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주의 새벽은 눈이 내렸다.
밤새 눈이 엄청나게 쌓였다.
창문을 열고 내다 본 바깥 세상은
온통 하얗다.
으하하.
아이처럼 뛰어 놀고 싶었다.
괜스레 어깨가 들썩였다.
나가고 싶었다.
이틀 동안 울렁거리고 멀미 나게 하던 속이
진정되니 조금은 기운이 돌아왔다.
살아 있음을 느끼고 싶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추위에 얼어붙어서인지
햇님도 동네 사람들도 모두 늦잠이다.
나가면 내가 첫 번째일 테다.
어서 나가자고 발이 동동거린다.
저 멀리 은은히 비추는 달님 덕분인가
새벽녘인데도
구름은 하양하양하고,
하늘은 하늘하늘하다.
맑고 밝다.
어서 오라고,
기다렸다고 손짓 한다.
날카롭게 나를 때리는 제주 바람에 휘청.
하하하.
뭐가 나를 신나게 하는 건지.
날리는 눈보라에 북극에 온듯 착각해도
꺄르르 웃음이 난다.
누가 보면 미친년 같다고 할까
손을 입에 대고 동그렇게 동굴을 만들어
그 속을 향해 소리를 실컷 밀어 넣는다.
뽀드득 뽀드득.
정말 소리다, 뽀드득이다.
뽀드드득, 뽀드드득.
눈을 밟는 발밑에서만 나는 소리,
이렇게 또렷하게 귀에 남는다.
한 발을 내디딜 때마다 속도를 늦춘다.
이 소리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아무도 없는 새벽길에서
이 감각을 온전히 느끼고 싶어서.
눈이 나를 알아본다.
아무도 없는 이 길에서
지금은 오직 나만 있다.
사람도 말도 없다.
숨소리와 발소리,
차가운 공기가 폐 깊숙이 들어왔다 나간다.
아, 내가 지금 여기 있구나.
살아 있구나, 하고
몸이 먼저 알아차린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이 순간이 나를 살게 한다.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길.
내 발자국이 가장 먼저 남는다.
내가 첫발이다.
끼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