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르르륵.
또로로록.
밤중 잠결에,
새벽 알람 소리보다 더 크게,
우수관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했다.
'비 오는구나.'
날씨 예보에 없던 빗소리였다.
움직이기 싫던 차에 반가운 소리였다.
새벽에 잠깐 내리는 건가.
암튼 잘 됐다.
춥지만 좋다아.
아침 시간 벌었다.
계속 비가 내리려나.
이미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며
괜히 아쉬운 척을 해봤다.
느긋한 새벽이었다.
글을 쓰고
미라클 주니 인증 마다 하트를 남기고
토지 완독 방에도 하트를 누르고
블로그와 스레드를 둘러봐도
시간이 남는 느낌.
이 여유로움.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책으로 향하는 시선에도 관대하다.
글자 하나하나가 경이롭다.
또로로롱 또로로롱.
끊이지 않는 물소리.
마치 음악의 리듬을 타듯
마음도 살짝 흥겨워졌다.
오늘 목표한 분량을 다 읽어도
아침 8시가 되지 않았다.
달리기 하나를 하지 않았을 뿐인데
이토록 반가울 수가.
온도를 올려놓은 보일러가 활활 타오르고
따뜻해진 방 안의 열기에
세상이 아늑했다.
노곤노곤 나른하다.
눈이 슬슬 감기고 몸은 어느새 침대.
잠시만.
눈을 떴다.
어?
9시다.
잠시에 한 시간이 흘렀다.
조바심은 없다.
아직 10시가 되려면 멀었다.
또롱또롱. 또로로로.
아직도 비가 오는구나.
하루 종일 비가 내리고
방 안에서 뒹굴어도 좋겠다.
아이들은 어떤지 살피고
방을 정리하고
혼자 아침을 먹었다.
'엄마, 내 방이 뜨거워
바닥에 누워봐 봐. 따끈따끈하지.
방이 좋아. 나가고 싶지 않아.'
10시쯤 일어난 딸이
느릿느릿 움직이며 배시시 웃는다.
화장실 다녀오고 다시 이불 속으로.
반쯤은 이불, 다리는 밖으로.
따뜻과 시원함을 다 느낀다나 뭐라나.
배고 안 고프고
추위는커녕 이 따사로움이 좋단다.
먹는 건 중요하지 않단다.
이 상태를 누리고 싶다면서.
집 안에 일이 생겨 며칠 집을 비웠었다.
어젯밤 오랜만에 내 침대에서 보낸 밤은
그 자체로 든든했다.
다른 날과 무슨 차이일까.
늘 같은 루틴이었을 텐데.
달리기 하나 빠졌다고 이럴리가.
내 방이 이토록 포근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