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에야 알았다: 밤은 나를 눈멀게 했다

by 사랑주니


"생각보다 안 추운데. 좋은데."


바람도 세고, 공기는 날카로운데

입에서 나오는 말은 좋다.

차가운데 춥지 않다.


새벽은 그렇다.

밤엔 나가기 싫고 새벽은 나를 부른다.


같은 어둠인데 같지 않다.

공기가 다르다.

또 뭐가 다를까.


내가 다른가

내 마음인가


자꾸 나가고 싶다.

깜깜한 하늘이 보고 싶다.

가로등 밑에서 드리우는 그림자가 궁금하다.


더 반갑고 에너지가 샘솟는다.

나가기만 해도 뿜뿜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전에는 밤에 살아야 한다고 믿었다.

밤은 휘황찬란하고 그 번쩍거림을 보며

역시 밤의 세계야 하며

내 눈빛도 함께 빛난다고 여겼다.


착각이었음을 오십이 되어야 알았다.

화려하게 보이던 밤은 눈 부시기만 하고

내 눈을 멀게 하는 시간이었다.


나방이 불빛에 몰려가다 뜨거움에 타버리듯

그런 삶이 열정이라고

바보 색안경을 쓰고 있었다.


밤은 나를 쉬지 못하게 했고,

나를 소비하게 만들었고,

나를 허영과 불신으로 집어넣었다.



새벽을 만나며 살아나기 시작했다.

빛도 없고 소리도 없는 시간.

그 명료한 적막은 내 화살이 되었다.

내 꿈, 내가 그리는 세상을 향해

날아갈 수 있도록 에너지를 주었다.


새벽 4시가 지나면

눈은 더 탱탱 거리고

어깨는 들썩거린다.


글을 쓰고, 책을 읽다 보면

엉덩이도 붕 떠오른다.

이제 나가자고 발이 먼저 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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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 제주시 별도봉으로 향했다.

별도봉을 오르려면 몇 개의 코스가 있다.

그중 짧은 코스를 빠르게 올라간다.


입구에서 정상까지 20분 걸리는 코스였다.

오늘은 15분 걸렸다.

5분 단축.

오호.


몇 번 다녔다고 다리가 반가워한다.

길게 느껴지던 구간이 짧고 쉽다.

보폭을 넓히고 배에 힘을 준다.

으으으 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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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이미 시작했다.

저들은 이미 출발 준비 완료.

신호음을 기다리고 있겠지.


땅.

세상으로.


내 가슴으로 바람과 에너지가 들어온다.

쏴아아.


팔을 벌려 손짓한다.

어서 오렴.

이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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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불빛도 살아있다.

저들도 쉬지는 않았다.

단지 내가 몰랐을 뿐.


밤에 살고 새벽에 눕는 세상을 살았기에.


손바닥을 뒤집고

다른 인생의 길을 열었다.

새벽과 함께.



사진이 흔들린 걸까.

내 마음이 그랬던 걸까.


그럼 어떠랴.


지금의 난,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보고 있으니.


나를 알아차리고

나를 들여다봄을 잊지 않으니.


흔들려도 나를 믿고

불안해도 나를 본다.

그렇게 다시 걸음을 내딛는 거다.


나의 속도로 가보자.

내 손을 맞잡고 해 보자.


당신은 나를 신뢰하고

나는 당신을 응원할 테니,

우리 서로 격려하며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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