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오늘 하루 종일 눈 소식이었다.
일기예보를 몇 번이나 들여다봐도
달라지지 않았다.
월요일부터 확연하게 내려가 기온은
그걸 확정하기에 충분했다.
'눈길에 운전하기 괜찮으려나?'
어제부터 괜한 걱정은 내려가지 않았다.
한 번 멈칫하게 되고
또 일기예보를 체크하게 되고
나가기 전엔 밖을 살펴보고는 했다.
웬걸,
어제는 눈발이 날리나 싶더니
바람에 살살 날리기만 할 뿐
길에는 하얗게 보이지 않았다.
'밤새 눈 쌓이겠지.
아침 운동할 수 있으려나.'
잠들 때부터 어려울 거라는 걱정이었을까,
아니면 그러고 싶은 바람이었을까.
휘이 히잉.
덜커덩 덜커커컥.
새벽을 알리는 시계음보다
바람 소리가 더 세차게 들렸다.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나면
마음은 한결 느긋하다.
그 후에 읽는 '박경리의 토지'는
졸음을 물리쳐 주고 더 빠져들게 한다.
엉덩이에 뜨끈한 전기 매트를 깔고 앉아
더 뭉개고 싶은 마음이었을지도.
어쩌면 나가고 싶지 않았던 건
날씨보다 내 마음이었을지도.
핑계가 되어주는 ‘토지’가 반갑다.
책은 이렇게 내 편이다.
'눈은 더 쌓이겠다. 길은 괜찮으려나.'
베란다 창으로 비친 밖은
눈이 쌓여 있었다.
예상과 같은 모습에 반가워
슬쩍 입꼬리가 올라갔다.
'토지'를 덮고 펼친
애덤 그랜트의 '오리지널스'
은근 신선하고 흥미롭다.
슬슬 올라오던 몽롱함은 내려가고
눈빛을 반짝였다.
눈 덕분에, 바람 덕분에.
매섭게 몰아치는 겨울 덕분에
뜨뜻한 전기 매트에
엉덩이와 마음을 지지며
더 여유를 부려본다.
잠깐 햇빛이 강해지는 순간이 있는 날이다.
눈은 금세 녹고 있다.
더 쌓이지는 않을 듯하다.
월요일부터
움찔하게 만들던 눈은 오다 말았다.
날씨 소식에도 걱정부터 앞서는 본능은
아직도 발동한다.
미리 짐작해서 끌어오는 불안들.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나를 옭아매는 건지
대비를 할 수 있게 하는 건지.
내가 어떤 상태인지 알아차리면 된다.
이런 나를 뒤로 갔다고 몰아세우지 말자.
덕분에 오늘은
조금 느슨하고, 평온한 아침이었다.
오늘 아침,
당신은 어떤 이유로 잠시 멈칫했나요?
그 마음에 걸려하지 않았으면 해요.
그 마음이 당신을 지키려 한 것이었다면
괜히 미워하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