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롱한 새벽을 뚫고 현관까지

미라클 모닝, 침대를 이긴다

by 사랑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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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롱했다.

잠을 못 잤다.

눈은 떴는데, 정신은 아직 이불 속이었다.

이제는 습관이 몸에 새겨졌다.

일단 일어나 움직이고

루틴을 하다 보면 정신이 돌아온다.

새벽 글은 마무리하고

박경리 토지로 손길을 보내는데

시선이 머물지 않는다.

토지여서 그나마 붙들 수 있었다.

어깨 위에 얹힌 돌멩이가

다른 돌멩이를 불러들였다.

그 녀석들끼리 뭉쳐져 바위가 되어 갔다.

침대도 부른다.

어서 오라고.

밖으로 나가야 되는데.

침대가 너무 강하다.

그래도 이기고 나간다.

나가면 내가 이긴 거다.

그럴 땐 또다시 벌떡.

현관으로 향한다.

침대에서 이기고 나오지 않으면,

오늘 하루 내내 어제에 눌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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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어어어"

아저씨 괴성 같은 소리가 나온다.

나무 둥치에 몸을 부딪치며 퉁퉁거렸다.

몸의 소리인지 내 목소리인지 모르겠다.

공원의 운동 기구에 몸을 기댈 때마다

비명인지도 모를 소리가 나왔다.

운동 인증을 남기려 휴대폰을 켰다.

사람은 하나인데 그림자는 두 개다.

가로등이 양쪽에서 비춘다.

그림자 하나가 말했다.

'어제 그 말, 왜 그렇게 끝까지 했어.'

장례식장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 앞에서,

명절에 터졌던 분노를 결국 쏟아냈다.

한 달 동안 속으로 삭혀내려 했던

원망을 풀어냈다.

고생했다는 말을 들었지만

개운하지 않았다.

내 입에서는 뻔한 말만 나왔다.

이것밖에 안되는가.

나를 향한 회의가 올라왔다.

나를 위로하는 친구들은 고맙고

멈추지 못하는 내 입을 느끼며

당혹스러웠다.

그 정도에 멈췄어야 했다.

그 뒤의 찝찝함이 잠을 쪼개놨다.

나는 하나인가, 둘인가.

오늘은 둘로 보였다.

하나는 버티고, 하나는 후회했다.

그래도 둘 다 나였다.

가로등 아래 그림자 두 개를 잠깐 찍었다.

나가면 내가 이긴 거다.

오늘은 그 문장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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