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하랬더니 “까먹을 예정”이란다.

by 사랑주니


"설 전에 각자 방 정리하고 청소해 둬.

오래된 물건들 이번에 다 버리자."


아들은 방 정리 시작 후 30분 만에 끝냈다.

딸은 3시간이 지나도록 그대로다.



사랑주니: 뭐야? 아직도 안 끝났어?


딸: 요거 저거 이거 그거 뺐어.


사랑주니: 오~~ 이번엔 웬일이야.


딸: 엄마가 다 빼라며.


사랑주니: 그래도 전에는 가지고 있었잖아.


딸: 이젠 고등학생이니까.


사랑주니: 초등 때부터 갖고 놀던 것들이야.


딸:

엄청 고민했어.

결정하는데 많은 용기가 필요했어.

내 마음이 어떤지 확인하는 데 시간 걸려.


사랑주니:

그랬구나. 잘했어.

이번엔 내놓기로 마음먹은 거 칭찬해.

이 소꿉놀이 장난감은 멀쩡한데.


딸: 그러니까. 다시 들여놓을까?


사랑주니: 아냐 아냐, 정리할 거 아직 많아.


딸: 오늘 다 못하겠어. 조금 쉬었다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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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후.


사랑주니:

네 방이 아직 난장판인 거 까먹었어?

충분히 쉬었지?

이제 마무리하자.


딸:

아냐, 까먹었어.

오늘은 계속 까먹을 예정이야.


사랑주니: 뭐라고? 푸하하.



사랑주니: 사랑하는 내 딸아.


딸: 응.


사랑주니: 사랑해.



5분 후.


사랑주니: 딸아.


딸: 응.


사랑주니: 엄청나게 사랑해.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던 딸이

웬일인지 내 옆으로 와서 뒹굴뒹굴했다.


휴대폰에 얼굴을 파묻혀 있지만

옆에서 들리는 숨소리도 포근했다.


내가 더 안락함을 느끼는 건 뭘까.



아이는 장난감을 내려놓았고

나는 아이를 더 꼭 안고 싶어졌다.


방은 어질러져 있었지만

마음은 정돈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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