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이 말이 이렇게 어려운 말이었나,
요즘 자주 생각합니다.
뭐든 적당히 하라는 말은 참 쉽죠.
막상 삶 안으로 들어오면,
그 적당히에는 기준이 없어
매번 새로 가늠해야 합니다.
컵에 물을 따르듯 선이 보이면 좋으련만,
적당히는 늘 마음의 감각으로만
짐작해야 하니까요.
그마저도 나만의 기준일 뿐,
적당했는지 확신할 수는 없고요.
어느 날은 조금이 맞고,
어느 날은 그 조금이 많이 모자랍니다.
어제의 적당히가
오늘은 무책임이 되기도 하고,
오늘의 최선이
내일은 과한 마음으로 남기도 하지요.
그래서 더 헷갈리고,
그래서 더 자주 틀립니다.
아마 그걸 배워가는 시간이
삶이고, 관계인 것 같아요.
어제는 바로 그런 일이 있었지요.
서로의 적당히가 달라
마음이 어긋났던 순간.
한 사람은 넘쳤고,
그의 마음은 닿지 못했어요.
그때의 우리는 모두 진심으로
'이 정도면 괜찮다.'
라고 믿고 있었을 뿐이었지요.
그래서 더 서운했고,
그래서 더 아팠습니다.
저는 아직도 적당히를 잘 모르겠어요.
한참을 지나서야 배우게 되더군요.
몸이 아프고,
마음이 무너지고,
관계가 흔들리고 나서야
'아, 이건 아니었구나.' 하고
뒤늦게 고개를 떨구게 됩니다.
실패가 없으면 멈추지 못하고,
상처가 남아야 비로소 돌아봅니다.
관계도 그렇더군요.
마음이 상했다는 말을 꺼내야,
상대도 내가 지나왔던 아픔을
알아차립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상처는 이해가 아니라 오해로 남지요.
말하는 게 어렵지만,
침묵으로 남겨두는 건
더 어렵다는 걸 이제는 압니다.
어제부터 이어진 이 불편한 마음을
붙잡고 글을 쓰다 보니 알게 되었어요.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라 맴돌던 마음이
문장 사이에서 조금씩 정리되더군요.
제가 해야 할 일은 장황한 설명이 아니라,
어제 놓쳐버린 그 적당히를
다시 찾는 일이었네요.
조금 늦더라도,
한 번 더 다가가 말해보려고요.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겠다고,
넘친 것도, 모자란 것도
모두 우리의 다름이었다고.
적당히를 배워가는 중이라서
아직 서툴다고 솔직하게 말해보려고요.
이렇게 마음이 불편할 때
지나치지 못하고 글을 쓰게 됩니다.
쓰다 보면 엉켜 있던 감정이
문장 사이에서 조금씩 풀리고,
끝내는
다른 이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자리로
돌아옵니다.
아마도 그래서,
여전히 이곳에서 글을 쓰고 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