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살면서도 몰랐던 것들
제주를 좋아한다.
어릴 적부터 그랬다.
"바다에 갈까?
한마디면 닿는 곳에 바다가 있었고,
산도 지척이었다.
여름이면 물놀이를 했고
(수영은 못함)
봄 가을이면 산딸기를 따러 다녔다.
몇 살부터였을까.
크면서부터는 멀어졌다.
방학이면 휴가철에는
다녀왔다는 말은 자주 들었지만
관심이 없었다.
언제든 갈 수 있다는 당연함이었을까.
삶에 치여 그럴 여유가 없었던 걸까.
툭하면 이유를 따지던 난,
이제 그런 건 상관없다.
지금은 그렇지 않으니까.
내가 제주에 산다는 사실을 자주 생각한다.
책상에 앉아 컴퓨터 화면을
뚫어져라 보는 일상이지만
마음으로 그리움을 놓치지 않는다.
이제는 "다음에."라는 말을 하지 않으니까.
결혼을 하고 삶의 중심이 바뀌었어도
제주에 살고 있다면 좋다.
운전대만 잡으면 어디든 갈 수 있으니까.
같은 오름도 어떤 방향으로 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색을 보여준다.
같은 길이었는데도 눈길 하나에
몰랐던 장면을 보기도 한다.
"어? 이런 게 있었나? 몰랐네."
새로움을 발견하는 눈동자에 번쩍.
탐험 정신을 발동 시켜봐?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었는데
내가 못 봤을 뿐이었다.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들떴다.
저어기 등대가 있었나?
불빛도 다른 색이네.
번쩍할 때 찍어야지.
기다려봐.
숨 참고.
어?
반대편 봐봐.
우와.
벌겋게 불타오르려 하네.
해가 일어나려고 기지개를 켜나 봐.
노을 지는 것 같아.
지평선에 해가 닿으면 언제나 같으려나.
저쪽도 장관이구나.
뒤돌아 보면 이런 장면도 보는 거였어.
앞만 보고 걸었더니 몰랐네.
오늘은 다 보고 싶은걸.
여기까지 올라와서 보니
이곳이 온통 바다로 둘러싸여 있구나.
이렇게도 바다, 저렇게도 바다네.
오.
공터도 있었어.
여기서 스트레칭하며 몸 풀다 가도 되겠다.
이렇게나 가까이 있었는데
오십 년 만에 처음 봐.
그럼 어때,
지금이라도 보면 됐어.
이제라도 알았잖아.
자주 오면 되지.
어느새 날이 밝았다.
일출은 반대쪽이다.
또 그런대로 시원한 장면이다.
지난번과는 다른 배들도 보인다.
1시간을 걸었다.
운동을 했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휴식이었다.
내 삶의 감탄이었다.
그림이다.
사진이 다 담지 못하네.
눈에 넣었으면 된 거다.
이쪽은 바다, 저쪽은 산.
나는 이런 곳에 산다.
이곳을 사랑한다.
나를 사랑한다.
늘 곁에 있던 풍경을 이제야 제대로 본다.
그러니 나도 이제, 제대로 보자.
오늘도 감동을 보낸다.
오늘,
늘 다니던 길을
조금만 천천히 걸어볼까요?
늘 거기 있었지만
미처 보지 못한 장면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가까웠는데 몰랐네."
놀란 적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