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는 없는데 아침은 오고 있었다

by 사랑주니

운동은 의지로만 안되더라.

밖으로 나가는 것도 순서로 만든다.

운동복 → 운동화 → 문 → 밖.

여기까지가 전부다.

일어나면 운동복으로 바로 갈아 입는다.

'바람 많이 부는데, 추울까?'

'오늘따라 피곤한데.'

꾸물이 꼬드김에 넘어갈 것 같지만

운동복을 입고 있는 나를 보면

엉덩이를 올리게 된다.

'그래, 어차피 운동복 입었으니 나가자.'

현관으로 향하다가

으슬 느껴지는 거실의 찬 공기에

또 멈칫 되돌리고 싶기도 하지만

현관에서 나를 기다리는 운동화를 보면

발걸음은 그대로 나간다.

문을 열고 나갈 때 들리는 '띠리링'

새로운 세상을 여는 신호음 같다.

'새벽의 하늘 세상으로 입장.'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900%EF%BC%BF2026%EF%BC%8D03%EF%BC%8D01T06%EF%BC%BF43%EF%BC%BF56.125.jpg?type=w1




나가서 떼는 첫 발.

그때부턴 언제 딴 생각했냐고 한다.

룰루랄라.

제주 바람은 나를 때리는 것 같지만

볼에 닿는 온도는 시원하다.

겨울이 물러나고 있다.

아침 7시에도 어둡던 세상이 끝났다.

날이 밝았다.

벌써 출항을 시작한 배도 있다.





900%EF%BC%BF20260301%EF%BC%BF064516.jpg?type=w1
900%EF%BC%BF20260301%EF%BC%BF064527.jpg?type=w1
900%EF%BC%BF20260301%EF%BC%BF064531.jpg?type=w1




바람이 몰고 온 검은 구름.

오늘은 미세 먼지와 어두운 하늘을

보여주려나 보다.

날을 밝았으나 해는 보이지 않고

불빛은 하나 둘씩 꺼지고 있다.

새벽에서 아침으로 넘어가는 시간.

그 경계 어딘가에 있다.

검은 구름이 밀려와도

길은 조금씩 밝아지고

불빛은 하나둘 꺼지고

배는 이미 출항했고

나는 그 사이를 걷는다.

호흡은 길어지고

걸음은 고르게 맞춰지고

새벽은 조용히 아침으로 넘어간다.



작가의 이전글매일 밤 10시, 나에게 가스 라이팅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