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도사가 아니다

감정은 밀려오고, 나는 걸어 나간다

by 사랑주니

복잡하다.

뒤엉켜 있다.

생각들이

여기저기 튀어나오고

뭉쳐서 돌아다니며

나를 감아버린다.

명절이 가까워오면

갈무리되지 않은 문제들이

길거리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이쪽으로 가면 툭,

저쪽으로 가면 퍽.

어딜 가도 나타나서는 나를 친다.

가벼울 거라 여겼던 풍선이

커지면 위협이 된다.

툭과 퍽을 번갈아가며 나를 압박한다.

사그라들지 않은 감정.

썰물엔 모래처럼 흩어졌다가

밀물이 되면 파도처럼 다시 덮친다.

바람을 조금만 빼면 될 걸

그걸 알면서도

나는 또 불어 넣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알아차리면 썰물이 되고

방심하면 밀물이 된다.

그렇게 감정은 오르내린다.

친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아아악." 소리를 지르고 한껏 쏟아냈다.

언니가 들어주고 받아주고

내 편을 해준 그 마음은 위안이었다.

하지만 해결은 아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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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공중부양할 수 있어?"

"공중부양? 아니, 못하지."

"그럼 넌 아직 도사가 아니야.

넌 아직 평범한 사람이야.

그런 감정에 휘말릴 수 있어."

하하.

그러므로 나는 아직 수련 중이다.

흔들리면 허우적거리는 중이다.

짜증이 나면 얼굴에 드러낸다.

분통이 나면 소리를 지르고 싶어진다.

억지를 부리고 싶어지기도 한다.

나는 아직 부처도 예수도 아니다.

그런 나를 부정하지 않으려 한다.

내가 나를 어쩌지 못할 때는 나가야 한다.

달리든 걷든 일단 나간다.

걸음이 무겁든 가볍든 상관없다.

나는 나갔고

밝음이 오기 전 세상을 만났다.

천천히 걷기도 하고

전력으로 달리기도 하고

헉헉 거리다 숨 고르기도 한다.

그날그날

몸과 마음이 시키는 대로.

나를 알아차렸다가

숨었다가를 반복한다.

그래도 꼭 하는 건

숨쉬기.

새벽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숨에 미움을 얹고,

다시 들이마시고

내쉬는 숨에 원망을 보낸다.

다 보내지 못해도 좋다.

아직 찌꺼기가 남아 있으면 어떤가.

나는 내일도 나갈 것이고

나를 알아차릴 것이고

나를 받아들일 테니까.

아직 완전하지 않아도,

나는 여전히 숨을 쉬고

계속 나를 배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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