안한 밤은 아니었던 거 같은데요.
'뭘 하긴 했는데...
기억은 안 나고 그런 것 같은 생각만 들지?'
뿌연 안개만 가득해질 뿐.
기억은 저 멀리 아득해지는 느낌이었네요.
'움직이다 보며 떠오르겠지. 할 거 하자.'
스트레칭을 끝내고, 이불을 정리하고,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부엌으로 나가 물을 마시는데.
앗!
갑자기 툭.
'나, 어젯밤에 글 썼는데...'
기억났어요.
후다닥 들어와 노트북을 열었죠.
어?
어?
어디 갔지......?
밤새 춤추듯 쏟아냈던 문장들은
아무 데에도 없었습니다.
꿈이었는지,
꿈이 아니라 꿈같은 밤이었는지.
마음만 남고
글은 사라져 있더군요.
그러다 문득 웃음이 났어요.
허탈한데 웃기더라고요.
'그 열심과 그 몰입이면 됐지 뭐.'
그렇게 오늘 새벽도
다시 빈손으로
이 자리에서 처음부터 쓰고 있습니다.
밤새 난리쳤던 그 글들은 어디론가 갔지만,
뭐 어떤가요.
이렇게 또 한 편 쓰면 그만이죠.
어쩌면 이것도 나쁘지 않네요.
꿈속의 글이든,
눈앞의 글이든
결국 남는 건
지금 쓰는 이 마음이라는 걸
다시 알게 됩니다.
먼지 같은 성공이 쌓여 산이 되는 그날까지
모든 순간을 즐기기.
미라클 모닝 627일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