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주니 : 오늘따라 기운이 없어. 다 귀찮아. 무기력해.
딸 : 엄마, 무리했어.
사랑주니 : 내가 무리했다고? 회사 안 다니고 야근도 안 하는데 무슨 무리야.
딸 : 엄마 목 디스크잖아. 그게 무리했다는 증거야. 엄마는 늘 책상에만 앉아 있잖아. 매일 글 쓰고 책만 읽었으니 무리했지.
사랑주니 : 그게 힘들지는 않았어. 책 읽는 건 즐겁지.
딸 : 작가인 엄마에게 독서는 그 자체로 일이야. 취미가 아니지.
사랑주니 : 아... 그렇구나. ‘즐거우면 쉬는 거’라고 착각했나 보다.
딸 : 그리고 엄마는 그럴 때 외에는 밥하고 집안일을 했고. 엄마가 쉬는 걸 못 봤어.
사랑주니 : 그래서 내가 피곤하다고 하면 너는 매번 자라고 말했던 거였어?
딸 : 응. 잘 때는 잠깐이라도 쉬는 거니까. 엄마도 쉬기 위해 다른 걸 찾아봐.
사랑주니 : 힐링하려면 뭐가 있을까?
딸 : TV 볼래? 내가 보는 것 중 힐링되는 웹툰 추천할까? 나랑 애니메이션 영화 볼래?
사랑주니 : 다 아니. 엄마랑 바다 보러 갈래?
딸 : 좋아.
시간이 없었다.
글을 쓰고, 나를 위한 방향이라 여겼지만
그럴 시간이 없다고 말하며
오늘까지 왔네.
시간이 없다는 말은
대부분 사실이면서, 대부분 변명이다.
딸이 “바다 보러 갈래?”에
“좋아.”라고 했을 때
그제야 시간을 만들었다는 걸 알았다.
어제,
고등학생 딸과 몇 달 만에
함덕 해수욕장에 다녀왔다.
차 안에서
우리는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대신 창밖을 더 오래 봤다.
함덕에 도착하니
바람이 먼저 얼굴을 스쳤다.
딸은 모래 쪽으로 한 발 앞서 걸었고
나는 그 뒤를 따라갔다.
파도가 들어왔다 나가고
바람이 머리카락을 정리해주고
내 어깨가 아주 조금 내려갔다.
바다를 보고 있자
내가 ‘쉬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전에
몸이 먼저 느슨해졌다.