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처음엔 어려웠어요.
이름을 꺼내는 것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선희야"
그 한마디가 목 밖으로 나오는 데
한참 걸렸어요.
입이 조금만 움직여도
폭풍처럼 눈물이 터지더군요.
그날 이후 저는
아이들에게 말하듯,
엄마가 나에게 속삭여주듯
거울 앞에서 제 이름을 불렀습니다.
매일 어려웠고, 매일 울었습니다.
몇 달 지나고 나서야
그 눈물이 조금씩 멎었어요.
내 이름 부르기를 왜 시작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에요.
다만,
슬픈 표정을 달래 보려고,
겉으로라도 웃다 보면 마음도
따라올까 싶어서
매일 거울을 보며 웃었어요.
글을 쓰다가도, 지나가다 거울이 보이면
자동 기계처럼 웃었지요.
그땐 그게 저를 살리는
유일한 연습이었어요.
어느 날.
거울 속의 내가 나에게 말을 거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뭔가를 말하려는데
제가 무심한 표정을 짓고 있더군요.
그때 이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아이들에게는 매일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난 나에게 한 번이라도 말해 본 적 있었나?
난 나를 사랑할까?
이제까지 내가 했던 선택과 행동들은
내가 나를 사랑해서 내린 결론이었을까?
어떻게 하면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던 어느 날.
마치 거울이 나를 불러 세우는 것처럼
그 부름에 응답하듯.
거울 속 나를 향해 천천히 이름을
불렀습니다.
"선희...... 야..."
사랑해,라는 말까지는 가지도 못했어요.
"사…"
하는 순간 울음이 터졌습니다.
숨조차 못 쉬겠더군요.
누군가 내 울음을 꽁꽁 얼려버린 것처럼.
그날 한 번에 녹아버린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나왔습니다.
한참을 엉엉 울었어요.
멈출 수가 없었어요.
책상 위에 쌓인 휴지 더미를 보고서야
조금 진정되더군요.
"괜찮아.
그래도 돼.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애썼어. 잘했어."
거울 속 얼굴이 그 말을 하고 있었어요.
"선희야, 사랑해.
선희야, 오늘도 즐겁게 보내자."
그날 이후 매일 이름을 불렀어요.
사랑을 전했죠.
그럴 때마다 눈물이 또 흘렀어요.
언제쯤 그칠까 싶을 만큼.
며칠이 지나, 눈물이 조금 덜 나오던 날.
그제야 숨이 조금 가라앉더군요.
그 순간, 거울 속 얼굴이 말을 들려줬어요.
"이젠 괜찮지?
응어리들이 풀어지는 것 같지?"
전 고개를 끄덕였어요.
휘몰아치던 마음이 가라앉고
있었습니다.
거울 속 얼굴은 엄마 같기도,
또 나 같기도 했어요.
누군지는 모르겠습니다.
나에게 필요한 사람이었죠.
또 며칠 뒤,
"선희야, 사랑해."
늘 전해주는 그 말에
거울이 환하게 웃었어요.
애써 짓는 웃음 말고
힘 하나 주지 않아도
편안하게 번지는 미소.
그 얼굴을 나에게 보여주더군요.
그날 이후, 거울 앞의 저는 달라졌습니다.
지금도 거울 보면 말합니다.
시시때때로. 숨 쉬듯이.
아무렇지 않게.
이제 세상 제일 밝게 웃는 거울은
그 속의 나입니다.
"주니님, 웃는 모습 보면 참 이뻐요."
요즘 자주 듣는 말입니다.
이웃님,
당신도
당신의 이름을 불러주세요.
자신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
당신이 들을 수 있도록 분명하게.
처음엔 어렵습니다.
입이 떨어지지 않을 거예요.
울컥할 수도 있고,
말이 한 글자도 안 나올 수도 있어요.
그래도요.
거울의 내가 기다립니다.
당신이 불러주기를.
그 부름에 응답해 주세요.
거울 속의 당신이 말할 거예요.
여기 있다고.
기다렸다고.
이제 함께 가지고.
이제부터 혼자가 아니라고.
더 이상 혼자 아파하지 않아도 된다고.
손을 내밀어 주세요.
당신의 내가 그 손을 잡을 겁니다.
당신이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