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복을 입고 다시 누웠다, 또 다른 선택

by 사랑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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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동안 속이 좋지 않았어요.

뭘 잘 못 먹었는지,

잠이 부실해서 여파가 있는 건지

쉬이 안정되지 않더군요.


한동안 괜찮던 만성 위장병이

돌아온 것 같아서 괜히 더 예민해졌습니다.


두통이나 열감은

진통제를 먹으면 진정되지만

위가 뒤집어질 때는

약을 먹어도 금세 낫지 않아요.


'그렇지, 난 원래 아팠지.'


스멀스멀

걱정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몸의 에너지가 빠져나가는 소리,

어딘가 구멍이 뻥 뚫린 느낌.


해야 할 일들과

기운 없는 몸 사이에서

마음 혼자 바쁘게

왔다 갔다 하고 있었어요.



책상에 앉아도

손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책으로 눈을 돌리면

고개가 자꾸 떨어졌어요.

빙글빙글 도는 놀이 기구처럼

머리도 어지러웠고요.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마음이 아무리 서둘러도

몸 없이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더군요.


결국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무엇을 하고, 무엇을 내려놓을지.


알면서도 어느 하나 고르지 못한 채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

시간만 흘러갔습니다.




어제 아침엔

본능처럼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나를 보며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운동복으로 입었는데... 나가야 하는데...'


새벽 글을 겨우 올리고

키보드에 올라갔던 손이

점점 내려가더군요.


속에서 화를 냅니다.

'기운 없어. 뭘 하려고 그래.'


그때 알았습니다.

이것도 선택이라는걸요.


비가 오지 않으면 매일 나간다는

나만의 규칙이 있었고,

앞으로도 그러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했지만,


그 규칙조차

잠시 내려놓아야 할 때가 있다는 걸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다시 누웠어요.



이틀 동안 약을 먹고

조금씩 죽을 나눠 먹고

밀려오는 졸음을 받아줬습니다.


낮에 많이 잤고,

밤에는 평소처럼 10시에 잠들었어요.


그리고 오늘,

속이 괜찮습니다.




오랜만에 눈이 쌓였어요.

아이들 방학인데도 주말이라 그런지

집 안 분위기가 조금 더 느긋합니다.

주차장은 눈으로 가득하고요.


눈을 보니

괜히 밖에 나가고 싶어졌습니다.

멀리 갈 생각은 없고,

그냥 잠깐 눈을 밟아보고 싶어서요.


또 운동복으로 갈아입었습니다.

달리기 말고 눈 보러 가는 용도로요.

눈 덕분에 외부 일정은 모두 취소.

오늘은 집에 머물며

하루를 더 뒹굴기로 했어요.



그제와 어제는

글쓰기만 하고 다른 건 하지 않았어요.


미라클 주니 방도,

토지 방도 체크를 천천히 들여다보고,

책 쓰기 코칭으로 보던 퇴고 원고도

잠시 미뤄둡니다.


몸을 회복시키는 데는 충분했습니다.


해야 할 일을 미뤘던 게 아니라,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선택을 했던 거겠지요.


오늘은 그 선택 덕분에

조금 더 가벼운 몸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가끔은 멈추는 것도

나를 지키는 일이라는 걸

이틀 동안 몸이 알려주었습니다.



글쓰기는 계속 이어갑니다.

이런 날을 위해

미리 써 두고 저장해 둔 글이 있거든요.

덕분에 발행은 멈추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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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보내는 신호 하나만

가만히 들어보세요.


해야 할 일보다 지금의 나를

먼저 살피는 하루여도 좋습니다.


당신의 편안한 오늘을 응원합니다.



먼지 같은 성공이 쌓여 산이 되는 그날까지

나를 먼저 돌보기.


미라클 모닝 694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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