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먹으면
나는 가끔 너무 큰 걸 한 번에 하려고 든다.
결심한 날에 그날로 다 끝내고 싶고,
시작했으면
흔적도 없이 싹 바꾸고 싶어진다.
애쓴다는 걸 알면서도
그 애씀을 멈추지 못할 때가 있다.
큰돈을 들여 리모델링한 집에
초대를 받아 갔다.
깔끔하고, 반듯하고,
흠잡을 데 없이 정돈된 집이었다.
그 집을 보고 나오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복잡해졌다.
우리 집에 들어서자마자
고쳐야 할 것들만 눈에 들어왔다.
이것도 바꾸고 싶고,
저것도 마음에 안 들고,
차라리 한 번에
전부 뒤집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을 단숨에 바꿨다는 사람의 책을 읽었다.
하루아침에 인생을 혁신한 것처럼 보이고
일시에 판을 뒤집은 는낌.
솔직히 말하면 부러웠다.
나도 그렇게
한 번에 다 바꾸고 싶었던 거다.
조금씩 말고,
천천히 말고,
지금 이 상태를
통째로 갈아끼우고 싶었던 마음.
2년여를 매일 글을 쓰다 보니,
오늘에 이르러서야
서서히 알게 된 게 하나 있다.
집을 꾸밀 때도 그렇다.
갑자기 다 바꾸지 않는다.
살아보며 불편한 걸 발견하고,
하나씩 고치고,
필요한 것만 들인다.
컴퓨터 세팅도 마찬가지다.
남들이 좋다는 설정을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
내 손에 맞게 내 눈에 편하게 맞춘다.
삶도 결국 그 방식이어야 한다는 걸
이제야 받아들이게 됐다.
이제 나는
집을 꾸미고,
컴퓨터를 내 방식대로 세팅하듯
나를 세팅하고 있다.
전에 말했던
내가 나를 세뇌하는 그 과정의 일부.
매일 나에게 말을 걸고,
기준을 맞추고,
다시 갈아끼우고.
번거롭고 귀찮은 날들의 반복.
그러다 보니
지금은 어느 정도
세팅이 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완벽하진 않지만,
예전처럼 폭풍으로 파도치듯
흔들리지는 않는 상태.
물놀이 하기 딱 좋은 흔들림.
그래서일까.
이제는 또 업그레이드를 하고 싶어진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떤 버전이 내게 맞는지 고민하기보다
최신형으로 바로 끼우고 싶은
욕심이 더 앞선다.
오늘도 글을 쓰다 보니
해야 할 건 역시나
내려놓음이라는 걸 알겠다.
업그레이드도, 버전업도
결국은 쓰면서 맞춰가는 일인데
자칫 욕심이 앞서면
과부하로 펑, 하고 터질지도 모른다.
웃자고 하는 말 같지만
꽤 진심이다.
한 번에 바꾸려 하지 않기로 한다.
이미 잘 돌아가고 있는 것은 그대로 두고,
살아보며
불편한 것만 하나씩 손보는 쪽으로.
그래서인지
오늘은 나만이 아니라
다른 분들은 어떨까, 떠올려본다.
이웃님들의 오늘,
새해의 첫 날은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보통은
그것만으로도 특별하니까요.
그런 보통이 제일 어렵고, 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