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올지도 모른다는 걱정으로 시작한 아침

by 사랑주니


어제오늘 하루 종일 눈 소식이었다.

일기예보를 몇 번이나 들여다봐도

달라지지 않았다.


월요일부터 확연하게 내려가 기온은

그걸 확정하기에 충분했다.


'눈길에 운전하기 괜찮으려나?'


어제부터 괜한 걱정은 내려가지 않았다.


한 번 멈칫하게 되고

또 일기예보를 체크하게 되고

나가기 전엔 밖을 살펴보고는 했다.


웬걸,

어제는 눈발이 날리나 싶더니

바람에 살살 날리기만 할 뿐

길에는 하얗게 보이지 않았다.


'밤새 눈 쌓이겠지.

아침 운동할 수 있으려나.'


잠들 때부터 어려울 거라는 걱정이었을까,

아니면 그러고 싶은 바람이었을까.


휘이 히잉.

덜커덩 덜커커컥.

새벽을 알리는 시계음보다

바람 소리가 더 세차게 들렸다.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나면

마음은 한결 느긋하다.


그 후에 읽는 '박경리의 토지'는

졸음을 물리쳐 주고 더 빠져들게 한다.


엉덩이에 뜨끈한 전기 매트를 깔고 앉아

더 뭉개고 싶은 마음이었을지도.


어쩌면 나가고 싶지 않았던 건

날씨보다 내 마음이었을지도.


핑계가 되어주는 ‘토지’가 반갑다.

책은 이렇게 내 편이다.





SE-2394a6e2-f734-11f0-affe-d5293963a2a9.jpg?type=w1
SE-23b52738-f734-11f0-affe-c914ceadebec.jpg?type=w1




'눈은 더 쌓이겠다. 길은 괜찮으려나.'


베란다 창으로 비친 밖은

눈이 쌓여 있었다.


예상과 같은 모습에 반가워

슬쩍 입꼬리가 올라갔다.


'토지'를 덮고 펼친

애덤 그랜트의 '오리지널스'


은근 신선하고 흥미롭다.

슬슬 올라오던 몽롱함은 내려가고

눈빛을 반짝였다.



눈 덕분에, 바람 덕분에.

매섭게 몰아치는 겨울 덕분에

뜨뜻한 전기 매트에

엉덩이와 마음을 지지며

더 여유를 부려본다.




SE-23bca149-f734-11f0-affe-01015310b585.jpg?type=w1





잠깐 햇빛이 강해지는 순간이 있는 날이다.

눈은 금세 녹고 있다.

더 쌓이지는 않을 듯하다.


월요일부터

움찔하게 만들던 눈은 오다 말았다.



날씨 소식에도 걱정부터 앞서는 본능은

아직도 발동한다.


미리 짐작해서 끌어오는 불안들.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나를 옭아매는 건지

대비를 할 수 있게 하는 건지.


내가 어떤 상태인지 알아차리면 된다.

이런 나를 뒤로 갔다고 몰아세우지 말자.


덕분에 오늘은

조금 느슨하고, 평온한 아침이었다.



오늘 아침,

당신은 어떤 이유로 잠시 멈칫했나요?

그 마음에 걸려하지 않았으면 해요.


그 마음이 당신을 지키려 한 것이었다면

괜히 미워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작가의 이전글의심하면서도 멈추지 않았던 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