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일어나 글을 하나 쓰기 전까지는
글쓰기를 향해 달리는 느낌이 든다.
모든 순서가 글쓰기를 향한다.
새벽 4시에 일어나
4시 30분에 글쓰기를 시작한다.
내가 정해 놓은 규칙이다.
이 루틴이 나를 가볍게 하지만
가끔은 그 안으로 가두기도 한다.
'글을 쓰기 전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이런 목소리가 들린다.
글을 쓰기 전에도 다른 건 할 수 있다.
다만 마음이 허락하지 않는다.
블로그를 잠깐 보거나,
스트레칭을 짧게 하거나 길게 하거나,
어떤 날은 아예 건너뛴다.
4시 30분이 다가오면 조바심이 생겨
내가 스스로 생략해버린다.
'오늘도 해냈다.'
글을 쓰고 나면 늘 들리는 목소리다.
동시에 몸이 풀리면 눈동자가 흔들린다.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단톡방을 들락거리고
화면 앞에서 멈춘다.
마치 글쓰기 하나가 전부였던 것처럼,
그것만 하면 다 끝낸 것처럼.
그런 마음이 커져 나를 탓하려는
검은 기운이 올라오려 할 때,
그때가 나가야 하는 순간이다.
눈이 창밖을 향하고
새벽 공기가 "어서 나와."라고 부른다.
마녀에게 홀린 듯 스르르 일어나
서랍을 열고 장갑과 워머를 꺼낸다.
덜컹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그런 날은 다른 곳으로 간다.
한 가지로 규정할 수 없는
감정이 섞인 날엔 다른 바람이 필요하다.
별도봉을 오른다.
올라가는 동안은 헉헉거리지만
요즘은 그것도 금방이다.
오르는 시간도 2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길지도 않고 높지도 않은 산인데
정상에 서면 바람이 다르다.
하늘과 바다와 세상이 다르다.
우와.
입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세상을 시야에 담으면 저절로 입이 터진다.
같은 장소이지만
내어주는 모습은 매일 다르다.
오늘은 미세먼지가 많다.
뿌옇고 그을린 색이다.
검정도 회색도 하늘색도 아닌,
애매하게 타다만 재처럼.
혹시 내 마음도 그런 건 아니었을까.
들킬세라 감탄사를 꺼내려다
입을 막았던 건 아니었나.
글을 쓰고 나면,
자꾸 나를 평가하려 한다.
그래서 밖으로 나온다.
바깥에서야 그 평가가
정답이 아니라 상태였다는 걸 보게 된다.
오늘은 입을 막지 않기로 한다.
바람을 한 번 더 들이마시고,
내려가서 다시 앉는다.
아침에 마음이 어수선할 때는
밖으로 나가보자.
멀리 갈 필요도 없다.
현관문만 열어도 공기가 바뀐다.
5분만 걷고 돌아와서 나를 살피자
내가 모자란 게 아니라는 걸
오늘도 해내고 있다는 걸
자신에게 말해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